한국 드라마 이야기

요즘 시청하는 드라마 리스트

Shain 2020. 11. 2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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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에 글을 남긴 지 꽤 오래되었다. 흔적도 그 무엇 남기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많은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고 이젠 PC가 아닌 모바일이 대세고 TV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도 드물다. 하지만 내겐 글쓰기 습관만큼이나 바꾸기 힘든 것이 드라마 시청이다. 어머니의 힘든 시간을 달래주던 드라마, 내 답답한 일상에 잠시 웃을 여유를 주던 드라마 혹은 지리멸렬한 나의 시간에 빈틈이 되고 여유가 되어준 드라마.

 

좋은 드라마에 대한 생각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무얼 봐야 할지 헷갈릴 만큼 많은 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있지만 아무튼 나는 여전히 드라마를 본다. 앞으로 적는 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써야 할 드라마 이야기다. 코로나는 나아질 기미가 없고 점점 더 답답하고 버티기 힘든 일상 드라마 한 편으로 버텨보는 것은 어떨까.



 

구미호뎐 (TVN,2020.10.7)


전생의 연인을 찾아 헤매던 구미호 이연(이동욱)과 구미호 고개에서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어버린 남지아(조보아)의 사랑이야기. 하지만 단순한 러브스토리라면 굳이 이동욱 '저승사자'까지 동원할 이유가 없지. 때로는 무시무시하게 때로는 잔망스럽게 우리가 전설에서만 듣던 구미호 전설과 여우누이, 이무기, 우렁각시, 두억시니, 불가사리 등이 등장한다. 해가 쨍쨍한 날 내리는 여우비처럼 많은 그림이 화사하고 예쁘지만 오래된 이야기 특유의 어두침침함은 감수해야 한다. 볼거리에 비해 초반의 지루함도 단점. 첫회의 엔딩은 뱀파이어와 믹 세인트 존(알렉스 오로린)의 떠오르더라. 아무튼 '엔딩 맛집' 수식어를 듣는 것을 보면 만들어낸 그림 하나는 진짜 예쁘다. 벌써 12회가 방송되었으니 꼬인 매듭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듯하다.

 

 

나의 위험한 아내 (MBN,2020.10.5)

 

돈을 둘러싼 치정에 단순 미스터리 납치극이라 생각했던 시작이 생각지 못하게 변해버렸다. 전반적으로 살인, 납치, 협박 같은 내용을 때로는 오싹하고 진지하게 가끔은 유쾌(?)하게 끌어간다. 따지고 보면 범죄에 불과한 장면마다 흐르는 음악이 묘하게 흥겹다. 아내가 납치됐다 생각할 때 자신이 독을 넣은 와인이 바꿔치기당한 걸 알게 됐을 때 좋아하는 김윤철(최원영). 반전은 그런 남편을 가지고 노는 듯 내버려 두는 아내 심재경이다. 남편에게 그런 일을 당하고도 왜 심재경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대응하지 않는 것일까. 돈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다툼도 볼만하고 평소엔 날카롭지만 아내에게만 멍청해지는 경찰 서지태(이준혁)의 모습에 심재경이 찾는 정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첫인상이 조용하고 상냥하지만 이중적이라 느낀 아내 심재경(김은정) 캐릭터는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기 때문이었다. 

 

 

 

날아라 개천용 (SBS,2020.10.30)

 

억울한 사법 피해자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시작 전부터 실존 인물 박준영 변호사와 박상규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궁금했던 드라마. 실존 인물들 만으론 간이 심심했던지 SBS 특유의 과장된 양념이 보태져 박태용(권상우)과 박삼수(배성우)라는 특별한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드라마와 최근 화제가 된 여러 정치적 인물과 결합시킨 부분도 그럭저럭 잘 조화를 이룬듯하다. 등장인물 중 몇몇의 대사는 실제 유명 정치인이 늘 입에 달고 살던 '뻥'이 절반인 이야기다. 실존인물을 영웅화시키는 드라마는 원칙적으로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라리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코믹한 접근이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실존 인물 드라마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다. 너무 과장돼도 안되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길 해서도 안된다. 그 한계를 넘어 드라마 고유의 재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직까진 무리 없이 진행 중이다.



 

산후조리원 (TVN,2020.11.2)

 

처음엔 '산후조리원'이라길래 아이 낳은 산모들의 우여곡절을 드라마로 만드는 줄 알았다. 대충 스토리만 보자면 그 평가는 맞다. 사실 아이를 직접 낳아 길러보지 않은 사람들이 '산후조리원'이란 단어를 검색해볼 일이 몇 번이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비싸고 왜 그런 시설이 필요하며 굳이 거기까지 가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아이 낳는 일에 왜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전에 굴욕기, 짐승기까지 겪어가며 고통을 버틴다. 나만 즐겁지 않은 축제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 - 과장되게 표현하긴 했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산후조리원'은 임신과 출산에서 흔히 보이는 전형적 남성은 메인에 등장시키지 않은 영리함이 돋보인다. 8부작인 드라마가 후에 주인공 오현진(엄지원)에게 어떤 고통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남편 김도윤(윤박)은 완전히 아내를 이해하진 못해도 다정하며 이해심 많은 캐릭터다. 물론 캐릭터 오현진 겪는 일들이 너무 예민해 보여 깊이 이해하고 싶은 주제는 아니고 남을 이해하는 일에 지친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힘든 주제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는 말로만 출산을 독려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오! 삼광빌라 (KBS,2020.9.19)

 

KBS 드라마는 늘 세트장에서 촬영된다. 자동차 한대는 넉넉히 들어오는 그 세트장에서 늘 엮이는 사람들끼리 엮이고 삼각관계와 출생의 비밀이 등장한다. 이제는 그런 특징이 하나의 장르려니 했고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드라마 속 상황이 당황스럽다. 순정(전인화)이란 여성은 친아버지가 맡아달라 했든 어쨌든 남의 아이 빛채운(진기주)을 유괴했고 20년 넘게 그 아이를 돌려주지 못한 이유를 떳떳이 말하지 못하고 있다. 친어머니의 사정 따윈 알바 없이 이야기는 돌아간다.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가족이라 부르는 분위기로 봐서는 김정원(황신혜)은 이대로 친딸을 고스란히 뺏길 느낌이다. 기른 정이 낳은 정 보다 깊을 수 있지만 아이는 자신을 납치, 유괴한 부모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전체 100회 분량 중 이제 36회 정도 방송되었으니 이야기의 가닥은 잡힌 것 같다. 은근히 이야기를 이어가는 재주는 보장된 듯.

 

 

 

카이로스 (MBC,2020.10.26)

 

기회라는 말은 확정적인 무엇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회가 행운이 될지 불행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뀐다. 유괴된 딸 다빈을 찾아다니는 아빠 김서진(신성록)과 엄마의 목숨을 걸고 그런 서진을 쫓아야 하는 한애리(이세영)의 이야기는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전개 중이다. 기존에 방송된 '앨리스'의 타임슬립과 다르게 '카이로스'는 한 달의 시간차를 두고 10시 33분부터 34분까지 단 1분간 김서진과 한애리는 연락할 수 있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의 시간은 오락가락한다. 흥미로운 건 이 사건의 피해자로 보일 뿐 전혀 관계없는 듯 보였던 강현채(남규리)의 존재다. 오락가락하는 '믿을 놈 하다도 없다'는 구도와 강현채와 김서진 그리고 김서진의 조력자이자 적인 서도균(안보현)의 역할은 시청률 보단 재미있다.  다만 안타까운 건 결방 때문에 꾸준히 드라마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한참 몰입할 때 중단되는 방송은 아쉽다.

 

 

 

펜트하우스 (SBS,2020.10.26)


드라마에 대한 사전 정보 없아 처음 봤을 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10대 여고생의 추락사와 그 장면을 지켜보며 소스라치게 놀라는 심수련(이지아). 특히 피투성이 민설아(조수민)가 심수련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은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도대체 '펜트하우스'는 무엇을 위해 드라마를 만들었으며 왜 이렇게 과격한 장면으로 시작해야 했을까. 김소연, 유진, 엄기준을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길래 아무리 논란의 드라마라도 한 번쯤 봐야겠다 싶었는데 1회의 느낌은 당장 중지 버튼을 누르고 싶다 정도. 알고 보니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였다. 김순옥이란 이름 하나로 설명되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잔인하다. 학원 비리, 왕따, 집단 폭행, 불륜, 협박, 살인, 납치 등 출연진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범위는 정말 다양하고 누구 하나 이 범죄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왜 보고 있을까 회의가 들지만 어느 순간 빠르게 진행되는 드라마의 진행 방식이다. 물론 욕심과 질투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한서진(김소연)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범죄가 연출되는 드라마를 왜 19금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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