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이란 '배우'를 처음 기억하게 된 드라마는 '내 마음이 들리니(2011)'입니다. 물론 그 이전해에도 '자이언트'에서 주상욱과의 커플신을 선보인 적이 있지만 황정음이 한 명의 배우로서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골랐다 싶었던 첫작품이 '내 마음이 들리니' 였습니다. 김재원의 따뜻한 눈빛과 남궁민민의 물기어린 눈빛을 받던 여주인공 역이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당시 연기력 문제로 지적받던 황정음이 자신의 단점을 가장 잘 커버할 수 있는 좋은 캐릭터를 골랐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 자체는 치정과 불륜으로 얽힌 복잡한 내용이었지만 주연배우들의 호소력있는 연기로 그 해 어떤 드라마 보다 서정적인 드라마로 남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황정음은 더이상 신인연기자가 아닌 '작품 고르는 눈이 좋은 배우'란 평가를 받습니다. 연기 성장을 위해 짧다면 짧은 3년의 세월이었고,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는 다섯편 정도입니다만 황정음이 출연한 드라마는 그 시즌 최고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경쟁 드라마를 물리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한 드라마도 있고 극적 재미와 작품성 면에서 인정받는 드라마도 있습니다. '골든타임(2012)', '돈의 화신(2013)'에 이은 '비밀'의 성공은 황정음의 안목을 보증하는 증거 가 되었습니다.
배우가 드라마를 고르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출연료와 흥행성을 의식할 수 밖에 없겠죠. 최근 공중파 방송국의 드라마들은 유명한 스타 연기자들을 동원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기존 신데렐라 공식이나 흥행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정음의 드라마 중 하나인 '골든타임'은 이선균이라는 노련한 연기자가 있었습니다만 최교수 역의 이성민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조연급 연기자였습니다. 단순히 흥행만 바랐다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황정음의 선택은 성공 했습니다.
황정음의 드라마는 방송제작자들은 신통치 않게 생각해도 시청자들은 호평한 드라마라는 공통점 이 있습니다. 2013년에 방송된 드라마 중 이런식으로 '의외의 인기'를 끈 드라마가 두 편 있죠. 바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비밀'입니다. 팬들에게 잘 알려진대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3년 동안 방송국을 전전하던,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시나리오로 여겨지던 내용이었고, '비밀' 역시 신인작가의 대본으로 방송사에서 기대하지 않던 드라마였다고 합니다. 이보영과 지성이라는 똑똑한 연기자가 있어도 안될거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드라마는 성공했고 흥미롭게도 그 두편에 동시에 출연한 연기자가 있습니다. 바로 중고신인 이다희죠. 이다희는 처음부터 아이돌 그룹으로 시작해 주연급으로 발탁된 황정음과 달리 2003년 수퍼모델선발대회에서 입상한 후 꾸준히 성장해왔습니다. 출연여부를 기억할 수 없는, 미미한 조연급으로 출연한 드라마도 있고('천년지애'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알아보기 힘들더군요) 세련된 분위기의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순박한 표정으로 출연한 역할도 있었습니다.
모델 출신인 만큼 큰 키와 마른 몸매는 중성적인 느낌을 표현할 때도 유리한데 '태왕사신기(2007)'의 여전사 각단은 그런 이다희의 매력을 아주 잘 살려준 캐릭터로 기억됩니다. 이외에도 '에어시티(2007)'의 스튜어디스 역할과 기태영과 함께 출연해 도발적이고 충동적인 검사시보 역을 했던 '로열패밀리'에서 지성과 인연을 맺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깍쟁이처럼 보이지만 순진한 허당 캐릭터를 보여준 '크크섬의 비밀(2008)'은 이다희의 출연작 중 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대표작 으로 기억될만 했습니다. 윤상현과 함께 출연했던 인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잘 살펴보면 이다희의 출연작들도 황정음에 비해 만만치 않습니다. 이다희가 그동안 맡은 역할에는 '비밀'에서 보여준 신세연 캐릭터가 조금씩 섞여있으면서도 아직 덜 가공된 원석같은 부분 이 있었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족한 점을 감추고 천천히 자신에게 맞는 캐릭터를 개발해온 것도 눈여겨볼만 하지만 출연한 드라마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여자로서는 큰키가 방해가 되어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서도연 검사 역을 맡지 못할뻔했다는 걸 보아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어도 포기해야했던 경우도 많았을 듯합니다.
여성배우의 큰키는 멜로주인공으로서 약점으로 지목되곤 합니다. 쉽게 말해 남자주인공과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다 다소 순하게 보이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이다희의 얼굴은 주연급으로 활약하기 힘든 단점이 되기 쉽죠. '너목들'에서 보여준 서도연 검사는 부족한 카리스마를 살리는 동시에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훌륭한 변신 이었습니다. 이전 작품을 연상할 수 없을 만큼 외모나 코디, 화장도 많이 변했지만 전혀 다른 사람같단 느낌이 들더군요
2013년은 이다희가 오랫동안 길러온 잠재력이 폭발한 해 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비밀'의 캐스팅은 그녀의 연기 인생을 바꿀만한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2013년 한해동안 가장 성공한 드라마에 이보영, 지성 부부가 있다는 것도 특별한 일이지만 이다희라는 매력적인 배우가 등장했다는 것도 최고의 행운이 아닌가 싶네요. 냉정하지만 정의를 원하는 서도연의 캐릭터와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면서도 집착하는 신세연의 캐릭터는 비슷한 듯 많이 다릅니다.
시청자들로서도 이다희의 성공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TV에서 볼 수 있는 주연급 여배우들은 많이 늘었지만 다양한 캐릭터의 여배우는 아직 부족한 편이죠. 2003년부터 10여년 동안 이다희가 보여준 변신만 봐도 생각 보다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을까 기대되고 '크크섬의 비밀'의 허당녀같은 캐릭터도 잘하지만 '비밀'의 신세연처럼 자존심이 강한 캐릭터도 얼마든지 가능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주연급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시선을 사로잡는 장점도 있지만 다듬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발전이 가능한 배우 라는 기대가 듭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황정음의 다음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성공이면 충분히 다음 작품도 잘 고르지 않을까 하는거죠. 마찬가지로 이다희 역시 어떤 드라마를 선택할지 충분히 눈여겨봐도 좋은 배우 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 10여년의 세월을 기다려왔다는게 기특하게 여겨지는 배우 중 하나기도 합니다. 다음 작품에서도 신세연이나 서도연 캐릭터와 유사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역할이 되든 간에 신중히 골라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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