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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 불륜이 남에게 알려질 때 일어나는 일들

Shain 2014. 1. 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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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에 대한 적대감은 기혼 남녀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배우자의 외도로 마음고생을 해본적 있는 사람들은 똑같은 일을 겪은 상대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의 영경(김혜나)이 송미경(김지수)을 적대시하다가 나은진(한혜진)이 미경의 남편과 불륜 사이였다는 걸 알고는 미경을 언니라 부른 것처럼 말입니다. 영경은 십년 넘게 알고 지낸 후배 은진에게 물을 끼얹고 쿠킹 클래스에서 쫓아낼 정도로 분노합니다. 불륜에 대한 분노는 언제든 타오를 수 있는 활화산입니다. 비록 그것이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라도 말이죠.

'서로 괴롭히면서 지옥에서 사는거 그만 하자' 은진에 대한 애증으로 괴로워하던 김성수는 이혼을 선언한다.

얼마전 '사랑해서 남주나'의 한유라(한고은)가 내연남의 아내에게 폭행당했죠. 장윤철(조연우)의 아내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백화점이란 사실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유라를 마구 팹니다. 한유라를 하대하며 '도둑년'이라 부르는 부인의 모습은 드라마에서 자주 봐서 익숙하지만 제가 놀란 건 주변 사람들이 자연스레 그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는 점입니다. 드라마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고 설정한 근거에는 사람들이 '불륜녀'를 혐오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댓글도 '도둑년'이니까 괜찮다는 식의 반응이 있더군요.


나의 불륜이 남에게 알려진다는 건 동네 여자들이 손가락질하고 노려보는 대상이 된다는 뜻이고 남자들이 아무렇게나 툭툭 뱉는, 시시껄렁한 음담패설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고 밖으로 나다니기 힘들 만큼 심리적 고통을 받게 된다는 뜻이고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경계하는 사람이 된다는 말입니다. 불륜은 법적으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부부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지독한 '범죄' 입니다. 나은진의 어머니 김나라(고두심)가 딸이 부끄럽다며 두들겨 팬 이유도 그것 때문이죠.

한번씩 불륜을 저지른 두 남자 김성수, 유재학은 묘하게 뻔뻔하다.

나은진은 남편 김성수(이상우)의 바람 때문에 허전한 마음이 생겼고 남편이 채워주지 못한 마음을 달래지 못해 유재학(지진희)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결혼생활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유재학과 나은진의 만남은 서로의 배우자에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면에서 운명이었지만 어쨌든 부정한 일은 부정한 일이죠. '같이 잤냐 안 잤냐'는 통속적인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기도 괴로운데 정신적인 불륜이라도 마음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라 사람들은 이미 은진의 불륜을 육체적인 관계로 생각합니다.


사실 한번 불륜을 저지른 김성수가 나은진을 다그치는 모습도 약간 지나친 감이 있는데(이래서 김성수를 촌놈으로 설정한거겠죠) 불륜남인 유재학이 김성수에게 뻔뻔하게 대답하는 모습도 약간 불편한 구석이 있죠.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발생하는 불륜 상황은 상대 여자를 죄인으로 만드는 반면 남편은 당당하게 행동합니다. 가족을 꾸리는 여성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와 남성들의 복잡한 사회적 입장이 묘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같기도 하죠. 양쪽의 불륜을 똑같이 나무라는 사람은 김나라 뿐인듯 합니다.




 

 

 

 

불륜이 남에게 알려질 때 일어나는 일들은 일종의 여론 재판입니다. 불륜을 저지른 당사자는 보이지 않는 주홍글씨를 달게 되고 불륜의 원인을 제공했든 하지않았든 간에 불륜으로 피해입은 배우자는 남들의 안주거리가 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이나 오지랍 보다 더 무서운게 있죠. 그건 바로 주변의 눈 따위는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미쳐가는 마음, 그리고 부부 때문에 다치는 가족들입니다. 질투에 눈이 멀어 내연남과 내연녀를 잡아죽이고 싶다가도 한순간 내 남자와 내 여자를 잃는게 무서워 슬퍼합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미경의 태도. 재학은 소모적인 싸움에 서서히 질려가지만.

하루는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게 몰아부치다가 하루는 멀쩡하게 가족들을 건사하는 송미경에게 재학도 미칠 지경입니다. 이제는 정상적으로 부부 관계가 자리잡았다 싶었는데 '누가 더 좋았냐'고 묻는 아내에 재학은 학을 뗍니다. 미경은 용한 무당을 찾아가 말도 안되는 꼬임에 솔깃하기도 하고 남편과 연락되지 않으면 나은진과 함꼐 있나 싶어 곧바로 은진에게 전화하기도 합니다. 은진의 불륜을 알게 된 김성수도 미경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분노의 나날을 보내고

있죠.

조그만 아이일 때는 엄마 아빠가 남녀 간의 사랑은 전혀 모르는 어른들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린아이의 눈에는 아빠는 늘 일하느냐 바쁘고 엄마는 집안일 하랴 아이들 돌보랴 시간이 없었습니다. 가끔은 피곤에 지쳐 딸의 어리광도 못 받아주는 부모님을 보며 부부란 원래 저렇게 가족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구나 막연히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감정 다툼은 시간낭비이고 어른이 되면 그런 감정싸움 쯤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연륜이 생기겠지 - 정말 그렇게 믿었더랬죠.

주변 사람들의 냉대 보다 무서운 건 미쳐가는 나 자신과 그 때문에 잃어버릴 수도 있는 소중한 것.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어른이라고 모든 걸 어른스럽게 처리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착하고 성실한 와이프를 두고 어린 여자에게 수작을 거는 아저씨들도 있었고 집안일 보다는 내 한몸을 꾸미기에 바쁜 유부녀들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평소 깔끔하고 외모에 신경쓰던 교수님 한분이 후줄근한 모습으로 수업을 했는데 육순이 다 된 교수님이 이러더군요. 이 나이에도 질투하고 부부싸움하고 할 건 다한다고 말 입니다. 드라마와 비슷한 문제로 부인과 싸우고 집을 나온 참(쫓겨났다는게 맞을지도)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나은영(한그루), 송민수(박서준) 커플처럼 너만 있으면 된다며 사랑하기 바빴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예상치 못한 현실적인 문제들로 서로에게 실망하고 우자가 바람을 피우면 절절 끓는 애증으로 피를 말릴 듯 싸우기 시작 합니다. 백년도 안되는 삶을 살며 수없이 많은 부부가 손하나 까딱할 힘이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장미의 전쟁'을 벌입니다. 쿨한 관계는 말 뿐이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만큼 소모전은 계속 되죠. '서로 괴롭히면서 지옥에서 사는거 그만 하자'며 넉다운을 선언한 김성수처럼 헤어지면 이 고통이 끝날까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

미쳐가는 일에 지친 김성수 은진에게 이혼을 선언했지만 - 그들 부부의 대립은 계속 될까?

드라마 속 김성수, 나은진 부부의 불륜은 주변 사람들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어머니 김나라는 딸을 생각해서라도 잘 다독여 살아보라 조언하고 성수, 은진 부부도 사랑했던 기억 때문에 서로를 놓아주기 싫어하지만 이렇게 큰 상처가 드러난 이상 같이 살기 힘든지도 모르죠. 이 부부의 다툼이 부부의 최종 '진화' 과정이 될 지 아니면 마지막을 고하는 종착역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손가락질하고 수군거려도 그들 부부의 문제는 남들이 개입할 수 없는 비밀스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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