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삼성기름유출사고 - 대한뉴스의 관심은 언제쯤 태안에게?

Shain 2008. 3. 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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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사고가 궁금해 몇가지를 읽고 오는 길이다. 예전, 국가홍보 수단이 마땅치 않을 때 국가홍보용 영상을 만들어 '대한뉴스'란 이름으로 배포하곤 했다. 청와대 소식, 대통령 동정 등 국정홍보용 수단이 뉴스의 전부이던 시절이니 그 성격을 짐작할 만할 것이다 (영상홍보원에 가보면 재미있는 동영상들이 참 많다 - 여러 의미로 '아스트랄'하다). 1994년경 한국정책방송으로 바뀌어 영상홍보원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굳이 대한뉴스를 거론하는 까닭은 요즘 뉴스를 보니 수십년전 생각이 나기도 하고, '사소한' 국민의 피해 보다 '업적의 우월함'을 강조하는게 얼마나 쉽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권력을 가진자의 긍정적(?)인 시선을 강조할수록 국민 개개인의 어려움을 호소할 곳은 줄어간다. 아직 네이버엔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로 검색되고 있는 이번 '삼성기름유출사고' 기사는 또다시 예쁜 기사로 뒤덮여 가고 있다. 방제 활동으로 피부가 오염되고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는 태안에 관한 기사는 자꾸 뒤로 밀리고 있는거다.

새정부 출범 이후 한승수 총리가 태안 지역을 방문했다는 기사가 연합뉴스를 채웠다. 실리를 중시한다는 이번 정부가 대한뉴스로 홍보되던 류의 '방문', '위로', '대책 논의'라는 '전통적인' 홍보 멘트로 채워진 보도 자료를 이용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예전에 많이 보던 방법이 이번 정부에 와서 다시 부활될 모양이다. 틀에 박힌 '사진 몇장 찍는 것' 만큼 정치인들이 일하기 쉬운 방법이 없었단 사실을 기억해냈나 보다. 주민들의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는 정확하게 듣긴 들었을까?

 
삼성중공업 VS 허베이 스피리트 유조선, 한판 붙었다.

국내 최고의 변호사를 내세운 삼성중공업은 이번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대응을 결코 만만하게 하지 않았다.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될 듯 하다는 이번 재판은 허베이스트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가열찬(?) 싸움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조금이라도 더 책임 비율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손해배상액을 줄이고 싶어하는 그들의 싸움이 대단하다.

정부는 이번 태안 주민들의 피해를 '민사 소송'이라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대신, 주민이 소송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간단한 법률지식인 지원해서 홍보하고 계도하는 지원, 법무법인 충정이 3월 3일 피해주민 측 소송대리인으로 나섰다고 한다. ) 피해 개인에겐 어느 회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는지 보단 생계를 돌려받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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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선의 줄이 재활용됐다? 이미지 출처 : 한겨례신문


간단히 둘러본 바로는 PD수첩에서 삼성중공업이 보여준 입장은 거의 변함 없다(이미 각본이 다 짜여졌단 뜻). '해양수산청의 연락을 무시하고 항해한 적도 없고, 항해일지도 조작하지 않았다. 그러니 기상 악화에 의한 우발적인 사고이며 삼성중공업 측의 무리한 항해를 위한 압력은 전혀 없었다' 라고 요약된다. 주장에 의하면 고의적인 건 거의 없으니 불꽃튀는 법정 공방이겠다.

예인선단이 사용한 크레인선 줄(일기가 고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장비로 크레인을 끌고 출항한 자체도 선단 측의 문제로 지적됐다. 크레인을 지탱하던 그 끊어진 철사줄이 화제에 오른 것)이 재활용된 물건이며 관리 대장도 없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반대로 삼성중공업 측 역시 자신들은 정상항해를 하고 있었으나 유조선 측이 선수를 돌려 충돌했다고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정 공방은 한겨례 신문에 잘 요약되어 있다.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삼성중공업이 내놓는 1000억?

국회가 아무리 '태안지역지원 특별법'을 만들어 주더라도(?) 삼성중공업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이번 재판이 끝나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최소 1조원 이상 5조원까지도 예상되는 이번 피해에 주민들은 정신적 충격으로 앞날까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무한책임'이라는 말이 무섭게 들릴 만도 한 상황이다. 자살한 분부터 의욕을 잃은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장할 수 있는 금액은 천문학적이다.

아무 일 한 것없이 하루 아침에 생계 수단을 잃게 된 피해 주민은 기약없이 재판을 기다려야 하니 몇배는 더 억울할 상황이지만 악재를 가여워하는 언론들이 삼성을 따뜻이 어루어만지니 그리 암담하지는 않을 듯 하다. 태안을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해 노력한 자원봉사자들, 그들의 방제복이 부실해 건강의 위협을 느낀다고 하는데 이 책임으로부터 어떻게 도망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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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과 부실방제로 인한 태안주민 신체건강 및 정신적 피해 조사결과 발표 (출처 : 오마이뉴스 - "태안 주민 10명중 2명 자살충동")


언론사 프레시안이 얼마전 삼성으로 부터 고소당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네이버 뉴스에 링크된 '치사한 훈이 아빠'라는 기사는 삼성의 노골적인 이미지 공세와 그에 상충되는 그간의 행동들을 비꼬고 있다. 삼성이 따뜻한 광고를 날릴 때는 뭔가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뉴스는 줄어들어도 '고맙습니다' 광고는 줄지 않았다는 지적이 타당해 보인다.

삼성중공업이 기름유출사고 재판 결과하고는 무관하게 천억원을 출연하겠다는 뉴스가 언론을 채웠다. 대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는 그 배후가 무척 비장해 보인다. '모든 것이 고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치열한 법정공방은 속사정이고 밖으로 보이는 자선사업 이미지는 겉사정인 셈. 우연히 기상이 악화되고, 철사줄이 낡았고, 거제소도 바빴고, 경고도 못 들었고, 어쩌다 항해일지도 조작했다는 주장을 펼쳐 이기자면 천억원 쯤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초반에 이야기를 꺼낸 대한뉴스는 총 2000개 정도가 발행되었다고 한다. TV도 흔치 않던 시절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정세나 정책 등을 홍보하기에 그만한 매체가 없었지만 70년대 대한뉴스 중엔 유신을  찬양하는 내용이나 특정 정치인을 미화하는 내용도 섞여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대한뉴스로 가득찬 대한민국 안에서도 밝혀질 진실은 언젠가 밝혀졌다. 삼성, 브랜드 이미지가 겉보기 만으로 유지되는 시절은 지났다(왜 삼성 검사실에 누구 사위가 있단 말이 떠오르는겐지 - 속성이 비슷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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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 태안주민들 "1천억원은 턱없이 부족"



출처 :
http://film.ktv.go.kr/
네이버 뉴스 - "치사한 훈이 아빠"
네이버 뉴스 - 태안주민들 "1천억원은 턱없이 부족"
프라임경제 - 삼성중공업, 또 '미운오리 새끼' 된 사연
네이버 뉴스 - “태안 특별법 개정·삼성중공업 무한배상” 전남 피해어민 1600명 상경시위
네이버 뉴스 - [환경운동연합] <논평> 삼성중공업 1천억원 지원, 주민을 우롱하는 처사
참세상 - 허베이스피리트호의 기름유출과 삼성의 무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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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  - '삼성의 변호사', 해결사 또는 처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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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갯벌 보다 시커멓게 탄 마음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 참세상


ps. 네이버 댓글을 보다 인상적인 답글을 봤는데 삼성이란 대기업을 죽이려고 안달난 한겨례와 네티즌을 비난하는 내용이더군요. 삼성 까짓껏 죽던 말던 전 별로 개의치 않지만, 삼성과 태안 주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애타는 심정을 한마디 전했을 때 실어주는 거대 언론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삼성은 알아서 유리한 입지를 점령할 것이니 절대 걱정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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