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딜 가나 소위 '갑질'이 화제다. 기업을 사적인 소유물로 생각하는 한 항공재벌이 항공법까지 무시하며 승무원들을 쥐락펴락한 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소위 진상 고객이 백화점 직원들을 하대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행사하는 부당한 행위 갑질. 드라마 '전설의 마녀'에도 신화그룹의 음모로 감옥에 가고 그들의 갑질로 인생을 고달프게 살고 있는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문수인(한지혜)과 여자교도소 동기들은 토스트 노점을 운영하다 마주란(변정수)의 계략으로 푸드카를 잃고 생돈을 물어줄 처지였다. 이제는 같은 교도소 출신인 911번 김영옥(김수미)의 도움으로 빵집을 차리고 이젠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이게 웬일. 재벌 갑질과는 다른 심술맞은 갑질이 문수인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투자자 김영옥이 막무가내 갑질을 시작했다!
같은 감방 출신인 심복녀(고두심)와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였던 김영옥은 공황장애에 외롭다며 고집을 부려 심복녀의 연인 박이문(박인환)네 집에 얹혀 살게 됐다. 졸지에 심복녀, 문수인, 서미오(하연수), 김영옥까지 객식구로 맞게된 박이문 가족은 김영옥이 일으키는 분란에 조용할 날이 없다. 빵집에 돈 투자했다며 박이문의 집으로 밀고 들어온 것도 밉쌀맞은데 박이문을 목표로 들이대는 김영옥은 박이문이 심복녀에게 몰래 건낸 쪽지까지 빼돌린다. 그 일로 박이문과 심복녀가 쪽지 때문에 벌어진 오해로 대판 싸우나 했더니 쪽지를 대신 읽어준 별이(이한서)의 폭로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김영옥이 외로워서 심복녀와 박이문 사이를 질투하나 싶어 철물점 사장 김덕구(권성덕)을 소개시켜준 박이문. 김영옥은 보청기를 끼지 않으면 말귀도 못 알아듣는 노인네를 소개시켜줬냐며 팔팔 뛰고 화가 나서 앓아눕는다. 김덕구 할아버지는 한술 더 떠서 병문안 온다며 빨간장미 다발을 들고 오고 김영옥은 분에 못 이겨 또 소리를 지른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짝이 있고 사랑싸움하느냐 난린데 복권에 당첨되고도 혼자만 인연이 없는 김영옥 열이 받아도 제대로 받았으렷다. 한참 달아올라 달달한 냄새를 팍팍 풍기는 세탁소네 연인들에게 빵집 운영이 잘 안된다는 핑계로 연애금지령을 내리고야 만다.
사장이 고용한 직원에게 연애하지 말라 해도 억울한 시대에 빵집에 투자했다고 연애하지 말라니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고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제 제법 연인 분위기가 나는 남우석과 문수인도 이제 부부나 다름없이 세탁소를 꾸려가는 박이문과 심복녀도 한참 티격태격중인 탁월한(이종원)과 손풍금(오현경), 차도진(도상우)과 혼인신고를 마친 광땡이 엄마 서미오도 김영옥이 연애하지 말란다고 연애 안할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놈의 이억이 뭔지 빵집에서 투자금 빼겠단 소리에 찍소리 안하고 눈치를 보는데 이거 회사에서 이렇게 연애까지 단속하면 갑질이라고 팔팔 뛸 일이지.
그런데 김영옥의 심술이 워낙 막무가내라 그런지 피식피식 웃음만 나온다. 나 빼고 다른 사람이 다 연애한다니 속이 뒤틀리고 심술이 나서 돈으로 유세하고 싶은 김영옥. 김영옥이 돈줄을 쥐고 있으니 뭐라고 대들 수 없고 외로워서 몸부림치는 김영옥의 속사정 아는 처지에 대놓고 연애금지령을 무시할 수도 없는 빵집 여자들은 슬금슬금 김영옥의 눈치를 본다. 하다하다 연애까지 간섭하는 투자자라니 세상에 뭐 이렇게 웃긴 갑질이 다 있는지 김영옥의 막무가내 캐릭터는 우리 사회의 갑질을 묘하게 코미디로 풍자한다. 사원이 마음에 안든다고 무릎꿇리고 해고하는 갑질이 김영옥의 심술과 본질적으로 뭐가 다르겠는가. 아무리 재벌이니 고위층이니 폼잡아도 갑질의 본질은 김영옥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래도 '전설의 마녀'에서 코믹한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영옥은 미워할 수 없는 갑이다. 연애하지말라고 소리소리 르다가도 교도소 동기들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는 누구 보다 적극적으로 같이 복수해주는 의리의 갑이다. 빵집 장사에나 열중하라고 직접 세탁소집 식사를 차려주고 마주란이 빵집 매출을 줄어들게 만든 음모의 당사자라는 걸 알게 되자 마주란을 혼줄내줄 작전을 꾸미는 김영옥. 아닌 척하면서 가족처럼 세탁소 사람들을 챙겨주는 김영옥의 갑질은 그나마 인간적으로 밉지 않다는 게 직원들 무릎꿇리는 갑질과의 큰 차이점이겠지. 피 한방울 안 섞였어도 세탁소네 사람들은 가족같은 사이니까.
오늘 밤에는 남우석이 심복녀의 잃어버린 아들이란 출생의 비밀이 드러날 것같고 빵집 '마녀'들이 곧 신화그룹에 복수를 계획할 분위기다. 살인 누명을 뒤집어쓴 심복녀와 주가 조작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문수인, 살인미수 혐의로 들어갔던 서미오. 탁월한의 도움으로 마주란을 함정에 빠트릴 김영옥은 앞으로도 그녀들에게 큰 도움을 줄 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라는 명목으로 외로움에 사무칠 때 마다 마녀들에게 연애하지 말라고 떼를 쓰고 막무가내로 방해하겠지만 그렇다고 마음먹고 못된 짓을 할 리도 없는 김영옥. 그녀들이 성공해서 투자금 갚으면 그때는 이런 심술도 못 부릴 거고 갑질이라도 이런 애교스러운 갑질은 어쩐지 인간적으로 참 귀엽지 않은가?
'한국 드라마 이야기 > 한국 드라마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펀치, 이태준과 박정환의 짜장면 먹방이 중요한 이유 (0) | 2015.01.28 |
---|---|
''하이드 지킬, 나' '킬미 힐미'와 다중인격도 비교되는데 고릴라 무리수까지 (3) | 2015.01.22 |
오만과 편견, 기묘한 현실감이 느껴지는 구동치와 문희만의 결말 (2) | 2015.01.14 |
킬미힐미, 산만한 분위기는 마이너스 지성의 연기는 최고 (0) | 2015.01.08 |
'힐러', '오만과 편견', '펀치' 월화 드라마 세편의 치명적인 매력 (3) | 2015.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