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

스물다섯 스물하나, 열여덟의 나를 그리워하는 백이진에게

Shain 2022. 2. 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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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기는 드라마는 처음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처음에 이런 내용인 줄도 모르고 시청하다가 오호라 정말 재미있다 싶었습니다. 드라마가 웃기다 울리다 하네요. 이건 10대와 20대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출연하는 사람들의 이름도 몰랐기 때문에 대체 저 배우가 누구냐 궁금해하다가 그 유명한 '김태리'의 출연작이란 걸 알았네요. 아니 생김새로 보면 어느 정도 유명세가 있는 배우인 줄은 짐작했는데 그게 김태리인 줄은 몰랐다는 게 더 맞는 말일까요. 사실 좀 제게는 뜬금없는 등장이었습니다. 저렇게 젊고 밝은 배우 역할을 잘하는 줄은 몰랐거든요. 개인적으로 김태리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 반갑네요.

 

책대여점에서 책이나 빌려보는게 그들의 낙이었는데 평범한 일상

 

드라마는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약간 화면이 흐릿하고 선명하지 않게 찍혀 있습니다. 고증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화면도 옛날 드라마처럼 꽉 차고 가끔씩은 음악도 묘하게 연출합니다. 전반적으로 옛날 드라마 흉내 내는 요즘 드라마 같지만 시기를 다양하게 만드는 게 목적인 것 같으니 그 부분은 그러려니 합니다. 총 24년이란 시간을 다루려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죠. 더군다나 대학생 나희도와 나이 든 할머니가 된 신재경(서재희)이 함께 등장하려면 오류가 생갈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41세의 나희도는 아버지가 다른 사람인가요. 백이진(남주혁)이 아닌 김민채(최명빈)가 나희도의 자녀인가 봅니다.

 

이 시기에는 학생들이 수업을 빠지고(혹시 요새도 그러나요) 수업 대신 운동을 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출석일수가 모자란 아이들을 빼면 대부분 진도야 어떻게 되든 말든 수업을 듣기도 하죠. 책 한 권 없이 수업하러 간다고 아이들이 공부를 할 리도 없고 차라리 잠이나 자게 해 주면 좋으련만(수업 준비를 제대로 시키든지) 절대 그러는 법이 없이 아이들은 진도를 나가곤 했죠. 사실 2화에서 메탈 음악이 들릴 때 들리던 음악은 깨진 유리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충 막은 본새가 오히려 깨진 유리를 닮았어요. 거기에 있을 법하지 않은 유리가 창문을 가로막으니 순식간에 갑갑한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백이진(남주혁)이 시기적으로 그때와 멀다는 뜻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 내가 망한 학생이긴 한데 말야 - 기운빠지는 아는 척

 

씩씩하고 용감하고 아니 용감하다 못해 무식한 나희도(김태리)는 뭘 해도 직진입니다. 성질을 부릴 때도 하다 못해 남에게 따지고 들 때도 남들의 사정을 따지고 들 때도 직진입니다. 펜싱부 받아달라고 무식하고 촌스럽게 엎드려 빌기부터 합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전학 가겠다고 마음먹은 나희도는 생각보다 전학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알게 됩니다. 시비 거는 아이들과 말을 텄더니 이 착한 녀석들은 '운동 선구는 몸이 생명인 거 몰라'면서 오히려 겁을 주고 패싸움에 끼어들기 위해 쫓아가는 아이들은 웬 펜싱선수 보다 칼싸움을 더 잘합니다. 10대의 패기가 그런 것인지 결국 나희도는 기어코 전학을 가겠다며 화장을 떡칠하고 등장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지낸 지 한참이라 순진한 10대의 사정을 알 바는 아니지만 확실히 나희도가 또래의 아이들보다 순진한 건 사실인 것 같죠. 그런데 대체 왜 나희도와 백이진은 성이 다를까요(대체 왜!!!). 나희도의 엄마는 나 씨이고 딸은 중간에 성이 바뀐 걸까요 아니면 성이 바뀔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지만 두 사람이 꼭 결혼한다는 가정하에 새로운 성이 생기는 경우가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가명을 썼을 상황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의아하긴 하죠. 나희도의 아버지가 이름이 바뀌지 않는 한 두 사람은 가족으로 살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누군가 개명하기 전에는 말이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분명히 나희도와 백이진의 자식인데 그들의 아이는 김씨 - 혹시 남의 일기장?

 

사실 그 외에도 잘 보면 고유림(보나)의 운동화는 아무 무늬가 없는 소위 메이커 운동화가 아닙니다. 원래부터 비싼 운동화도 아닌 것 같습니다. 비밀이 많은 고유림은 운동화의 가격이 싸서 부끄러워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성깔 부리는 운동부 선배에게 고분고분 굽히고 살아야 편하기 때문일까요. 남들이 부러워하고 동경하지만 누구도 아직 고유림의 비밀을 알지 못합니다. 가까워지기는 커녕 아는 척도 하기 힘든 고유림의 모습에 점점 더 거리를 낍니다. 지금은 고유림을 동경한다고 말하지만 그때의 나희도는 말도 걸지 못했습니다. 1998년의 고유림은 대체 왜 말을 자신을 동경하는 고유림에게 말도 붙이지 않는 걸까요.

 

 

 

 

 

어디를 향해도 이상하지 않은 백이진의 마음

 

하루 종일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백이진은 아침에는 신문배달, 저녁에는 알바로 일하는 책 대여점에서 일합니다. 하루 온종일 근무할 수 있을 텐데 싶어서 알아봤더니 하루 종일 남의 눈에 띄지 않고 근무할 수 있는 곳은 마땅치 않더군요. 빚쟁이에게 쫓기지 않으면서 근무할 있는 곳은 몇 곳이 없더라 이 말입니다. 하루아침에 럭셔리 부유층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진 백이진의 인생은 보기만 해도 가엽습니다. 빨간딱지만 잔뜩 붙은 그 집에서 오죽하면 보증할 수 있는 게 월급뿐 입니다. 월급 나오는 대로 조금씩 갚겠다며 '절대 행복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처럼 바닥을 긁다 못해 먼지까지 긁어도 그 집에서 나올 것은 없습니다.

 

분명히 나희도의 신발을 바라보던 고유림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죄송하다'는 백이진의 말은 슬프다 못해 처량해 보입니다. 정말 할 수 있는 것도 몇 가지 없고 돈을 벌 방법도 없는데 어떻게든 이진은 먹고살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 또래의 젊은 20대가 빚에 쪼들리며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에 꼭 잊지 않고 따라붙는 건 '망했다'는 수식어죠. 가족을 다시 모으고 싶다는 이진의 말처럼 그들은 언젠가 다시 모 여살 수 있을까요. 그래도 선배라고 후배 지승완(이주명)에게 먼저 인사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망하셨냐고'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묻는지 아무리 동네 유명인이 이라도 그냥 내버려 두면 좋을 텐데 이러다 다시 살만해져도 그들은 그렇게 말할지 모릅니다. '망했지만 이제 살만해진 백이진'이라고 말입니다.

 

어쨌든 풀하우스 12권은 여전히 그들의 주된 관심사고 그 책이 찢어질까 봐 노심초사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첫사랑이 시작되지 않은 백이진과 나희도처럼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깟 펜싱 어떻게 되든 말든 하는 심정으로 전학가지 않았다면 나희도는 펜싱부에 남을 수 없었었겠죠. IMF로 부도난 펜싱부 때문의 그들의 운명이 변한 것처럼 어떤 기적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90년대의 인생은 정말 빠르게 변했고 나희도, 백이진, 고유림, 문지웅(최현욱), 지승완(이주명)의 운명에도 어떤 큰 지각변동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너의 시간도 시작된 게 아니란다 백이진

 

'네 첫사랑은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말처럼 백이진은 어쩌면 어른처럼 굴지만 그 어른 같은 말에 숨겨진 진심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어린데 어리게 투정도 부리지 못하는 백이진 - 그들은 아직 제대로 인생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거리 조절에 실패했다며 울먹이는 나희진 - 그들은 서로 거리 조절에 실패한 겁니다. 아니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서로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의 고교 시절을 보며 마치 먼 옛날 일처럼 그리워하는 백이진에게 너의 어린 시절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지요. 백이진 너도 아직 청춘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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