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

불가살, 후회하는 불가살과 안타까운 혜석의 삶

Shain 2022. 2. 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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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살'은 여러모로 특이한 드라마죠. 예상을 뒤집는 이야기가 매주 전개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죽어야 했던 혜석(박명신)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을 울렸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는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저주를 퍼붓고 아이를 겁먹게 해서 놀라게 하더니 저주를 벗고 난 후에는 전혀 딴 사람이 됩니다. 그녀의 저주가 혜석 본인의 뜻이 아닌 것처럼 그가 내리는 저주도 본래 그녀의 뜻이 아니라 남이 전해주는 전언 같은 것이었나 봐요. 본인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하는데 무서운 저주를 내리니 남들은 무서워하지만 혜석은 그런 활(이진욱)에게 불쌍한 마음이 있었나 봐요. 생각해보면 혜석의 인생은 딱하기 짝이 없습니다. 늘 혼자 살았고 주변에 사람이 없었죠.

 

혜석은 갑작스럽게 사람들 곁을 떠나간다.

 

그런데 이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는지 민시호(공승연)도 핏줄인 아기를 제외하면 혼자 살던 캐릭터입니다. 유일한 자매였던 민상운(권나라)이 있긴 하지만 늘 도망 다니며 알바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민상운은 혼자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권호열(정진영)과 남도윤(김우석)도 형제가 있긴 하지지만 혼자 사는 캐릭터고 그들은 활이 아니더라도 혼자 살거나 외로운 삶을 살았죠. 그 외로움을 잘 알기에 서로에게 정을 더 붙였고 가족처럼 지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14회 첫 장면에서 울먹이던 목소리의 어린아이가 등장했는데 다 자란 혜석이었죠. 의지하던 활이 혜석에게 정을 주지 않고 계속 떼어놓으려고 하니까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활의 인생을 그동안 지켜본 사람은 이제 옥을태 밖에 없습니다. 활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꼬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옥을태(이준)는 원래 악역이었지만 점점 더 가혹한 운명의 장난에 시달리는 존재처럼 보이죠. 오히려 가엽다고 생각했던 활의 서사가 더욱 악역처럼 보입니다. 옥을태는 활에게 말을 해줄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운명들의 비밀을 털어놓으면 그동안 쌓인 사람들의 운명도 털어놓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 자체가 업이 될 것입니다. 고작해야 남도윤에게 자신이 옥을태에게 몇 번 죽었다는 사소한 비밀이나 털어놓은 게 옥을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을 것입니다. 천 년 전에 시작된 그들 운명의 비밀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네요.

 

살아있을 때 좀 더 잘해주면 좋았을텐데 활은 후회한다

 

옥을태의 전생은 현재의 불가살과 단단히 얽혀 있습니다.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운명은 600년 전이 아닌 천 년 전에 시작된 이야기였습니다. 모든 전생을 기억하게 되면 누군가 죽는다고 했지만 그 기억의 '주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대부분의 캐릭터는 지금 여러 번 환생한 까닭에 대부분 지금이 마지막 환생입니다. 천 년 전에 불가살은 스스로 환생을 선택한 적이 한번 있습니다. 다시 죽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그때도 다른 운명에 엮인 것인지 몰라도 반쪽자리 불가살이 되어 죽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옥을태는 어디까지나 강하게 태어나고 싶었을 뿐인데 그 마음과 달리 병에 걸린 몸으로 살게 되었죠. 병약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불가살이 되고 싶었는데 완전한 몸 대신 항상 아픈 몸을 얻게 되었죠.

 

 

 

 

누가 누구의 인연인지는 이제 상관없다

 

유명 드라마 대사 중에 '육체는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죠. 환생에 연연하지 말고 현생에 충실하라는 뜻인 거 같습니다. 뭐 한 번도 환생하지 않은 옥을태에게는 중요한 말이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또 예전 드라마 중에 '환생'이라는 드라마는 출연진 4명이 각기 다른 역할로 출연해 매우 다른 역할을 연기합니다. 조선, 고려, 일제강점기, 현대의 시기 동안 펼쳐지는 출연진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죠. 누가 누구의 환생인지는 생각해보면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태어난 업을 마치고 새로운 삶에 충실하게 사는 것인데 그 까닭인지 권호열(정진영)은 그들의 전생에 대해 한 번도 옥을태에게 말하지 않습니다(전생에 네 아버지가 귀물의 환생이라는 지나가는 말을 빼면). 마치 이번 생에도 그냥 '지나가십시오' 하는 태도로 그 부자를 무심하게 대하죠.

 

옥을태는 권호열에게 사진 한장을 주고 그 사진의 정체를 알려준다

 

불가살이 되고 싶어 하는 활에게 옥을태는 무시무시한 저주를 내립니다. 그 때문에 활은 착하게 옥을태가 하는 말을 고분고분 따르고 자신의 지난 환생을 따로 묻지도 않죠. 그냥 자신은 600년 동안 억울하게 저주받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나를 찾아 불가살로 만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혼을 빼내 그 검은 구멍이 닫히지 않을 것이며 살이 찢기는 고통을 매일 느낄 것이다'라는 이 저주의 시작은 결국 활의 손으로 직접 만든 그리고 이제는 없앨 수도 없는 그 구멍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동안 불가살이 된 활을 없애려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 구멍을 만든 당사자가 활이라니 놀랍고도 슬픈 일이죠. 활은 옥을태 때문에 자신도 함부로 죽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활은 자신 때문에 아이들을 구하려다 죽은 혜석이 남긴 흔적들을 보며 괴로워합니다. 살아있을 때는 혜석에게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도 못 했는데 이제 해석은 다시 살아나지 못합니다. 환생으로 살아난다 쳐도 그건 다른 아이일 뿐이겠죠. 해석은 불가살과 영노(권동호, 저분이 배우 권동호 씨더라고요 - 얼굴이 너무 달라서 못 알아볼 뻔)에게 공격받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민상운과 떨어져 혼자 남게 되니 폐가에서 죽어버린 해석이 떠오른 것입니다. 가족 같은 사람이고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는데 어떻게 혜석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요. '맨날 같이 살자'라고 하던 혜석이 귀찮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 같았는데 600년 동안 같이 남은 혜석 말고는 이제 아무도 곁에 없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죠.

 

혼자 남게된 민상운에게 활이 찾아오고 지켜준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쫓기던 어릴 때부터 혜석에겐 활 빼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왜 살아있을 때 좀 더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을까요 - 어린 시절 혜석을 뒤쫓던 활이 미워서 그랬다지만 인간의 삶은 굉장히 짧다는 것을 활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활은 살아온 시간은 천년이지만 그 사이 어떤 사람에게도 인간적이지 못했습니다. 다정하게 말을 붙여보지도 못했고 말 한마디 따뜻하게 건네준 적이 없죠. 생각해보면 단솔(김우석)과 아찬(공승연)에게도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안아주지도 못하고 말 한마디 따뜻하게 못해줬다고 후회했지만 그는 그 오랜 세월 후회만 할 뿐 변한 것이 없습니다. 어떤 인간은 말할 시간도 없이 죽어 가는데 불가살이 된 활은 늘 후회만 쌓고 살아갑니다.

 

반면 이제는 더 이상 이룰 것도 소원도 없어 보이는 옥을태는 더 이상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 같은데 이상하게 아작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죠. 죽으려고 마음먹었었다면 옥을태의 생명은 끝났어야 합니다. 영원히 살고 싶다면 숨이 붙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설명이 되는데 검은 구멍 때문에 끊임없이 고통받으면서도 왜 살고 싶어 할까요. 죽음 같은 고통을 견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옥을태는 활에게 전화를 받고 형사 양세출(최재웅)을 찾아갑니다. 옥을태는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복수를 하고 싶어 한다는 옥을태의 꼬임에 넘어갑니다. 옥을태는 항상 중요한 말을 전해줄 때 말을 잘라먹는 습관이 있죠.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면서도 다른 말을 덧붙여 목숨을 단축합니다.

 

옥을태는 활에게 아버지에 대해서 알려준다 '내가 아냐'

 

드라마는 여러 인간군상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서로 죽여야만 운명을 타고난 불가살과 그를 쫓는 한 무리의 사람들 - 귀물들과 귀물을 상대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뒤섞여 얽혀 살죠. 처음부터 드라마는 서로 쫓기고 서로를 죽여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했지만 죽여야 하는 운명 속에서도 때로는 서로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선택을 합니다. 혜석이나 권호열로 인해 인해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요. 어떤 선택을 하든 이제부터는 본인들의 몫이지만 그 은원 속에서도 긍정적인 결말을 찾았으면 해요. 아무튼 활의 마자막 선택도 눈길이 갑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활이지만 예전과 같은 선택을 할지 아니면 옥을태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선택만 존중할지 아마 다르지 않을까 하는데 두고 봅시다. 혜석의 죽음은 생각보다 불가살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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