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문화 읽기

스물다섯 스물하나,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첫사랑 같은 배우 남주혁

Shain 2022. 4. 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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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순간이 오는군요. 끝까지 좀 두근두근 했더랬죠. 그래도 마지막엔 다른 사람의 손을 잡길 바랬었는데 역시 나희도는 어릴 때처럼 한번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는군요. 끝까지 손잡고 어울리지 않아도 동창이고 끝까지 우정을 나누지 않아도 친구고 끝까지 시랑하지 않아도 연인이었던 것처럼 - 그렇게 안되는게 추억은 그런 건가 봅니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남들처럼 한 번씩 상처 주는 말도 하고 남들처럼 미련에 울어보고 - 남들처럼 한 번씩 그래 보나 봐요. 그나마 다행인 건 고유림(보나)과 문지웅(최현욱)이 남들처럼 아웅다웅 싸우지 않고 곱게 헤아졌다는 건데 혹시 은퇴할 때 헤어지고 싸우고 그런 건 아니겠죠.

 

백이진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영원한 추억이 되었다.

 

아련한 첫사랑 느낌이다 - 백이진(남주혁)에게 많은 사람들이 그말을 할 때는 대수롭지 않았는데 진짜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첫사랑처럼 누군가의 '연인'으로 남지 않을 땐 아 남주혁이란 배우가 그런 느낌이구나 싶네요. 미운 것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닌데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고 남이 되어버리는 느낌 - 떠난 사람도 아닌데 막연히 남 같갔던 - 나희도가 싫어진 것도 아닌데 - 911 참사로 지쳐버린 백이진은 자기도 모르게, 마치 일에 미친 사람처럼 UBS 특파원 자원서를 써버립니다. 그때는 지쳐버린 백이진에게 그 신청서가 입영통지서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아 다행이구나 이렇게 도망갈 수 있겠구나 싶겠죠.

 

너무나 건조하게 둘의 대화가 흘러가죠. '잘 됐네 축하해'라고 희도에게 인사하지만 그동안 백이진은 정신적으로 계속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점점 더 건조해졌죠. 그건 나희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동안 몸이 떨어져 있어도 서로 응원해주고 힘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 나희도에게 출장은 멀고 먼 여행이었던 것입니다. '더 이상 나의 응원이 닿지 않는다' 나희도는 그때 백이진의 손을 놓아버렸고 이때 - '백이진 이제 나한테 그만 미안했으면 좋겠어' 이때 백이진도 마음속에서 되돌아가고 싶지만 답답한 그 기분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남자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는 기분을.

 

이별의 이유나 주고받은 상처가 이제 와서 중요할까 - 싶은 시간
백이진은 여전히 나희도를 그리워하며 종종 눈물을 닦아낸다.
잊을 수 없던. 눈오는 날 달칵거리는 동전을 넣으며 삐삐를 치던 기억

 

굉장히 안타까운 기분이지만 정말 서로 사랑했지만 내일이라도 다시 만나고 사랑한다고 속삭일 것 같지만 그들은 그대로 헤어지면 아마 다시 볼 수 없을 거에요. 남편이 누군지는 처음부터 상관이 없었고 앞으로도 누가 출연하든 관심 없었을 것입니다. 미래의 백이진이 예전 비밀번호 에피소드에서 과거의 비밀번호를 타이핑하던데 - 이제는 옛날 비밀번호는 자동으로 다 지워버리기 때문에 앞으로 그 20년 전의 비밀번호 같은 추억도 다시는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 결국 돌아 돌아서 예전 '사랑한다'라고 쓰여있던 예전 일기장이 다시 백이진의 손으로 이젠 나희도의 손으로 돌아갔네요. 꽤 오래 잔상이 남아서 '추억'이란 이름으로 기억날 것 같습니다.

 

 

 

 

굳이 헤어지자는 말은 아무도 안 했지만

 

백이진과 나희도가 헤어지지 않았으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 역시 가정의 영역이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백이진과 나희도는 마지막 방송에서 서로 가장 어른스러운 이별을 한 거란 사실을요. 그 날 이후의 백이진과 나희도는 얼굴은 같아도 아예 다른 사람일 거에요. 아쉬운 마음에 뒤적뒤적하다 보니 흥미로운 글귀가 있네요. 아마 등장인물들이 가상으로 남긴 시놉시스상의 글일 텐데요. '우리 기억 속 어딘가에 필터로 보정해 아련하게 남아있는 미화된 청춘, 우리가 보고 싶은 유쾌하고 아린 그 ‘청춘’을 그릴 것이다. 살벌하게 불태웠다 휘발되는 이야기 말고, 천천히 적시다 뭉클하게 새겨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같이 모이는 날이 이제는 상가집이 전부라니.
이제는 앵커가 된 백이진은 결혼을 앞두고 백이진에게 안부를 전하고

 

이 문장을 너무 늦게 보았네요. 아무리 제가 애타게 백이진 같은 인물을 보고 싶다고 말해도 그 사람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인물일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는데 깜빡 속았네요. 처음부터 있을 수 없는 인물이라서 그렇게 묘사된 것이었나 봅니다. 아쉽지만 이게 백이진과 나희도의 이별인가 봅니다. 이게 어른들의 이별인 거죠. 아! 그건 그렇고 저 배우는 강훈 씨 아닌가요. 특별출연이 다양하게 많을 거란 이야기는 읽었는데 그중 하나가 강훈(백이현)이라니 이거 굉장한데요. 휴대폰가게 직원으로 출연한 김남희 씨도 얼굴 확인했고 이번엔 이분이구나 하고 있었더니 마지막이 강훈이네요.

 

훑어보면서 김민채(최명빈)의 일기가 마치 지난날에 남겨진 과거의 기억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간에 민채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될 수 있으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체 누가 백이진의 아버지냐며 의문의 존재 찾기까지 했었죠. 솔직히 아니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백이진이 언급될 때마다 왜 다른 사람처럼 이름 부르고 다른 사람 취급할까 하면서 아쉬워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민채는 백이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대한 거였군요. 뒤집을 수 없는 과거를 꿈이고 망상이라고 하듯이 백이진에 대한 기대도 그랬던 거예요.

 

아니 그때의 꼬마가 이렇게 컸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이젠 백이진은 아빠가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단 사실도 이제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지금은 엄마로서의 정체성이 더 발달했기 때문일 거예요. 나희도를 만나던 시절에 전해지지 못한 진심, 백이진을 만나던 시절에 나희도가 전하지 못한 진심 -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전해졌더라도 결과는 달라졌을까요. 결국 서로 이해하지 못인 이별의 이유인데 아마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는 부치지 못한 편지처럼 그냥 남아있었을 것 같아요. 한 번쯤 울컥하는 옛날의 기억 같은 - 그런 추억입니다. 아참참 이제 보니 남주혁군은 저러다 군대갈 것 같아요. 첫사랑 마치 컨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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