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 장면에서 잘 생긴 대통령 역으로 등장한 배우가 누군가 했더니 류진 씨군요. 첫출연 배우부터 놀랍습니다. 대부분의 시나리오가 그렇듯이 주인공 김희우(이준기)는 누군가를 공격하다가 갑자기 죽임을 당합니다. 그 죽음이 잘못된 죽음이라 저승사자는 못마땅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어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죽는 것이 아니라 정지 화면처럼 그 순간을 천천히 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시공을 초월해서 김희우를 도와주었다는 뜻이죠. 그 미지의 여성(한지현)은 갑자기 등장해서 김희우를 살려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에게 지옥을 보여주라'며 약속을 요구하죠.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갈테니까 그 과거의 일을 바꿔보란 뜻이겠죠. 이거 오래간만에 흥미로운 시나리오를 만난 것 같은데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치고는 아직까지 자연스럽습니다.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김희우의 가족에게는 가족의 생존이 꽤 큰 사건이었나 봐요. 아마도 살아야 할 누군가가 교통사고로 죽었던지 그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일에 계속 휘말리거나 하는 모양입니다. 죽기전에 검사가 된 오래전부터 준비된 사고 같다며 의심했고 덕분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주변을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첫회에는 운없이 부모를 잃은 어떤 가족의 비극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김희우를 둘러싼 비밀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교통사고 때문에 유일한 가족인 아들 조태섭(이경영)을 잃는 덕분에 그들의 운명이 꼬인 것이었습니다. 조태섭은 교통사고로 죽은 조현석의 아버지였고 그 관계가 조현석이 풀어야 하는 첫 번째 키워드였습니다. 본인들은 몰랐지만 부모님 커플을 대신해 조현석이 죽는 바람에 김희우는 가족을 잃어야 했고 반대로 김희우의 부모가 죽는 덕분에 조태섭이 아직 살아서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스케일이 꽤 크다면 큰 드라마라 출연진 중에 특별출연이겠지만 이순재씨도 있고 유동근 씨도 있습니다. 영원한 악역 조태섭(이경영)씨가 등장하는데 뭐 그 정도는 나와 줘야죠. 복잡한 구조만큼 다만 출연 배우가 너무 많아 이러다 역할이 헷갈릴까 약간 걱정이긴 한데 이 부분은 등장인물이 좀 단순해진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거 같습니다. 세상에 이순재, 류동근, 류진, 전국환 등 듣기만 해도 대단한 배우들입니다. 그런데 이준기 씨는 이번에도 상처투성이에 피철철 이네요. 이거 피좀 덜 보는 역할을 했으면 싶은데 이 역할이 가장 적성에 맞는 거겠죠.
차곡차곡 자신의 미래를 밟아 나가는 김희우
드라마가 굉장히 짜임새 있게 잘 나왔네요. 무언가 비밀과 음모를 찾아는 드라마인데 대부분은 촘촘하게 잘 짜인 구조예요. 일단 수수께끼처럼 등장한 몇몇 인물만 찾아내면 누가 조커인지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등장인물에 변화를 주고 잘라낼 인물은 잘라냈으니 어떻게든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선 처음으로 등장한 인물은 김한미(김재경)이었습니다. 김재경은 김석훈(최광일)의 숨겨진 딸이었습니다. 김석훈은 아버지를 몹시 증오하지만 놀랍게도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쫓아나가는 인물입니다. 그만큼 아낀다는 이야기죠.
그런 김희우에게 김한미가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수없이 많은 운명과 관계가 꼬여야 그들의 인연이 얽히겠지만 적어도 첫 번째 조건은 얼추 맞아 들어간 셈입니다. 그렇게 큰 조건을 맞추고 나면 이제 중요하지만 큰 문제들이 남는데 그중 하나는 대체 왜 닥터K(현우성)가 초반에 김희우를 죽이려 했느나입니다. 일단 부모와 함께 김희우도 죽이려 했지만 어쨌든 한쪽은 살아남았습니다. 혹시 김희우가 조태섭에게 꼭 원한을 갚아야 하는 원수라서 죽이려고 한 걸까요. 그렇다면 다음번을 반복적으로 덤벼야 할 테니 좀 이상하긴 하죠. 아무튼 죽여햐 할 이유는 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우리 아들 현석이 명예를 지켰다'는 무슨 뜻으로 한말일까요. 사고 관련으로 음주 음전의 비리를 숨겼다는 뜻이겠죠? 현석을 오늘까지만 추모한다는 식으로 표현했는데 그 문제도 숨겨진 무언가가 있기 전에는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조금 더 꼼꼼히 파고들지 않으면 '어게인 마이 라이프'는 다시 실패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범접 불가한 천재 이민수(정상훈)가 궁금한데 이 인물 아무리 봐도 비호감인데 천재적인 머리는 타고난 모양이에요. 여러 대학의 과를 바꿔가면서(극 중 한국대랬으니 서울대란 뜻이죠) 입학한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그런 천재임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건 더 흥미롭습니다.
이민수는 등장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정보가 없는 배우라고도 했습니다. 어떤 과거를 갖고 있는지 알고 싶어도 출신 학교가 매번 바뀌어서 알아내 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네요. 극 중에서 일어난 사고는 꽤 오래전부터 준비된 사고라고 했으니 미스터리가 몇까지 섞여있을 것 같고 - 무엇보다 '엄마가 차려준 마지막 밥상'이라는 말이 마음 아팠어요. 엄마, 아빠의 복수도 하고 무언가 미래를 해피엔딩으로 바꾸고 싶다면 더 분발해야 할 모양입니다. '악마는 그 보다 더한 괴물이 아니고서는 잡을 수 없다'는 말을 했으니까요. 전체적으로 좀 복잡하긴 한데 아직까지는 기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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