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 짠돌이 유정현과 급하게 혼인하는 경정궁주

태상왕 이방원은 이름에 걸맞게 자신을 어서 베라 말합니다. 그런데 혈기 왕성한 나이라도 측은지심이 들게 생겼는데 이제 60이 넘은 이성계를 30대 조 중반의 이방원이 감히 어떻게 베겠습니까. 이성계는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몰라도 - 어떻게 보면 '내부의 싸움'인데 - 신하들에게 내부 사람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계속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정리하는 게 좋지요. '조사의 난'이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우리들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작은 크기라 '에게'하며 넘어갔을 수도 있고 아니면 큰 규모 때문에 겁을 먹었을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피'를 보지 않고 부자간의 싸움은 정리되었다는 것입니다.

 

중궁전에 재촉에 동북면으로 달려온 민쎄 헝제들. 속내를 털어놓았지만.

 

이로서 이방원은 이방간, 이방의 의 난을 무사히 넘겼고, 이번 태조 이성계와의 싸움도 무사히 넘겼습니다. 국내에는 이제 그들을 이길 자들은 없습니다. 국내에서 도사리고 있는 것은 이제 국내에서 대권을 노리는 민씨 일가들 뿐이죠. 태종이 왕권을 노리고 있으니 가족이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형제를 아랫사람 취급하고 왕대접을 똑바로 하지 않는다고 노여워하고 그럴 수 있을까요. 태조는 형제처럼 자신을 대하는 이방원 무리들이 속으로 꽤 괘씸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그 속내를 드러냅니다.

 

그때 궁으로 돌아온 태조는 피눈물을 흘립니다. 이 검을 들고 아들 이방석(김진성)과 방번(오승준), 그리고 사위 이제(장태훈)의 복수를 꼭 하겠노라 다짐했는데 늘그막에 이성계는 마지막 모반에서 실패했습니다. 이제는 꼼짝없이 궁에 닫혀 도망도 칠 수 없습니다. 경순 공주(최다혜) 앞에서 다짐했던 복수가 이렇게 무너졌습니다. 이성계는 최고의 무장이었고 그 점을 인정하지 않는 장수는 없었지만 정치인으로서는 낙제점이었습니다. 정말 이성계는 것이 마지막 몸부림일까요. 그 뒤로 몇 번 정도 잔치에 참석하긴 하지만 그 뒤로는 흔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때쯤 이방의(홍경인)가 죽는군요.

 

물자를 아껴도 과하게 아낀 것같은 유정현 - 코믹 캐릭터의 냄새가 난다.

 

이성계의 울먹임은 한스럽게 계속 됩니다. 아버지를 꺾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고 쉽지 않은일이라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강하고 단단하던 이성계(김영철)가 저렇게 눈물 흘릴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왕이 되고 싶었던 거다' 그제야, 몇십 년이 지나서야 숨겨온 진심을 말합니다. 그동안 아버지로서 이성계도 고민하고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가장 아끼던 아들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무섭게 아버지에게 휘몰아칠 때는 몰랐는데, 이제 아버지가 되어 말 안 듣는 아들을 만난다는 건 이런 의미구나 싶었을 것입니다. 그때서야 이방원(주상욱)은 초라해진 아버지 이성계를 보며 눈물 흘립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회부터 배우 임호가 출연한다는 말이 있어서 대체 어떤 역할이길래 사람들을 그리 궁금하게 하나 싶어 몇 주째 기다렸더랬죠. 이제 보니 예전이랑 비슷한 역할이 아닌 유정현이란 인물이네요. 승녕부의 유정현이라니 이거 이상한 냄새가 솔솔 나는데 뒤져보니 둘도 없는 짠돌이 고리대금업자라는 평가군요. 저런 인물인 줄은 몰랐는데 의아합니다. 일이야 잘하겠지만 저런 타입이면 잔소리도 장난이 아닐 테고 매사에 꼬장꼬장하게 태조를 귀찮게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무척 일은 꼼꼼하게 잘할 것 같은 인물이기도 하죠. 사서에 사람을 때려죽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민무구, 민무질 형제에게 조심하 주의를 주지만 형제들은 옛날 생각에 젖어있다.

 

물건을 아낀다고는 했지만 색색깔로 기워입을 만큼 궁상스럽진 않았을 것 같은데 진짜 특이한 캐릭터가 등장했네요. 아마 가장 코믹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인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중간에 아마 조선 태종 때 관복 교체에 관해 유정현이 의견을 올릴 테고 덕분에 그때 고려의 관복은 지금처럼 모양이 바뀔 것입니다. 짠돌이가 관복 바뀌는 걸 보면서 어떤 말을 할지 흥미롭네요. 워낙 역시적으로 활약을 많이 한 인물이라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때려죽인 것을 어떻게 표현하려는지 재미있는 구경을 하겠네요.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아군 원경왕후

 

태종이 종종 궁에서 잠을 잤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생들을 그렇게 죽이면서도 언제 할 건 다했냐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원경왕후와 태종은 놀랍게도 아이를 낳는 임신한 도중에도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원경왕후가 원망스러운 눈으로 태종을 바라보지만 아이를 다섯이나 낳은 원경왕후를 어떻게 내치거나 괴롭힐 수 있겠습니까. 물론 태종은 원경왕후를 가족이 아닌 남처럼 대하고 행동하는 일을 했지만 원경왕후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모두 친가족처럼 가깝게 지냈는데 어떻게 그렇게 대하란 말인가 - 원경왕후는 그 뜻은 앓지만 속이 상합니다.

 

상왕 이방과는 태조가 말을 꺼내야 한다고 하고 태조는 노루 사냥을 준비한다.

 

그런데 유심히 보다 보니 왕궁의 문이 꽤 특이하군요. 중간 문을 닫을 수 있게 들어열개문을 설치해서 움직일 수 있게 해 뒀는데 중문을 저렇게 설치한 건 또 처음 보네요. 하긴 원래 대궐의 문들이 그렇긴 한데 설치가 된 건 처음 봅니다. 그렇게 작은 문으로 분리해두면 나중에 방을 크게 쓰기도 좋습니다. 태종은 원경왕후에게 '그렇게 모진 굴욕을 당해본 적이 없습니다'라는 발언을 합니다. 이방원과 정비(靜妃)는 우리가 연리지처럼 얽혀 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도 그들의 운명은 얽혀 있었나 봅니다.

 

이방원이 죽자 2년도 안되어 정비도 죽고, 정치를 그만두고 태종도 죽었으니까요. 마치 속 썩여서 따라 죽은 사람처럼 그렇게 갔습니다. 뭐 그건 어쨌든 나중 이야기고 - 본문에서 황엄의 횡포를 굳이 언급하겠습니다. 아마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정리될 수도 있습니다. 황엄이란 중국의 환관을 언급하면 이야기가 길어지겠지만 - 당시 황희, 유정현, 이숙번, 하륜, 조영무 같은 인물들이 같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민무구, 민무질은 아무래도 계락에 걸려든 것 같다 - 시간을 들여 벼르고 있다.

 

'명의 통혼 요청을 막기 위해 경정 궁주를 거상 중인 조대림에게 하가시키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툭하면 공녀를 요구하는 황엄의 횡포 때문에 혼인을 일찍 시키는 조혼 풍습이 생기는가 하면 양녕대군과 황녀의 혼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황엄의 혼인 이야기는 좀 믿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사신으로 민제(김규철), 여성군 민무질(노상보), 여강군 민무구(김태한)는 그 일에 얽혀 험한 꼴을 보게 됩니다. 황제의 딸과 혼인하겠냐고 해서 좋다 그랬더니 놀리듯이 대답하고 정상적인 댓구를 해주지 않은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방원 사람들을 갖고 논거죠.

 

몰래 양녕대군을 바라보는 충녕대군의 눈빛이 의미심장하다.

뜬금없이 민무구, 민무질에게 선위 문제를 꺼내고 태종에게 넘어간다.

 

또 양위하겠다는 허위 선언으로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습니다. 요즘은 양위한다는 말이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라 함부로 대답하지 않지만 - 이성계는 왕위를 받을 때 세번 거절했다고 합니다. 일단 한번 사양하는 문화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민무구, 민무질이란 괘씸한 녀석들이 그걸 덜컥 받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이방원의 행동은 양녕대군(김준의)은 환영할지 몰라도 한마디로 철딱서니 없는 선택이었죠.

 

양녕대군을 삼촌으로 믿고 따르는 조카들이라도 받아서는 안 되는 물건이죠. 한마디로 민제와 민무질, 민무구는 빠져나갈 수 없는 덫에 걸린 것입니다. 결국 오랫동안 형제를 테스트하단 형제는 '네 놈들 잘 걸렸다' 하는 태도로 두 사람을 처분합니다. 이 일에 이숙번(정태우), 하륜(남성진)이 가담한 건 물론이고요. 원경왕후(박진희)는 강보에 쌓여 궁궐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효빈 김씨(이주은)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효빈 김씨를 태운 가마는 궁안으로 들어가고 태종은 두고볼 수 없다고 한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왕가의 스캔들인 데다 용서받기도 힘든 일입니다. 왕가의 일을 사석의 일과 똑같이 처분하면 안 되는 법이죠. 이제는 효빈과 구박받던 송씨(이응경)의 처지가 바뀌었습니다. 태조 이방원(주상욱)의 말처럼 평범한 집안도 아닌 왕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처첩 갈등입니다. 왕가의 핏줄은 특별하다고 취급받기 때문이죠. 아무리 왕가의 규칙을 일단 따르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민씨 형제들 때문에 많이 서운한 게 원경왕후입니다. 태종의 말을 모두 따른다고 해도 결국 남는 것은 상처뿐일 것입니다. 민 씨 가문의 숨겨진 이야기 앞으로 더욱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