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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드라마,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리메이크가 이젠 '원작의 완벽한 재현'과는 많이 달라진 시대이기에 'Battlestar Galactica(2003)'같은 드라마들은 원작 보다 발전된 세계관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기도 한다. 유명한 고전 소설들 역시 같은 방송국 내에서 혹은 헐리우드에서 '재해석'되어 관객들 앞에 나타나곤 한다. 그리고 훌륭한 원작품의 인기탓인지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두고 시청자 혹은 관객들은 새로 태어나는 두번째 캐릭터를 즐길 수 있게 된다.

Philippa Gregory의 영국 인기소설로 출판되어 2003년 BBC의 드라마로 제작되고 2008년 '천일의 스캔들'로 한국 개봉된 'The Other Boleyn Girl'


개인적으로 BBC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고전 소설 드라마들이나 'House of Sadam(2008)' 또는 'The Other Boleyn Girl(2003)'같은 소재들을 선호하는 편인데 방송국에서 제작되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티브가 다양하고 완벽한 시대 고증으로 시선을 사로잡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BBC 만의 장점을 채택해 동시 방영할 수 있는 드라마들을 BBC와 공동제작하고 미국내 사극이나 드라마에 BBC 인기 스타들을 대거 등용하기도 한다.

시청율과 관객 동원을 최고로 치는 방송국과 영화 제작사의 입장을 대변하듯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영국은 영국대로 추구하거나 지향하는 바가 달라진다. 드라마에서 암시하던 섬세한 뉘앙스가 사라지기도 하고 원작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분위기를 여러 제약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State of Play(2003)'처럼 드라마가 영화로 만들어진 경우엔 많은 부분이 축약된다.


세계적인 익숙한 얼굴들로 교체된 영화, State of Play

소재가 괜찮은(?) 영국 드라마(보통은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들엔 유명 배우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활동 영역이 비교적 TV로 제한되는 편이지만, 각종 연극학교들이 많은 전통의 영국을 대변하듯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그들은 헐리우드 진입엔 유리한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는, 그런 배우들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State of Play'의 주인공은 영국 내 지명도가 높은 '존심(John Simm)'이란 배우에서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로 변경되었다.

http://www.guardian.co.uk/ 에 실린 'State of Play'의 두 주연 배우. 사이트를 보면 주요 출연진 5명이 어떻게 교체되었는지 알 수 있다. 양쪽 모두 상황에 맞게 저널리스트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참고 사이트를 살펴보면 이 드라마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다섯명이 어떤 배우로 교체되었는지 이미지로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에서 제임스 맥어보이(James McAvoy)가 맡았던 Dan Foster 역은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는 The Herald지의 기자들 인원이 제법 많았고 그 역할이 강조된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영화쪽은 캐릭터를 많이 축소시켰다.

섬세한 원작 드라마 캐릭터에 비해 조금은 '시각적인' 영화 속 캐릭터들은 다분히 미국적인(?) 외모를 지닌 사람들이기도 하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조금 수정했다. 6부작으로 진행된 드라마는 캐릭터를 설명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충분했기에 작가가 원했던 각 집단의 분위기를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간의 한계 탓인지 영화에서 댄 포스터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를 볼 수 없게 된 점은 역시 아쉬움이라고 할까.

칼 맥카프리를 돕는 신입기자 Dan Foster 역을 맡았던 제임스 맥어보이


칼 맥카프리(Cal McCaffrey)역을 맡았던 존 심(John Simm)은 'Doctor Who(2005)'와 'Life on Mars(2006)'같은 드라마에서 인상적 역할을 맡았던 실력파 배우다. 최근 '어톤먼트(Atonement, 2007)', '원티드(Wanted, 2008)'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제임스 맥어보이(James McAvoy)가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The Other Boleyn Girl(2008)'에서 노포크 역을 맡았던 데이비드 모리시(David Morrissey)도 출연한다. 폴리 워커(Polly Walker)같은 TV에서 익숙한 배우들도 있다. 극장판 레셀 크로우나 밴 애플렉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는 출연진이다.


드라마는 정치, 경제, 경찰, 언론의 속성을 간파한다

극장판은 액션과 스릴러를 그리고 사건을 둘러싼 음모를 강조한 경향이 있지만, Paul Abbott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한 드라마 State of Play는 언론, 정치, 경찰, 경제계의 속성을 묘사하는 섬세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양쪽 모두 '언론인' 즉 저널리스트 칼 맥카프리의 입장에서 살인 사건을 뒤쫓는 내용이다. 갑자기 일어난 두 건의 살인, 그 뒷배경을 조사하는 언론인과 정치인의 묘한 대비가 드라마의 주요 볼거리가 된다.

영화 속 칼 맥카프리(러셀 크로우)와 스티븐 콜린스(밴 애플렉). 넓고 밝은 분위기의 미국 의회 앞에서 촬영된 이 장면은 드라마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어느 평범한 아침, 스티븐 콜린스 하원의원과 함께 일하던 소냐 베이커가 지하철에서 자살한다. 그리고 마약 중개상이자 중독자로 의심되는 한 명의 소년(캘빈 스택)이 총에 맞아 죽고, 그 살인 사건을 목격한 남자는 중상을 입는다. 마약중개상 살인을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려던 주인공 칼은 자신의 오랜 친구였던 스티븐 콜린스에게 연락을 받고 그가 곤경에 처했음을 알게 된다. 칼은 제보하는 사람들을 통해 두 건의 죽음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

영국국회의사당이 보이는 곳에서 만나는 칼 맥카프리(존심)와 스티븐 콜린스(데이비드 모리시). 유서깊은 의사당 앞으로 템즈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두 건의 살인 사건을 두고 영국사회의 각 집단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대처하기 시작하고 젊은 정치인의 내연녀 자살이라는 선정적인 주제에 가려 일개 마약 중독자의 살인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언론계의 사람들은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받아내기 위해 스티븐 콜린스 주변을 맴돌고 고위당직자들은 이 사건을 덮어 스티븐을 지키려 든다.

이 드라마에 등장할 수 있는 사람들은 크게 다섯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스티븐 콜린스와 동료들, 그리고 그의 보좌관들을 포함하는 정치인들이 첫번째이고, 살인 사건과 동료의 죽음을 파헤쳐 범인을 잡으려는 경찰이 두번째이다. 세번째 집단은 환경 문제로 이익을 노리는 기업이고, 네번째 집단은 기사를 작성하는 신문기자, 즉 언론인들이다. 다섯번째 집단은 그 네 집단에게 휘둘리는 억울한 일만 시민들, 즉 캘빈 스택의 가족들 같은 사람들이다.

BBC 'State of Play'의 주요 출연진들. 기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The Harald'의 그들은 각종 기사거리를 귀신같이 찾아내고 정재계 어느 쪽에도 취재원을 두곤 한다.


스티븐 콜린스로 대표되는 정치인 집단은 대외 이미지를 포장하길 즐긴다. 젊고 능력있고 검소한 이미지의 스티븐은 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며 그 와중에도 업무를 처리한다. 차기 총리후보 혹은 내각에 등용될 인물로 지목될 만큼 능력도 인정받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윗선에서 이미지 관리 보좌관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언론에 추문이 퍼지는 것을 경계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계산해서 언론을 이용하기도 하는 집단이다.

Bell 경사(Philip Glenister)로 대표되는 경찰들은 무능한 공무원 역을 맡는다. 범죄 사건인 만큼 가장 능력있게 사건을 해결해야할 그들이지만 언론에 관련 정보를 흘리고 대신 돈이나 정보를 받기도 하고 윗선의 지시에 따라 수사 수위를 조절하기도 한다. 진실을 파헤치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들 중 있다 해도 사건의 큰 틀을 파헤치기기 보단 권력에 종속된 집단이다.

세번째 집단은 정치인들과 언론, 그리고 경찰을 휘두를만한 경제력을 가진 기업들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는 그들은 사람을 휘두를 수 있는 무수한 뒷돈을 뿌린다. 그들은 정치인을 알게 모르게 이용할 수 있고 협박하거나 조종할 수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상대적으로 그 정체(정유회사 또는 군수회사)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도미닉 포이(Dominic Foy)라는 극중 인물을 통해 비윤리적인 그들의 일면을 짐작 가능하다.

영화 State of Play, 스티븐 콜린스(Ben Affleck)와 그의 보좌관들. 자세한 상황이 동반된 드라마에 비해 스티븐의 캐릭터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면도 있다.


영화와 드라마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언론인들은 위의 네 집단과 모두 교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집단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취재원을 얻고 취재를 위해 돈을 뿌리는데 능하다. 정보를 얻더라도 법적 자문을 얻어 그 공개 여부를 결정할 정도다. 기사에 눈먼 태도를 가진 기자도 있기에 늘 다른 기자들이 어떤 기사를 취재하는지 신경쓴다. 그렇지만 정확한 사실에 기반을 둔 기사를 싣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특종을 원하지만 기사가 어떤 파장을 줄 지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역시 간섭을 받는다.

다섯번째 집단인 일반인들은 사건에 연루되기도 하지만 언론이나 경찰, 그리고 기업이나 정치인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다. 소냐 베이커의 부모와 칼빈의 어머니처럼 다소 부정확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아들의 오명을 벗기지 못해 억울해하기도 하고 경찰이나 언론에 강한 불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들의 행동은 큰 틀에서 보면 누군가에게 '휘둘리는 사람들'일 뿐이다.


반전, 음모나 스릴러 보다는 저널리즘에 관한 드라마

언론인, 정치인, 경제인, 그리고 경찰의 속성은 그리 대단한게 없을 지 모른다. 시청자와 대중이 가진 오해 그대로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속성'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고 한 명의 언론인이 그 과정을 조사하며 언론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을 진두지휘하는 카메론 편집장(Bill Nighy, 영화에서는 Helen Mirren)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보며 언론은 특종 만을 노리는 집단일까 우려해보기도 한다.


거대한 국회의사당에서 자신의 할일을 열심히 해내는 젊은 하원의원. 내연녀가 죽어버린 그에게 가혹하게 스캔들을 뽑아내며 자신들의 위신을 깎아내리는 것도 기자들이지만 목숨을 걸고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고 진실을 공개하는 것도 그들이다. 충분히 친구인 스티븐에게서 가십을 뽑아낼 수 있지만 가십 보다는 숨겨진 음모에 열정을 보이는 칼 맥카프리의 태도는 'State of Play' 만을 추구하는 기자의 본질을 느끼게 한다.

영화에서는 기자실의 상황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대신 루머와 추측을 올리는 블로거와 각종 언론인들의 행태를 통해 언론인의 자세를 부각하는 방법을 취한다. 칼 맥카프리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보여주는 영웅형 언론인으로 등장해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그들, 언론인에게 중요한 건 과연 무엇일까?

복잡한 심경의 주인공과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모인 기자들 - 과연 주인공을 괴롭히는 진실과 그들이 작성하게 될 기사의 내용은 무엇인가?


댄 포스터(제임스 맥어보이), 헬렌 프레져, 델라 스미스 등 많은 기자들의 가치관이 종종 충돌하긴 하지만, 마지막 기사 내용을 송고하는 주인공 칼 맥카프리의 모습에서 이익집단 사이에서 조종당하고 블로거에게 '밥줄을 뺏겼다'는 언론이 살아남는 방법은 '진실된 기사'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증거와 사실을 추구하는 이 드라마의 노련한 기자들과 주인공은 그 어떤 가십 보다도 가치있는 기사를 완성한 것이다.

음모나 액션을 강조한 영화 쪽 보다는 오래된 편집실의 낡은 가죽 소파(영화쪽 편집실은 다소 화려하다)나 돈을 주고 받으며 정보를 얻어내는 기자들의 끈기, 뉴스 독점을 위해 거래를 하고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인 케머론 편집장, 보다 큰 건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인 부분을 포기하는 기자들, 법적인 부분을 따져보며 취재원의 정보를 점검하는 장면이 나오는 '드라마' 쪽을 선호한다. 총 6부작이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 State of Play의 뜻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득점, 정세, 현재 상황이란 뜻을 모두 합쳐야할 것 같습니다. 기자들이 말하는 현재 상황이란 건 복잡 다단한 전체적인 관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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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realfolkblues.co.kr BlogIcon 아쉬타카
    2009.05.08 10:49 신고

    원작 드라마를 보고 싶게 만드는 포스팅이네요~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09.05.10 00:4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원작 드라마가 전 아주 마음에 든답니다 ^^
      존 심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선명하게 각 집단별 이해관계가 이해가기도 하고...
      갈등이나 입장차이도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아주 좋아하는 편이죠 ^^
      영화도 잘 만들어진 편이지만 역시 전 드라마가 좋습니다...

  2. Favicon of https://suimedrik.tistory.com BlogIcon 박력남
    2009.05.09 02:09 신고

    토니 길로이를 위시한 각본가들이 잘했지만, 그래도 영화는 다이제스트 느낌이 너무 강했죠.
    트랙백 신고합니다. ^_^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09.05.10 00:4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각 집단별 이해관계와 대립이 선명했는데... 영화로는 역시 시간이 많이 짧았죠 ^^
      볼거리를 제공하려니 액션이나 음모도 강조해야했을테고
      트랙백 감사드립니다 ^^

  3. Favicon of http://infobox.tistory.com BlogIcon 리카르도
    2009.05.12 00:27 신고

    올만에 왔는데 개념글이!!
    근데 원작이 BBC라니.. 웬지 너무 잘 어울리네요. BBC도 개념충만한 방송이라..

    오래전에 나온 네트워크라는 영화가 떠오르네요. 웩더독이라든지..
    생각해보면 언론에 관한 이야기들이 영화로 꽤나 많이 화자되었던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09.05.21 06: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BBC의 날카로운 드라마들은 정말 매력있죠 ^^
      전 돈만 적당히 바른 어지간한 헐리우드 영화보다 BBC의 영드, 특히나 사극을 몹시 좋아한답니다.
      밑바닥까지 파헤치는 건 아니지만 언론이나 방송, 또다른 매체에 대해
      정확한 시선을 보여주곤 하죠.
      이 영화도 나름대로 좋았지만.. 원작에서 보여줬던 주인공의 슬픔이 느껴지지 않아서.. (웬지 영화에서 보이는 장면은 언론에 대한 조롱처럼 보이더군요) 아쉬웠습니다.

  4. 굉장합니다!
    2011.08.07 04:00

    지금 5화까지 봤는데 내용이 이해가 안가는 게 많아서 한영자막 둘 다 읽어가며 내용을 파악하고 중간 중간 멈추고 다시 앞으로 돌려보고.... 애먹고 있었는데 shain님 글을 읽으니 싹 정리가 되네요!! 특히 각 집단별 이해관계를 설명해주시니 더욱 이해가 잘되네요. 좋은 글 정말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