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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치우드 시즌 3의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방영되는 러셀 T 데이비스가 제작하는 드라마들은 뭔가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새 컨셉으로 만들어진 'Doctor Who(2005)' 시리즈도 그렇고 닥터후의 스핀오프인 'Torchwood(2006)' 역시 러셀 만의 색깔이 제대로 드러나는 드라마들입니다. 색다르고 흥미진진하고 새롭고 그러면서도 작가의 가치관이 충분히 드러나는 그의 드라마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SF 드라마이지만 정치적인 풍자를 섞는가 하면 기성사회의 속성을 잘 반영하고 있기도 하고 파워와 인간의 본질을 끊임없이 되묻게하는 주제도 많이 다룹니다. 화면은 다른 영드에 비해 색채가 칼라풀하고 움직임이 크면서도 등장하는 배우들은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로봇의 작은 움직임 하나도 제대로 표현하는 프로들입니다. 러셀은 배우의 성적 취향, 인종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출연시키는 제작자로도 유명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영국의 비밀기구Torchwood에서 활약한 세 명의 주인공. 캡틴 잭 하크니스(John Barrowman), 얀토 존스(Gareth David-Lloyd), 그웬 쿠퍼(Eve Myles).


닥터후에 출연했던 남성 캐릭터였던 캡틴 잭 하크니스를 주연으로 삼아 만든 드라마, 토치우드는 닥터후의 성인버전이라는 평을 들어왔습니다. 따뜻한 구석은 전혀 보이지 않는 괴물같은 외계인들과 지구의 위기를 끊임없이 불러오는 신비한 존재들, 그들과 상대하는 육군 코트를 입은 잭 하크니스가 동료들과 활약하는 내용이 토치우드입니다. 닥터후에 비해서 약간은 우울하고 잔인합니다.

닥터후에서는 잘 생기고 조금은 바람기있는, 늘 웃는 남자 캡틴 잭. 그의 모습이 진지하다 못해 슬퍼보이는 장면이 너무 많이 등장해 토치우드를 시청하는데 부담스럽기까지 합니다. 잭 바로우맨이라는 잘생긴 남자 배우는 죽지 못하고 고생하며 마음아프게 살아가는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죠. 그의 동료들 역시 개성이 다양한 능력자들이라 드라마로서의 재미가 꽤 괜찮습니다.



닥터후가 2010년 5시즌 제작을 발표하고 토치우드는 2009년 3시즌을 5개 에피소드로 편성해 연속 방송했습니다. 러셀 특유의 극단적인 설정으로 'Children of Earth' 시리즈를 5일에 걸쳐 보여주었습니다. 러셀은 A 아니면 B 뿐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작가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선택을 약간은 씁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란 오락거리를 이렇게 도박처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러셀의 장기죠.

정체불명의 외계인에게 지구의 아이의 10%를 달라는 협박을 받은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아이들을 주자니 국민의 반발이 무섭고 주지 않으면 지구의 인간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이 두렵습니다. 영국과 세계의 지도자들은 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면서 각료의 아이들은 빼놓고 협상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장 '필요하지 않은" 아이들을 외계인에게 보내기로 하고 강제 소집하기 위해 군병력을 투입합니다. 국민의 비난을 대비해 '피해를 입은 척'하기로 작전까지 세워놓습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국가가 내리는 결단의 순간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사람들 모두를 죽게 할 수는 없으니 10% 밖에 되지 않는 아이들을 외계에 보내고 나머지라도 살아남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어쩔 수 없다'라는 변명으로 계속 선택해나가는 국가 지도자들을 집중 조명하고 그 과정에서 소위 '권력자'들이 나약해지고 추악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아 뽑힌 위정자라는 사람들은 숨겨진 영웅들 보다 책임감도 약하고 비겁합니다.

인간들의 고통을 모두 대신 짊어지고 있는 사람처럼 이번에도 캡틴 잭의 슬픔과 아픔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들의 극단적인 모습은 끊임없이 큰 고통을 당하면서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대비됩니다. 또 그 권력의 결과로 휘둘리며 눈물짓고 슬퍼해야하는 아이들과 사람들, 그들의 모습과도 오버랩되며 '권력자'들이 최소한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껴야하는 것은 아닌지 권력과 국가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결정하고 자신들의 안위를 생각하며 '국가'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그 국가를 따라야할 극단적인 당위성은 쉽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국가의 권력이 누굴 위해' 움직여야하는가 라는 의문도 가지게 합니다. '국가의 권력'이란 그 칼날에 풀한포기 조차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야 사용해야하는 그런 무기인 것입니다.

하여튼 러셀이 만드는 드라마, 그 TV 오락물은 이런 저런 예민한 주제들을 자연스럽게 집어넣고 시청자들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주로 인간에 대한 주제, 즉 잭 하크니스의 아픔과 대원들의 사랑, 슬픔을 그리던 토치우드에 정치인들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인듯하네요. 외계인에게 대항하기 위해 토치우드를 만들었다는 빅토리아 여왕 조차 닥터후의 등장인물이었고 그런 주제는 보통 닥터후의 영역이었는데 말입니다.

이번 5개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토치우드는 4시즌 제작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언제 방영될 지 알 수가 없군요. 닥터후 크리스마스 특별 에피소드에 잭 바로우맨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데(닥터의 컴패니언이 총출동한다고 합니다) 다음대 닥터의 모습을 크리스마스에 볼 수 있을 지 내년에 볼 수 있을지 팬들은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네요. 러셀이 다음 시즌은 제작하지 않는다고 하니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http://www.bbc.co.uk/torch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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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wacs.egloos.com BlogIcon 에이왁스
    2009.07.20 13:08

    정신없이 5개의 에피소드를 한번에 몰아서 봤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어요.특히, 막막한 456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선택된 ***공격은, 조금 많이 억지스러웠습니다. 그 분량이나 방법도 작위적인 느낌이 많았구요. 특히, 미스트 스러운 결말을 맞이한, ****가족에게는 묵념을...

    그래도, 특유의 강한 악센트와, 드라이한 느낌이 매력적이었습니다만, 보고 난 후의 기분은 개운치 않네요. 그래도, 시리즈 피날레로는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09.08.05 09:44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작년부터 기다리던 3시즌이라 저 역시 방영되는 대로 급하게 봤답니다.
      2010년에 닥터후가 새로 시작할 때까진 터치우드와 닥터후 특별 에피소드 뿐이라 반갑기 그지 없더군요.
      극단적인 설정에 능한 작가라 그런지 이번 스토리 역시 그런 부분을 잘 살리긴 했지만 아쉬운 마음을 접고 생각해 보면 역시 작위적인 건 사실입니다. 작가와 제작자가 굳이 5편의 에피소드를 만들면서 강조하려고 한게 무엇이었을지 그냥 팬서비스인지.. 확실히 독특한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 닥터후와 토치우드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더 기대가 컸었는데 어떤 의미로든 미진한 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