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저작권법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영역들

Shain 2009. 6. 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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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미드를 주제로 리뷰를 작성하는 사람을 몇 알고 있다. MBC PD수첩에서 '저작권의 덫에 걸린 아이들'이란 내용이 방영된 이후 저작권법에 대한 우려가 한참이다. 저작권법에서 안전하기 위해 대세는 블로그 폐쇄라며 한달 안에 모든 게시물을 삭제할 것이란 사람도 있고 해외 서버에 '망명'한 뒤 저작권법의 단속 범위가 아닌 곳에서 활동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다음 아고라에선 '불필요한 저작권법으로 인터넷을 억압하려 하지 말라'는 내용의 청원이 진행중이다. 법적 효력은 없는 인터넷 청원이지만 넷심을 전달하는데는 무리가 없는 내용같다. '형법의 소급효금지 원칙'에 따라 또는 '인용'의 허용 범위에 따라 이미지 한 두건을 사용해서는 저작권법에 단속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다른 사람들의 위로 아닌 위로도 있었지만 인터넷 게시물은 기한없이 게재되는 내용인데다 법 자체가 임의 해석 가능하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저작권법으로 블로그를 비롯한 몇 개 커뮤니티는 패닉 상태다. 속칭 '짤방(짤림 방지를 위해 올리는 이미지란 뜻)'을 올려야 게시물을 쓸 수 있는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들은 강화된 저작권법에 의하면 대부분 위법 상태가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직접 촬영한 이미지가 아닌 특정 드라마의 장면을 캡처한 후 이야기를 나누는 갤러리는 거의 모든 이용자가 위법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상업적이 아닌 개인적으로 배포하는 해외 드라마 자막이나 번역물도 현행법에 의하면 위법한 게시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들 표현대로 경찰서에서 '강제 정모'해야할 상황이 오는 것이다(강제 정모 : 디시인사이드 커뮤니티는 실제 얼굴 볼 일도 드물고 정기 모임이란 것도 있을 수 없으나 위법으로 단속대상이 되면 경찰에 소환되고 경찰서에서 강제로 모임을 갖게 된단 이야기).

이런 현상을 두고 '집단 지성 말살 음모론'이란 의견을 펼치는 네티즌도 있고 현대판 분서갱유가 아니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저작권 가진 사람의 이익을 보호해준다는 좋은 뜻의 법이라도 악용되면 글을 삭제하는 방편으로 이용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우려대로 저작권 가진 사람의 뜻에 맞지 않는 게시물이 제일 먼저 단속대상이 될 것이고 사람들은 알아서 위법을 단속하느냐 스스로 표현의 범위를 축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Joseph Goebbels
독일 나치 정부의 선전장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Joseph Goebbels

조금 더 나아가서는 나치 정부의 괴벨스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EBS 지식채널의 김진혁 PD 그의 마지막 작업이라 알려진 '괴벨스의 입' 역시 이런 현상에 대한 일말의 우려를 섞고 있다. 저작권법을 통해 사람들의 입을 단속하고 현 정부에 유리한 인사들을 배치하고(최시중 등) 언론과 정보를 채움으로써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다.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된다는 분위기 만으로 사회는 충분히 경직될 수 있다.

최근 언론에 대한 강경한 조사(PD 수첩에 대한 불공정한 조사)와 언론 기관에 자신의 사람심기에 바쁜 행보는 충분히 괴벨스의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돼야한다.'란 발언과 맞닿는다. 다른 상황도 아닌 현재 상황에서의 강경한 저작권법 발현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왼손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저작권법을 위반한 포털이 경고를 3회 이상 어길 경우 폐쇄할 수 있다는 미디어법의 개정은 이런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다.

사실 저작권법 취지 자체에는 동의한다. 만화를 비롯한 컨텐츠를 존중하지 않는 풍조가 있어 그들의 생계 조차 곤란하게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저작권법은 실제 피해를 입는 당사자 보단 저작권대행업체 또는 일부 거대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노래를 부른 가수 보단 직접 작곡하지도 않은 모협회의 이익이 더 클 수도 있다는 희한한 현상이 생길 수도 있는 구조다.

이미 남들이 다 한번쯤 보았음 직한 드라마의 공개 이미지, 혹은 출연 장면이나 포스터로 수익을 얻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만은 남에게 알려지기 위해 만들어진, 그리고 그 해당 방송을 시청함으로서 시청율에 공헌하는 시청자들이 그를 게시하는 건 위법으로 여긴다. 상업적으로 혹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무단 활용한 경우가 아니면,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기본원칙 아닐까.

저작권법을 굳이 발현하지 않아도 될, 홍보용 이미지나 인용문, 언론 기사에까지 저작권법이 확대되어 운영된다는 점은 괴벨스를 떠올리게 할만큼 '위협적인' 문제다. 개인 블로그에서 특정 TV 매체를 비판하고 싶거나 특정 언론의 기사를 직접 인용하고 싶어도(언론의 발언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직접 인용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변형해서 인용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분 인용 조차 저작권법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언론사가 저작권법을 유지하는 건 당연할 수 있다. 그들 역시 뉴스로 수입원을 얻고 있고 뉴스는 그들의 중요한 자산이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이 얻는 정보가 취재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얻어진 것이거나 초상권을 존중하지 않고 얻어진 것, 또는 댓가없이 얻어진 것, 그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게재된 것도 다수 있지만 그들은 역으로 취재원의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는다(실제 자신에 관한 취재일지라도 유료로 컨텐츠를 - 한건당 30만원 정도 - 구입해야한다).

블로그 이용 중 가장 황당한 사례에 속하는 것도 그런 경우다. 자신의 블로그 내용을 모두 인용하거나 캡처하거나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기사를 올렸음에도 그 기사를 역으로 퍼오는 것은 현행법상 '저작권'에 위배된다. 기자가 '펌질'한 자료의 소스를 표시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 물의를 빚고 있다. 교묘하게 자료를 베껴 드러나지 않거나 고소, 항의가 불가능한 케이스도 있다.

언론이 이런 류의 '펌질'이 가능한건 '국민의 알 권리' 덕분이다. 그들은 권력이나 횡포에 위협받지 않고 꿋꿋이 사실을 보도할 책임이 있는 특권 부류다. 그들의 그 권리 덕분에 국가기관과 기업은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고 국민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언론의 이런 책임을 인정하기에 펌질과 무단 게재를 일정 부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그런 언론의 기사를 인용하거나 게재해 그들이 '언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는 지 비판할 수도 있는게 일반 국민일진대 법적으로 '전체 게재'가 아닌 '인용' 조차 제재가 가능하게 해둔다는 건 그들에 대한 비판을 받지 않겠다는 자세일 뿐이다. 무단 취재할 권리를 주었을 땐 그 내용을 비판하거나 인용할 자유를 허락하는게 형평성이 맞다(예전 저작권법에선 사실 보도일 경우 인용할 권리가 있었다).

인터넷의 정보는 Copy & Paste 기능을 기반으로 확산된다. 정보를 읽고, 복사하고, 정보가 무한히 퍼지는그 현상 자체를 무시할 수 없다. (이미지 출처 : SXU)


인터넷의 대중화와 정보의 확산, 그 역학 관계를 우리는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 아무리 단속하고 막는다 한들 개인이 퍼트리고자 하는 정보와 말을 완전히 막을 방법 따윈 없다. 특정 국가처럼 무식하게 '인터넷' 자체를 끊어버리지 않는 한 말이다. '카피하고 붙여넣는' 그 기능 앞에서 정보의 가치는 점점 더 떨어지기도 하지만, 정보의 가치는 점점 더 상승하기도 하는 이상현상이 발생한다.

언론기관과 TV 매체의 공공 이미지와 언론 기사를 막는 건 단기간으로 봐선 이익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보일 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그를 통한 제재는 개인이 직접 또다른 질좋은 무료 정보를 개발할 이유가 될 것이고 TV 매체를 외면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뉴스의 가치는 이미 하락했고 사람들은 질낮은 언론 보도와 TV 방송에 질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질좋은 컨텐츠를 다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닌 이상 무의미하다.

저작권법, 당연히 존중해야한다. 그렇지만 언론 보도와 공개된 이미지같은 개인적 이용이 용이한 자료들은 긍정적 비판과 발전을 위해서도 충분히 '인용'을 허용하는게 맞다. 개개인의 블로그 역시 '공공성'을 위해 인용하고 펌질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주는 건 어떨까?(물론 상업적인 목적은 배제해야 한다) 다음 저작권법의 개정은 장기적으로 수익자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는 쪽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 참고 :
개정된 저작권법에 대한 FAQ (MBD 피디수첩에서 설명한 내용)
한국온라인신문협회 디지털뉴스이용규칙 (Ver 3.0)
한국온라인신문협회 디지털뉴스이용규칙 FAQ
"IT규제 강국, 대한민국" - 다음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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