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리얼 다이나믹 코리아, 서서히 끓는 물 속의 개구리

Shain 2009. 6. 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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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최근 미국에 다녀오고 국민에게 담화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모 대통령은 '하겠다고 한 적 없다'로 입장을 바꿨다 한다. 그건 너무 심한 반응이었는지 '시기를 정한 적 없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다. 대국민 담화를 지나치게 자주 한 감이 있고, 대외 방송도 일주일에 한번씩 내보내고 있으니 물릴 때도 됐다.

이 정부의 지난 1년 행보는 최근 방영되는 S모 방송사의 드라마 시티홀을 연상하게 한다. 로맨스 드라마인 시티홀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복수전 덕에 주인공 신미래 시장은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다. 현정부와 어느 부분이 닮았냐고 하면 딱히 설명할 기운도 없지만 그 드라마에 나오는 부정한, 고고해, 빅브라더, 소유한, 고부실, 망해라 들의 이름은 쓴웃음이 난다. 비슷한 모습을 질리도록, 어디서 많이 보았다.

다이나믹 코리아. 문광부에서 한국을 홍보하기 위해 채택한 이 문구를 보며 사람들은 '정말 다이나믹 코리아'가 맞다고 중얼거린다. 하루 사이에 참, 많은 일이 벌어지는데 상생정치, 서민, 국정쇄신을 외치며 '변화'를 추구한다는 그 사람들은 별로 바뀐게 없다. 이것도 질리도록 오래 본다. 오늘도 다이나믹 코리아, 6월 24일 하루 동안 벌어진 그 역동의 한줄을 기록해본다.


분양소 기습 공격과 용역의 강제철거

몇일전부터 49재까지 기다리겠다는 시민분향소의 철거를 종용하는 분위기는 있었다. 그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 기다렸다는 듯, 시내 한복판에서 가스총을 쏘았음에도 아무 제지도 받지 않았던 그 사람들은 어제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시민의 재물이 손괴되는 현장에서 경찰은 몰랐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오후엔 구청과 경찰이 연합해 남은 잔해를 모두 수거하고 항의하는 사람을 20명이 넘게 연행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보기엔 세 팀이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이 상황. 재물손괴의 현장을 보존, 검증했어야할 경찰은 구청의 철거를 도왔고, 구청 직원은 파손되어 더럽기에 치웠을 뿐이라 했고 그 현장에 있던 재물을 직접 설치한 사람들은 현장밖으로 몰아내거나 구속했다. '불법 시설물이기에 치웠다'라는 '불법(시설물이 불법이라도 손괴는 손괴다)'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발표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마음에 없는 소리는 하지 않았네?


설립된지 7개월 만에 3개 사업을 따내는 뉴라이트

진보 성향 단체의 지원금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전문인력도 없는 신생 뉴라이트 단체가 3개 사업을 따냈다는 특별한 소식이 신문을 채웠다. 보통 정부 후원단체를 결정할 땐 그 단체의 실적, 성과, 인력 구성, 인력의 업적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게 보통이고 이는 정부출연의 단체나 연구소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예외가 없다는 말이다.

특히 '소액자금 대출'같은 공익사업을 맡겼을 땐 예산 수행 능력을 비롯한 전문가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는 사업자금으로 새로이 고용할 것이라 했다 한다. 이 의심스런 행보를 두고 담당공무원은 관련 자료를 밝힐 수 없노라 했음은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될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들이다. 이들의 업무가 공식적으로 가스총과 댓글이 아닌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대한늬우스의 부활

어릴 적 극장을 가면 영화가 시작하기 전 의무적으로 관람했던 대한늬우스. 국정 홍보와 계몽을 위해 만들어졌던 그 내용은 독재정권의 선전용이란 비판을 받아 1994년 중단되었다. '4대강 살리기 운동'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극장의 대한뉴스는 조금 더 그 모습을 업그레이드해 코미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다. 이 소식을 듣게 된 국회 기자실의 기자들은 폭소를 터트렸다는 모양이다.

구시대의 유물이라 다시는 부활할 것같지 않은 타입의 관제 보도가 부활한 것도 우스운데 그 내용은 무지한 국민을 일깨우는 계몽성이란다. 알고 싶은 국민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에 홍보 영상물을 배포하는 것이다. 혹시 예전에 '이명박에 대한 늬우스'라는 패러디 형식의 UCC가 인터넷을 점령했었단 사실은 기억하고 있을까? 그걸 알고도 만들었다면 대단한 배짱일 지 모르겠다.

전국민의 유일한 오락거리가 영화관람이고 TV를 가진 가정이 전체의 반도 넘지 않던 시절. 유용하게 정부 시책을 홍보하던 대한늬우스는 박정희 가족의 시시콜콜한 일상이나 독재 정권의 공식적인 발표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였다. 인터넷에 홍보용 블로그를 운영하고 공익광고를 이용해도 악플만 달리고 여론이 나아지지 않으니 'Oldes but goodies'라는 심정으로 시도해보는 것일까.


한나라당은 단독 국회를 강행할 것인가?

국회는 3차 입법전쟁이 한참이라 한다. 야당의 머리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니 원치 않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려면 때마다 전쟁이 벌어진다. 날치기라는 특수한 전과를 가진 정당이 이번 26일에도 단독 소집요구로 6월 임시국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과거의 전례를 살펴보면 이번에도 야당은 별로 희망이 없다. 한나라당이 제 아무리 양보를 한다 해도 몇가지 우려스런 법안들은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특정 국회의원이 주장한대로 '미디어법은 국민 이해가 어려워 여론조사가 안되기' 때문인지 북치며 장구치며 다이나믹하게 모든 이슈들을 과하게 포장하고 속전속결로 처리한 까닭인지 이번 법안 처리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내용은 국민들에게 제대로 홍보되고 있지 않다. 비정규직법을 비롯한 많은 부분에서 의견충돌이 있지만 법안의 문제점 보다 국회앞을 장악하고 시위하며 파국 국면을 이끄는, 야당의 고질병을 기사화할 언론이 훨씬 더 많을테니 말이다.

노동계에서 최저임금을 800원 올려 달라 했다 한다. 경영계는 오히려 160원을 깎자고 했단다. 작년대비 -4%대의 삭감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한다. 경기가 어려워 최저임금을 내려야한다는 주장은 얼핏 타당해 보이나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는 만큼,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임금이 성장하는 비율은 그리 크지 않다. 저소득층의 임금이 물가를 따라잡는 경우는 거의 없고 서민에게는 물가만 계속 오르는 현상이 생긴다. 절대 내려서는 안되는 영역 중 하나다.


사교육 대책을 위해서 대입제도를 바꾸라?

가카의 정책 선언 이후 한나라당은 서민정당을 선언했고, 가카는 사교육 개선을 위해선 대입제도를 바꿔야한다 주장했다. 자녀들의 다수가 유학 내지는 외국 국적을 취득할 사람들이 가장 많을 듯한 정당. 그들의 서민이란 용어, 중도란 용어는 억지로 입은 작은 옷처럼 생소하기만 하다. PD수첩 PD의 이메일을 짜깁기하고 그 사적인 내용을 대중 앞에 공개하며 국회의원이 'MBC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한다. 발표 내용을 SBS 기자들에게 좀 잘 써달라 부탁하다 망신당하기도 한다.

요란하게 쇄신과 변화를 선전함은 정책의 본질과 속셈을 숨긴 채 '대한 늬우스'를 국민들 앞에 틀어놓는 행동과 똑같은 것이다. 그 선동에 소란이 일 동안 조용히 국회 법안을 상정하고 처리하는 것이 본 목적인 셈이다. 시나브로 하나 둘씩 바뀌는 법안들을 보며 사람들은 어느새 '끓는 물 속 개구리'를 떠올리게 될 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뜨거운 물이었으면 어느 개구리가 뛰쳐 나오지 않을까만 찬물을 서서히 데워가니 개구리는 물이 끓는 줄도 모르고 죽어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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