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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er's Island의 공포는 어쩐지 평범하다

Shain 2009. 7. 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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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per's Island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

한국 드라마의 대표 공포물은 '전설의 고향'이다. 심은하 주연의 'M"도 있었고 최근엔 이서진 주연의 '혼' 역시 제작중이란다. 미국 방송국도 여름 마다 이런 류를 제작하는데 'Fear itself(2008)'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여름에 방영된 건 아니지만 'Masters of Horror(2005)'같은 드라마도 잘 알려진 공포 드라마. 약간은 잔인한듯 하지만 사람들의 호기심과 공포심을 자극하는 무서운 이야기들이 여름을 지내기엔 좀 나은 모양이다.

1996년 상영된 영화, '스크림(Scream)'은 특이한 광고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기존 공포영화의 공식을 깨트리는 공포영화, 일탈을 즐기던 남자와 관계를 맺은 여주인공은 죽는다던지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 배우는 죽는다, 혼자 떨어져 나가면 죽는다 등의 공식을 깨트리는 영화라고 했다. 어떤 의미로 그 공식이 깨어졌는 지는 사실 별 관심이 없었고 평소에 즐기지 않던 'Slasher' 무비의 일종이라고 기억했다.

13편에 걸쳐 25명의 등장인물과 용의자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벌입니다. 이들 중 킬러는 과연 누구일까요?


공포영화의 미스터리나 무서움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면 그 영화에 대한 공포는 그저 '깜짝 놀람' 수준에 그치기 마련이고 피튀겨가며 난도질하는 영화는 말 그대로 '스크림'을 위한 장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불쾌한 영화라고 기억되기도 한다. 그저 미치광이 사이코패스가 사람을 죽였기에 나머지 등장인물은 모두 벌벌 떨고 있었노라, 그 정도 밖에 기억되지 않는 것이다.

슬래셔 무비들의 범인 미스터리나 그 원인이 그다지 '과학적'이지 않은 건 언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그 장르 자체가 고유의 오락 영역을 구축하고 있으므로 그런 류의 드라마가 한편 나온다 한들 이상할 건 없다. 다만 그것이 TV 드라마라면 적절히 기존 드라마들의 스토리텔링과 미스터리, 액션, 로맨스 등을 적절히 섞어야 13 에피소드의 이야기를 이끌고 나갈 수 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Haper's Island에도 금발의 소리지르는 미녀(클로이)는 연인과 함께 등장한다. 공포 영화와 슬래셔 무비의 기본 요소는 기본적으로 골고루 갖추고 있는 하퍼섬.


'One by One'이라는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Haper's Island는 그 나레이션 그대로 '한사람 한사람씩 차례대로' 사람들을 죽여간다. 에피소드 1의 첫장면부터 상상만 해도 끔찍한 살인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는 심정으로 후반부를 볼 수 있다. 대체 왜, 무슨 이유로, 누가 이 살인을 시작했고 진행하고 있느냐 하는 부분은 드라마의 중반이 훨씬 넘어가야 짐작 가능하다.


( 19+의 장면과 함께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야기는 이렇다. 7년전 존 웨이크필드가 하퍼섬에서 6명을 살인했다. 하퍼섬 최초의 살인 사건이었던 그 사건으로 주인공 애비 밀스는 엄마를 잃었고 존 웨이크필드는 사살되었다. 엄마를 잃은 충격으로 애비는 도망치듯 그 섬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었지만 자신의 단짝친구 헨리와 트리쉬 월링턴이 하퍼섬에서 결혼하기로 한 까닭에 모든 신랑 신부 가족들을 태운 여객선을 타고 하퍼섬을 향하게 된다.

아직까지 과거의 살인 기억이 남아 있는 하퍼섬은 무성한 숲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섬이다. 어머니의 시체와 다른 사람들의 시체가 걸려 있던 주변 환경을 보며 애비는 섬뜩한 기분을 느끼고 자신의 옛 연인이었던 지미와 하퍼섬의 보안관인 아버지를 만나면서 과거의 기억을 하나둘 떠올리게 된다. 그때부터 하퍼섬에 온 손님들은 하나둘 핑계를 대며 사라지기 시작한다.

'Haper's Island'는 공포물의 특성에 해당하는 많은 요소들을 초반부에 골고루 배치했다. 슬래셔 무비 특징의 잔인한 살육을 집어넣는가 하면 공포 영화에서 반드시 제거당할 수 밖에 없는 독특한 인물들을 하나둘 등장시켜 미스터리를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들이 제거 당한 이후엔 의심스런 사람들까지 하나둘 사라져 범인이 될만한 사람들 만 '밀실'이 되어버린 섬에 남아 있게 된다.

행복한 신랑과 신부를 축복하러 와서 즐기던 사람들은 섬에서 살인 사건이 다시 일어났음을 깨닫고 경악한다. 모두들 섬을 하나둘 떠나는 가운데 신랑과 신부의 친구들은 섬안에 갇히고 만다.


13편이 끝날 때까지 죽고 죽이는 이야기가 계속되지만 사실 이런 류의 공포영화를 자주 접한 사람들이면 범인과 범인의 비밀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범인을 놓치게 하는 미끼 캐릭터가 강할래야 강할 수가 없는 구조로 드라마가 사람들을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죽여가기 때문이다. 생각 보다 아주 빨리 범인의 정체가 드러난다는 점은 이 공포 영화의 미스터리를 깡그리 해결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 순간부터 이 드라마는 그냥 슬래셔가 될 뿐이다.

미스터리가 아닌 전체적인 스토리, 즉 드라마를 중요한 볼거리로 삼는다면 그럭저럭 시청할만한 1시즌짜리 오락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짧은 기간 안에 승부를 보는 공포 영화와는 자리를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애초에 공포 드라마들은 에피소드별로 주제를 분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13 에피소드나 같은 내용과 같은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Fingersmith(2005)'의 모드 릴리로 유명한 일레인 캐시디가 특유의 까만 눈으로 이번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는데 아일랜드 배우로 미국에선 특별히 출연작이 없었던 일레인의 특별한 외모가 돋보이는 드라마였다.


이미지 출처 :
http://www.sidereel.com/_post/147408
http://www.newtotv.com/category/show-status/cancelled/opportunity-knocks-television-shows/
http://www.fanpop.com/spots/harpers-island/images/7077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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