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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드 '니키타', 원작을 이제 잊어줘

Shain 2010. 10. 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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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영을 보고 여주인공 매기 큐가 남녀 모두에게 인기를 끌만한 멋진 배우란 생각을 했다. 쭉 뻗고 걷기만 해도 매력적인 그 여배우가 액션신도 대역없이 찍는다기에 '오~'하는 감정이 들었다. 한때 다니엘 헤니의 애인이었단 루머가 있었다길래 헤니가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첫방영 대략 만족, 그러나 이거 뭔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껄끄러운 기분은 원작 영화 때문이다. 몇번쯤 리메이크된 영화 니키타, 역시나 드라마 제작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고, IMDB를 뒤져 보니 니키타(Nikita) 배역은 이번이 네번째, 그 중 한 사람은 그 유명한 브리짓 폰다였다. 하긴 워낙 오래된 프랑스 영화이니 그 느낌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드물지 않을까.

임무 중인 니키타의 첫 회상신은 붉은 수영복이었다


네 편의 모티브는 모두 같다. 스트리트 키드로 자라 죽을 위기에 처했던 니키타를 비밀 기관이 거두고 제 2의 인생을 살게 한 후 암살자이자 첩보원으로 활약시킨다는 내용이다. 버전별로 이름이나 여인, 남자 주인공과의 애정 관계, 기관과의 관계 등이 조금씩 달라진다. 이번 TV시리즈는 원작을 되살렸으면서도 캐나다 버전 니키타와 상당 부분 같다.

90년도 개봉된 원작(한국은 그뒤)은 인상이 강렬했다. 여성 암살자, 킬러의 존재가 미미했던 시절이라 더욱 그랬는 지 모른다. '킬빌'처럼 파워풀한 여주인공은 생각도 못 했던 시절이고, 데미 무어는 97년 'G.I. 제인'에서 남자같은 근육질 때문에 야유를 받기도 했다. 금발 여성은 실베스타 스탤론 옆에서 '살려줘요'를 외치는 소품, 뽀빠이 옆의 올리브 역할이면 충분하던 시절이니까(린다 해밀턴을 빼먹을 수 없겠지만 아놀드씨 때문에 제외).

섹시한 아싸신, 그리고 복수의 화신 니키타


포스터 속에 등장했던 것처럼 연약해 보이고 보호 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아름다운 그녀가 암살자라는 모티브는 독특하다 못해 기이한 느낌을 줬지만, 막상 영화 속에서 타고난듯한 그녀는 이질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니키타가 이제 TV 드라마 버전에선 독자적으로 비밀 기관에 맞서는 존재가 됐다. 이제는 그 기관과 파워면에서 대등한 느낌이 들 정도니 놀라운 발전이다.

암살자로 훈련 받고 비밀 기관 디비전에서 대활약을 했던 니키타는 드라마 초반부터 디비전의 적으로 쫓기는 몸이다. 이미 완벽한 암살자인 것이다. 사랑에 빠진 니키타를 제거하려 했던 부패하고 타락한 정부기관 디비전에 반기를 든 그녀는 기관의 일을 방해한다. 대신 드라마는 알렉스란 마약중독 스트리트 키드를 디비전에 넣어 니키타가 예전에 거쳤을 법한 훈련 과정을 보여준다.

강도짓을 하던 알렉스는 디비전에 발탁된다


원작대로 강제로 기관에 넣어져 거칠게 반항하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훌륭하게 훈련을 소화하는 어린 니키타와 기관의 일원으로 니키타를 보호하면서도 위험에 내몰아야하는 남자 주인공과의 상황을 알렉스가 대신 소화한다. 아만드의 캐릭터, 그리고 장 르노가 맡았던 클리너 캐릭터 역시 알렉스, 니키타가 상대하는 인물 중 하나로 등장한다.

연작임을 감안해 매 에피소드 마다 니키타가 헤쳐나갈 사건을 하나씩 선정하고 그녀 만의 해결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90년대에 비해 현대적인 상황이 화면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볼거리'는 충분한 셈. 너무나도 미숙했던 니키타가 완벽한 전사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니키타의 배역 소개 인터뷰다 -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알 수 있다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어온 'Assassin'이라 불리는 암살자들, 원래 그들의 캐릭터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정의를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자체가 이율배반적인 직업이며 인간적인 갈등을 처음부터 내포한 사람들이기에 '피도 눈물도 없다'라던가 '배신을 당했다'는 말은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지 모른다. '아름다운' 니키타는 처음부터 모순을 가진 캐릭터다.

이 냉정한 살인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란 감정이며 그에 대한 복수가 드라마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될 지 방해물이 될 지 아직은 궁금한 드라마. 매 에피소드별로 40분의 시간을 충분히 잘 활용하고 있기에 그리 지루하지는 않을 듯하다. 무엇 보다 아직은 매기큐와 알렉스의 매력이 충분하다.

가십걸을 비롯한 CW 채널의 프리미어 포스터는 유난히 자극적이다. 시민들의 항의로 철거된 니키타의 포스터. 사람을 살상하는 총기가 문제였을까, 그녀의 섹시함이 문제였을까.



애정연기를 지원사격할 아름다움은 기본 조건이고 강렬한 액션과 지적인 첩보 활동까지 겸하다 보니 니키타 역은 배우로서의 역량이 요구되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론 이번에 선정된 니키타가 개인적으론 가장 마음에 드는 외모이고 원작의 말괄량이였던 안나 빠릴르와 다르게 성숙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덤으로 니키타를 보호하고 싶어하는 마이클은 상당히 아리송한 인물이다. 그녀에게 온전히 냉정하지도 않고, 따듯하지도 않은 인물이다. 어떤 의미로 니키타의 모든 고난이 출발하는 사람이니 제거해도 이상하지 않다. 배신자이면서 연인의 감정을 가진 그가 이미 연인이 죽어버린 니키타와 애정전선을 형성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형태가 될 지 궁금하다.

* 궁금한 김에 예전 니키타가 어떤 느낌이었나 추억해보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캐나다에서 6시즌까지 히트한 드라마 시리즈 니키타도 포함해서. (기회 있으면 네 작품 모두를 비교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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