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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김수로'는 어떤 사극이었나?

Shain 2010. 11. 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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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율이 낮고 인기도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린 사극, 종친회의 방영금지 신청을 받는 등  초반부터 잡음이 많았던 드라마라 기억하는 사람도 드문 'MBC 김수로'는 2010년 9월 18일에 방영이 종료되었다. 가야와 대가야를 세우고 신라와 더불어 남쪽의 강력한 왕국을 만든 김수로의 이야기는 제작자가 '임충'이란 사실 때문에 시청하기로 했던 드라마다.

알에서 태어났다는 김수로(지성)와 천축국의 공주였다는 허황옥(서지혜), 김수로의 형제 이진아시(고주원), 신라 공주 아로(왕빛나), 남해차차웅(권성덕), 석탈해(이필모), 대가야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정견모주(배종옥), 아진의선(이덕희), 천신 이비가(이효정), 아효, 아니 공주(강별) 등은 모두 실제 설화나 사서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야심차게 가야의 전설 김수로를 들고 나온 것은 좋았지만 드라마는 대작으로서의 위력을 보이지 못하고 말았다. 전투장면이 너무 초라해 비난받기도 했고 30부 안에 완결하기 위한 급한 진행으로 드라마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도 못 했다. 각 등장인물들의 감정 역시 설득력이 없었다.

설화와 사서 기록을 적절히 섞은 것은 훌륭한 시도였지만 출생의 비밀을 무리하게 엮기 위해 정견모주와 김수로의 친아버지를 북방계의 인물로 설정했다는 점(김수로란 이름 뜻을 생각하면 북방의 김융 아들이란 설정은 무리하다, 그렇지만 북방계 인물이란 주장도 있다), 김수로의 양어머니 조방처(최수린)가 겪는 신귀간(유오성)과의 사건 등은 몹시 아쉬운 부분이다.


드라마에 첫등장한 역사 속 인물들

역사적으로 김수로는 독특한 점이 많은 인물이다. 누구 말대로 전승되고 기록된 최초의 '국제결혼' 커플이기도 하고(알고 보면 석탈해도 국제결혼일 수 있지만), 구간들에 의해 추대된 가야의 왕으로 철기 문명으로 부흥한 가야국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줄 인물이기도 하다. 전개가 순탄했다면 새로운 국가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나 가치관도 설파할 법한 소재였다.




여태까지 드라마에서 철기 문명에 대한 설정은 전무하다 시피 했다 비교적 고증하기 좋은 조선 시대를 자주 다루는 이유는 철기나 삼국 시대의 세계관을 설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MBC 김수로'는 최초로 그 철기 문명의 컨셉을 드라마 안에서 구현해 야철장과 구간들의 권력 관계 등을 비교적 세밀하게 묘사한다.

신라의 왕 석탈해 역시 첫 등장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용성국왕의 아들이라는 석탈해는 각종 설화가 존재하는 인물이지만 외국에서 건너온 인물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분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라이지만 유독 이 인물 만은 외지인임에도 출신 성분과 다르게 왕위에 올랐다. 남해차차웅의 딸 아니공주(혹은 아효공주)와 결혼에 맏사위가 되고 신라의 왕위에 등극하는 묘한 인물이다.




다양한 기록과 설화가 존재하는 이야기를 드라마 속에 잘 엮어넣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이 드라마는 간만에 등장한 신선한 소재, 캐릭터가 원래 선명한 역사 속 등장인물의 가치관을 제대로 전개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김수로와 한뜻이 될 수 없었던 석탈해와 이진아시가 단순히 속좁은 악역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랐었다.

남해차차웅의 여동생으로 혹은 석탈해의 아내로 기록된 아로 공주(석탈해의 아내 이름이라고도 한다)는 제사장의 성격으로 신라 초기 국가의 큰 제사를 맡았었다고 한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며 가야의 스파이 노릇을 하러 오는 공주 역할은 제법 그럴 듯한 설정이었다.



처음으로 구현된 소도와 천군, 나찰녀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솟대' 이야기는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는 특별한 지역으로 죄인이 들어가도 함부로 군관들이 접근할 수 없었다는 소도와 그 주변에 세워졌다는 솟대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신기하다. 사람들이 함부로 얼씬거리지 않았다는 건 특별한 기운이 풍겼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천군이 제사를 주관하여 삼한 사회의 질병과 재앙이 없기를 빌었다고 하는데 신앙과 정치가 분리되지 않은 고대 사회에서 천군이 가지는 의미는 신과 동격이 아니었을까 싶다. 김수로에 등장한 나찰녀(김혜은)와 천군은 그 고대의 신앙이 '김수로'라는 현실 속의 정치, 즉 군주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인물들이다. 신앙을 상징하는 존재들답게 신탁을 내리는 알과 예언을 중요시했지만 김수로는 그 전통을 합리적으로 깨트린다.




드라마 초반에 등장한 '순장(殉葬)'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수로의 또래였던 여의는 돈을 받고 팔려와 신귀간의 아버지 장례에 함께 죽는 처지가 된다. 죽은 자와 시종까지 함께 죽여 묻는다는 그 시대의 풍습은 어린 김수로의 울분을 끓게하기도 하지만 왜 구간들 중심의 구야국이 변해야하는 지 깨닫는 장면이기도 하다. 천군의 의지 만으로는 거스를 수 없었던 신앙 사회는 오로지 인간 만이 바꿀 수 있을테니 말이다.

유행하는 소재가 아닌 '최초의 시도'라는 건 늘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MBC의 주말밤이란 시간대는 큰 인기를 끌긴 힘든 시간대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생소한 소재에 저조한 시청율로 최고 시청율 조차 12.8%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처음으로 조명된 가야국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마음에 들었었다.

잘 짜여진 구도로 천군, 야철장과 구야국의 권력 관계를 묘사하고 있었음에도 득선(유천, 장동직)과 정견모주 그리고 김수로의 갈등이 너무 쉽게 봉합된 것도 허황옥과 주변 인물들이 상권을 형성하고 김수로의 아군이 되는 과정도 무엇 보다 신라와 전쟁을 벌이는 가야가 그 일대의 패권을 장악하는 과정도 간략하게 처리된 게 무엇 보다 아쉽다. 같은 소재가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나은 방법으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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