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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80년대 캔디를 위한 올드팝

Shain 2010. 11. 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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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 마음 고생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낡은 물건 만 보고도 짐작하는 사연이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낡은 물건이 깔끔하지 못하다며 인상을 찌푸립니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 캔디를 볼 때는 캔디가 슬퍼하길래 그냥 울었지만 어른이 된 후엔 고아로 유일한 친구를 떠나보내는 아픔과 첫사랑을 잃어버리는 아픔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은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노라 말하죠.

'MBC 글로리아'는 10살 때부터 30살이 될 때까지 안해본 일이 없는 나진진(배두나)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80년대는 많은 사람들이 가난했던 시절이었죠.





19살에 데뷰한 신인가수로 반짝거리며 빛나던 언니 나진주(오현경)의 사고로 부모님이 모두 죽고 나진주 역시 그 사고로 다섯살 수준의 지능을 가진 상태로 나진진의 짐이 되버립니다.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그 상황 속에 열 살의 어린 여자아이가 언니를 끌고 버스에서 껌을 팔고 부모님의 유해를 강에 뿌립니다. 나진진은 지치고 힘들어서 차라리 언니가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었습니다.

그뒤로는 신문 배달, 우유 배달, '추억 속으로' 의상담당 등 안해본게 없이 살았죠. 어제 방영된 내용에선 가수로 성공하려는 그녀가 30살 밖에 안됐는데 너무 많은 직업을 가져본데다 나진주가 정상인이 되는 사건까지 너무 극적이라며 네티즌들이 '경력 조작설'을 들고 나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먹고 사는 일을 겪어본 적 없으니 나진진의 경험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거죠.

라면 CF를 찍기 위해 오디션을 본 곳에서도 똑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너무나 가난해서 엄청난 허기를 라면으로 떼웠고 그러다 보니 맛있게 라면을 먹어치우는 장면은 누구 보다 리얼하게 할 자신이 있지만 CF 감독은 나진진의 실생활 연기를 오버한다고 일축해 버립니다. 자연스럽지 않고 게걸스럽고 지나치다며 지적하죠.


열살짜리 어린 여자아이가 정신줄을 놓은 언니를 두고 홀로 부모의 유해를 강에 뿌립니다.


라면 먹는 연기가 너무 게걸스럽다며 지적받은 나진진(배두나)



나진진은 실생활 연기라면 누구 보다도 자신이 있고 시장바닥에서 싸워본 경력(?)도 만만치 않은 지라 누구 보다 그런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지만 CF 감독의 눈에는 그것이 그저 설정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드라마 속에서 단역을 구하는 감독님이 그녀의 사실적인 연기를 인정해서 드라마 조연으로 출연할 수 있게 해주죠. 그녀가 출연할만한 서민 드라마가 마침 있었던 모양입니다.

하긴 70-80년대의 어려웠던 시절을 겪어보았던 사람들은 이미 30대 이상의 어른들입니다. 드라마 속 나진진처럼 셋방살이 서민이 많았고 끼니를 거르기 일수였고 밀가루만 허멀건 수제비를 자주 끓이던 그 시절을 겪어보기전엔 모릅니다. 더군다나 21세기의 캔디이자 서민인 나진진의 80년대는 정말 특별하지 않습니까.

2004년 뇌동맥류로 사망한 가수 로라 브래니건(Laura Branigan)의 '글로리아(Gloria)'는 79년에 발표되어 세계를 사로잡은 팝 히트곡으로 디스코장 등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추억의 노래입니다. 극중 이강석의 엄마 여정난(나영희)와 정우현(이영하)의 전성기이고 나진주의 전성기 때 유행했던 노래기도 하죠.


늘 꿈꾸어왔던 언니 나진주(오현경)과의 동반 무대


극중 이지석(이종원)의 음모로 유치장에 갇힌 하동아(이천희)



극중 나진진은 무대에서 이 글로리아를 부르게 됐고 자신의 예명을 '글로리아'로 삼습니다. 홀로 불렀던 그 노래를 어제는 드디어 정상인의 모습을 되찾은 언니와 함께 부르게 됐죠. 너무나 큰 슬픔이자 불행이었던 언니와 '추억 속으로'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벅차게 보입니다.

마지막 부분을 향해 달려가는 드라마 글로리아는 나진진이 이강석(서지석)과 사랑에 빠지고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만 드라마의 미스터리였던 나진주와 이지석(이종원)의 숨겨진 이야기가 조금은 과격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살인을 목격한 나진주를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어하는 이지석(이종원)은 두 자매와 하동아(이천희), 정윤서(소이현)을 꾸준히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천희의 연기력이 참 많이 달라졌다 싶어지는 가운데 재벌 집안의 눈쌀이 찌푸려지는 문화와 극중 과격한 이지석의 행동은 참 많이 부담스럽습니다만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인공의 행복을 바라게 만듭니다. 21세기형 서민 캔디는 추억의 노래를 부르면서 이 위기를 꼭 이겨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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