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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성은필 정체가 뭐야

Shain 2010. 11. 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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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즐거운 나의 집'에서 배우 김갑수씨는 2010년 드라마 출연 사상 여섯번째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로 여전히 얼굴을 비추고 있다. 죽어버렸지만 전혀 죽은 것같지 않은 성은필의 존재는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다. 모윤희(황신혜)의 아내로 김진서(김혜수)의 환자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김갑수씨 없는 후속 편은 상상할 수가 없다.

'우리 성씨 가문을 김박사가 낳고 자란 여염집하고 똑같다고 생각지 마세요'라는 말로 성씨 가문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내는 성은숙(윤여정)의 동생이자 미쳐버린 빨간 원피스 조수민(최수린)의 전남편, 다른 남자와의 불륜이 의심스러운 모윤희의 남편인 성은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모윤희는 성은필에 대해 감추려하고 김진서는 단순한 이중인격자라고 보기엔 수상한 그의 뒤를 쫓는다.


김진서가 회상하는 성은필과의 상담장면. 이 장면은 많은 걸 암시한다. 은필은 진서가 상현의 아내임을 알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 진서에게 보여준 모습은 거짓일 수도 있다.



11월 10일 방영분에서 빨간 원피스의 재등장과 이준희의 정체가 예고된 가운데 사망 당일 이준희의 행적을 추적하는 강신우(이상윤)과 김진서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강신우는 김진서의 개인적인 원한을 조사해줄 수는 없다는 강력계 형사지만 객관적으로 의심할만한, 미심쩍은 모윤희를 알게 되고 사건 현장의 단서를 찾아낸 이후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될 듯하다.

'즐거운 나의 집' 고유의 매력, 한가지 의문점을 해소하고 나면 또다른 미스터리가 등장하는 구조가 빛을 발한다. 눈치빠른 시청자들은 국내 경력은 없지만 해외에서 유명한 작가로 언론접촉도 피하고 정보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화가 이준희의 정체를 김진서는 모윤희의 아버지일 것이라 짐작한다. 그리고 성은필은 '아내의 아버지'에 대해 김진서와 상담한 적 있다.

드라마에 등장한 이준희(이호재)는 김진서와 강신우를 속이는 치밀함을 보인다. 등산객으로 위장해 그들의 시선을 벗어난 후 사고 당일 자신의 행적을 위조하고 본인을 '중년의 신사'로 증언하게 만든다. 그들을 피한 이후엔 모든 짐을 정리해 작업하던 산장을 떠나 버린다. 성은필이 죽던 날 9번 이상 통화했다는 이준희는 자신의 정체를 의심한 강신우의 추적을 받게 될 것이다.


이상현이 기억하는 퇴폐적인 성은필,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호두알, 동생의 초상화를 걸어둔 누나 성은숙
모윤희의 살아있는 아버지 모준하로 짐작되는 화가 이준희


김진서는 김진서대로 윤희의 초상화를 보고 극장간판을 그리던 모씨를 기억해 낸다. 모준하라는 이름의 술주정뱅이였던 그는 배우의 얼굴을 실제 인물과 거의 똑같게 그려내곤 했다. 늘 어린 딸 윤희를 때리곤 했던 그는 어떻게 살아 있었을까? 아내 문제로 상담하던 성은필은 왜 이준희와 긴밀한 연락을 취했을까? 김진서의 기억에 의하면 그는 분명히 모윤희의 친아버지와 만난 적이 있었다.

성은필은 분명 이상현(신성우)와 모윤희의 불륜을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상현을 죄책감에 빠지게 할 만한 윤희와 상현의 비밀은 밝혀진 적이 없지만, 지금은 역으로 진서와 은필의 불륜을 의심받는 상황이다. 완벽해보이는 여자 김진서는 성은필에게 좋은 감정을 가진 적 있었음을 고백하고 아내 조차 필름에 담지 않던 은필 역시 진서의 사진을 갖고 있다.

드라마의 모든 단서는 성은필로 통한다.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를 만큼 잔인한 성격이면서도 분노와 의심을 호두알을 굴리는 행동으로 감추던 남자, 이상현을 불러 그의 자존심을 자극하면서도 그의 아내 진서에겐 한없이 따뜻하고 다정하게 굴었던 남자, 열살이나 많은 누나의 고상함에 반발할 수 없었던 소년같은 사람. 윤희와 상현 앞에서는 잔인한 악마같고 진서와 은숙 앞에서는 아이같은 진짜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성은필은 김진서에게 다른 색도 아닌 빨간색 장미를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사진을 찍었다.


배우 김갑수씨는 장면 장면 마다 때로는 퇴폐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고 다정하고 따뜻한 미소를 짓기도 하는 등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의 내면을 잘 연기하고 있다. 술을 마시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이상현을 바라보는 성은필의 표정이 질투인지 경멸인지 혹은 비웃음이나 부러움인지 알 수가 없다. 남들은 성은필이 이상현을 총애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현은 틈틈이 모멸감을 느꼈다.

인간의 진실은 생각 보다 단순하다고 한다. 진서와 윤희의 분노를 일으킨 시발점은 생각 보다 작은 것일 수도 있다. 죽어버린 성은필의 본심도 보이는 것 보다 따뜻하고 다정한 것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상처주지 않기 위해 시작한 일이 걷잡을 수 없는 오해가 된 것일까. 성은필의 본심과 주변 사람들의 진심이 드러나는 날, 드라마의 모든 비밀이 풀리지 않을까 한다.

* 어제 방송분 시청률은 7.5% 였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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