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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무력한 바세바의 남편 우리야

Shain 2010. 11. 1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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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기록된 다윗왕은 우리야의 아내인 바세바의 목욕을 훔쳐 보다 그녀와 동침하게 된다. 바세바가 임신을 하자 다윗은 전장에서 우리야를 불러들어 바세바에게 보낸다. 충성스럽고 우직한 우리야는 전장에서 고생하는 중인 동료와 부하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아 바세바를 만나지 않고 돌아간다. 다윗왕은 결국 부하를 보내 우리야를 죽여버리고 바세바와 결혼한다.

성은필(김갑수)는 렘브란트의 '목욕하는 바세바'를 이상현(신성우)에게 보여주며 바세바와 우리야, 다윗왕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다윗과 바세바의 이야기 보다는 다윗왕과 우리야가 더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권력이란 건 그런 거야. 마음만 먹으면 부하의 아내를 취하고 그 남편의 목숨까지도 거둘 수 있는 것' 성은필의 대사로 그가 어떤 남자였는 지 다시 한번 더 드러난다.

바세바를 몰래 훔쳐본 권력자 다윗왕은 다름 아닌 아내를 둘이나 둔 대학이사장 성은필일 것이고 다윗왕의 충성스런 부하인 우리야는 명성대 시간강사이자 전임교수 자리라도 얻어보려 성은필의 비위를 맞추는 이상현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몰래 훔쳐봄을 당하는 바세바는 당연히 아름답고 똑똑한 김진서(김혜수)이다. 바세바는 다윗을 고의로 유혹했다는 의심도 받는 여성이다.




아무것도 모른채 이사장이 아내 모윤희(황신혜) 때문에 자신을 경계한다고 믿어왔던 이상현은 김진서의 병원에 있던 빨간 장미의 정체를 알게 된다. 아내를 방문할 때 마다 성은필이 꼬박꼬박 꽂아주었던 빨간 장미의 의미는 바세바와 다윗과 우리야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자신을 우리야에 빗대어 조롱하던 성은필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다.

다윗왕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우리야에게 그의 충성과 공을 치하한다며 아내의 일로 죄책감을 느끼는 만큼 친절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야의 앞에서 웃던 그는 뒤에서 몰래 아내를 훔쳤고 하루 아침에 우리야를 죽였다. 무력한 우리야처럼 친절한 성은필에게 농락당한 이상현은 성은필의 모든 걸 주겠다는 모윤희의 유혹이 장난같지 않다.

비록 자신을 약올리기 위해 했던 말임을 알고 있지만 김진서가 환자로 찾아온 성은필에게 호의적이었단 사실, 그리고 성은필이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의 아내를 카메라로 찍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라 그는 더 크게 동요한다. 김진서는 아내 모윤희 보다 훨씬 더 성은필의 죽음을 파헤치고 싶어한다. 정말 김진서는 성은필에게 호감을 가졌던 것일까. 중심을 지키면 지키려고 할수록 힘들기만 하다.




김진서에게 충실한 남편이 되기 위해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학원강사라도 해보려하지만 '지방대 나온게 쪽팔리다'는 친구, 택시 운전기사라도 해서 수입을 얻고 싶지만 학자 출신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을 깨닫기만 한다. 교수들 앞에서 이상현의 위신을 세워주는 모윤희의 부추김 때문에 달라진 교수들의 태도는 이상현을 다시 학교로 돌려놓지만 그는 여전히 김진서에게 부정한 존재이다.

새롭게 등장한 인물 이준희(이호재)는 모윤희에게 계속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그는 모윤희의 실종된 아버지 모준하가 분명하다. '넌 지금처럼만 지내면 돼'라며 모윤희를 안심시키려 하지만 성은필과 계속 연락해온 이유는 말해주지 않는다. 김진서의 정보를 모으고 주변을 정리하는 모준하는 성은필에게 초대된 제 3자가 맞는 것일까? 모윤희를 덮어주기 위해 모든 걸 꾸민 것일까?

김진서의 말처럼 사진 만큼이나 사물을 똑같이 그렸다는 모준하는 모종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의 화실을 가득 채운 사진들은 아무래도 성은필이 죽었던 곳의 차바퀴 사진같기도 하다. 모윤희가 죽도록 증오하는 핏줄이고 20년 동안이나 연락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남다른 천재성을 보여준 모준하. 남들의 눈을 피해 숨어든 이준희는 과연 홀로 무엇을 꾸미고 있는걸까?




성은필의 미쳐버린 전처 조수민(최수린)을 처음 본 김진서는 그녀가 생각 보다 훨씬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아직 성은필의 전처라는 걸 모르는 김진서는 모윤희에게 추궁하지만 대답해주지 않는다. 성은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김진서는 모윤희를 악녀라고 생각하지만 전처의 존재는 성은필의 악마같은 다른 면을 보여줄 결정적인 단서이다.

드라마엔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받은 과거가 있는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증오를 일으키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기도 하다. 유일하게 그들의 연결고리에서 제외된 멀쩡한 등장인물은 강신우(이상윤) 뿐이다. 그는 성은필의 죽음을 살인으로 몰고 가려는 김진서에게 이런 말을 한다. '자꾸 한쪽으로 몰두하다 보면 아닌 것도 진짜처럼 믿게 되지 않습니까?' 그들이 서로를 오해하고 의심하는 밑바닥엔 원초적인 편집증이 존재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 11월 11일 방영된 'MBC 즐거운 나의 집'은 8.2%의 시청률로 약간의 상승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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