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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 누가 사회적 약자인가

Shain 2010. 1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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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인터넷을 달군 기사는 '여교사와 여중생이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라는 내용입니다. 지난 달 12일 발생했던 이 사건은 해당 교사(55세)는 수업 중 학생이 노트에 낙서를 하자 그 노트를 빼았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전학 권고가 내려졌지만 학부모가 고소하겠다고 반발해서 사건이 커진 모양이군요.

교사와 학생 둘중 누가 약자인가. 아시다시피 이건 정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상황에 따라 약자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학생도 있겠고 반대로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무슨 학교가 약육강식의 정글이냐고 묻겠지만 요즘 학교에서의 권력 관계는 그리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그건 대부분의 사회인들이 체험하는 현상이죠.

일명 '사랑의 매'를 휘두르고 두발 단속을 하고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얼차려하는 학생주임은 아이들 앞에서 절대 강자이지만 성적이나 올리라며 학생 단속을 두고 닥달하는 교장이나 상급교사 앞에서는 약자이고 고소하겠다고 난리치는 드센 학부모 앞에서는 절대 약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끼리도 약자와 강자의 관계는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KBS2에서 매주 목요일 8시 50분에 방영되는 '정글피쉬2'는 아이들 사이의 계급을 자세히 묘사합니다. 물리적 파워부터 재산 성적까지 개입된 그들의 계급은 매우 거칠지만 사회의 축소판인 듯 합니다.

일명 학교의 '귀족' 계급인 일진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건드리지 않는 공부 잘 하는 '자유기사' 계급도 있습니다. 성적도 뭣도 중간 계급인 '양민'들이 있고 속어로 '빵셔틀'이라고 불리는 '천민' 계급들도 있습니다. 성적과 파워로 좌우되는 이들의 극단적인 정글은 언제 만들어진 것인 지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눈에 띄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드라마 '정글피쉬2'에서 '실미도'라는 별명을 가진 풍림고 학생주임은 벌점에 따라 학생들을 관리합니다. 복장 단속 등 학교에서 규제하는 각종 이유로 벌점을 받은 아이들은 '퇴학'을 권고받기도 하고 지독한 체벌을 받기도 합니다. 목적고인 가화고와 달리 일진 아이들도 있고 성적도 좋지 않은 학교에서 실미도라는 교사 타입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강자가 되기 위해 알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반항할 이유도 없을테니까요.


학교 내 일진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 (KBS2 정글피쉬2 중 한장면)



체벌을 받는 아이들은 분명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그들을 정글에 밀어넣은 사람들은 사회적 '강자'에 해당하는 어른들이고 그들은 그곳에서 자기가 보고 체험한 힘의 원리를 재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물리적인 파워, 돈, 성적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고 가르쳐준 건 바로 이 사회이기 때문이죠.

때로는 그 '파워'가 교사들을 약자로 만들기도 합니다. 돈봉투를 받아 학생들의 서열(?)에 영향을 끼치는 그 교사들은 일단 자신들 보다 높은 사람들의 압력에 굴복해야 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아이들을 관리하고 성적을 올리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고 학부모들과 아이들과 갈등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교사로서의 위신도 중요하지만 계약직 교사들은 '짤리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작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은 해당 여교사가 계약직이었다고 합니다. 교탁에 선 그녀가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 앞에서 '강자'였을 리는 만무합니다. 수업시간에 모든 학생이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아도 딱히 지적 못하는 게 요즘의 교사입니다. 한국 사회의 교사는 성적을 올려준다면 '체벌'이라도 괜찮지만 오히려 의견이 맞지 않으면 바로 공격당하는 약자의 위치로 전락당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형사처벌 해야하나요(KBS2 정글피쉬2 - 여자친구 누드 유포하는 장면)



다시 인터넷을 달군 여교사와 여중생의 머리채 싸움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봅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달 12일 그러니까 2010년 10월 12일이라고 합니다. 기사에서는 당일날 벌어진 사실 관계에 집중에 사건을 기술하고 있지만, 해당 기사엔 네티즌들이 올린 목격자들 즉 학생들의 진술서가 올라와 있습니다. 이게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조사해 보니 과연 학부모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서명도 있고, 같은 학교 학생이 올린 반론도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강력한 선생님'들을 보고 자란 전 체벌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시골 학교에서 자라 탈선하는 남학생들을 지독한 매로 다스렸던 우리 시대의 선생님들은 분명 학교와 군대를 구분하지 못하셨던 사람들입니다. 이번 체벌 금지 조치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환영했던 것은 이런 불합리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부분이 불편한 건 학교 현장의 질서가 이미 정글이란 문제 때문일 겁니다.


각기 다른 꿈을 꾸는 아이들 (KBS2 정글피쉬2의 한장면)



학생들은 이미 자신들끼리 '약자와 강자'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선으로 교사들을 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괴롭힐 수 있는 교사와 그렇지 못한 교사 역시 구분하고 있습니다. 실미도 타입의 교사에겐 찍소리 하지 못하면서도 때리지 않는 교사에겐 함부로 대하는 아이들이 제법 많다는 것, 알고 계신 분들 많을 겁니다. 학교의 역할을 상실한 사회에서 교권은 제쳐두고서라도 교사 개인의 인권은 보호받을 수 있을 지 참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이미지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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