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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데드, TV 좀비 드라마 성공하다

Shain 2010. 11. 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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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전에 이미 전세계 120개국에 방영 계약을 마쳤고, 세계 26개국에서 좀비 분장 플래시몹을 진행했던 AMC의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The Walking Dead)'는 케이블 드라마 답지 않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몇개 되지 않는 AMC 방송국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었다.

530만명의 미국인이 시청했다는 이 드라마는 2010년 미국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흔치 않은 '대박'을 기록한 것이다. 거기에다 어제(2010년 11월 9일)는 단 2회 방영 만에 시즌 2를 주문받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빨리 다음 시즌 제작 결정나는 드라마는 몹시 드물다.


주인공 릭 그라임스(앤드류 링컨)이 코마에서 깨어보니 세상이 변해 있다.



FIC(FOX International Channel) 배급 능력과 이벤트 능력이 탁월한 것인지 '좀비'라는 소재가 전세계적으로 먹힌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에서나 다룰 수 있는 컨텐츠로 TV에서 성공하기 힘든 소재라고 생각했던 좀비 드라마가 성공했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 의외로 여겨지기도 한다. 할로윈 특수 효과를 반짝 누렸다기엔 다음 편을 기다리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좀비 이야기지만 사람에 대한 드라마

좀비가 등장하는 이야로 호러물인 건 사실이지만 이 드라마의 주된 테마는 좀비 그 자체라기 보단 살아남은 생존자들 사이의 이야기이다. 범인 검거 중에 총에 맞아 장기간 병원에 입원했던 릭 그라임스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바뀌어버린 세계로 인해 혼란스럽다. 원인불명의 병으로 사람들은 좀비가 되고 좀비에게 물린 사람들 역시 좀비가 된다. 거리는 시체가 즐비하고 좀비가 된 사람들이 거리를 헤맨다. 가족들이 어디 있는지 찾아 헤매는 릭과 남은 생존자들은 좀비들에게 맞서는 법을 배우며 살아나간다. 좀비가 된 지인은 더 이상 흉한 꼴로 돌아다니지 않도록 총으로 쏴 죽여버려야하는 상황에 처하는 생존자들의 비극은 슬프기까지하다.




워킹데드 시즌 2는 어떻게 제작되나

단 2 에피소드를 방영했을 뿐인데 시즌 2 제작을 이렇게 빨리 선언했다는 것은 놀랍지만 이 드라마의 시청률 기록을 생각하면 그럴만하다. 더군다나 워낙 이벤트가 잘 준비된 드라마라 제작전부터 시즌 2가 결정되었단 말들이 많았다. 케이블 TV의 평균 시청률을 생각하면 엄청난 초히트작인 것은 사실이다. 할로윈 데이에 방영된 1 에피소드는 530만(재방송까지 합치면 810만), 2 에피소드는 470만의 시청자가 지켜봤다. 시즌 1은 6 개의 에피소드가 올해중 방영 예정이고 시즌 2는 13개 에피소드 주문되었다. 좀비 드라마를 만들고 이벤트를 준비하면서도 이런 '고어물'이 인기를 크게 끌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1시즌 6개 에피소드를 주문했었지만 단 두번 방영 만에 두 배로 분량이 늘어버렸다.


The Walking Dead 첫편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면.




드라마에 대한 원작 만화가의 반응

한국의 만화책과 미국의 그래픽 노블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명칭 탓이기도 하지만 올 칼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 그런가보다. 2003년부터 그래픽 노블을 만든 워킹 데드의 원작자 Robert Kirkman은 아직도 제작 중에 있다. 물론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제작자와 작가로도 참여하고 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원작자는 EW의 기자와 드라마에 대한 몇가지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첫번째 에피소드의 첫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미국 드라마에서 '아이'가 살해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아동이 폭력이나 살인에 노출되는 장면을 거의 찍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좀비가 된 아이를, 토끼인형과 침실용 슬리퍼를 신은 아이를 인정사정없이 단숨에 죽여버린다. 이 장면은 원작에서도 없던 장면으로 프랭크 타라본트 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잘 웃는 원작자 역시 이런 건 '미쳤'다고 표현한다.


실사 버전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원작자 Robert Kirkman. 상당히 익살스럽다.



코마에서 깨어나 보니 세상이 온통 좀비 천지가 된다는 내용은 영화 '28일 후'와 비슷하지 않냐는 질문에 2003년 10월에 원작을 발표했는데 영화는 6월달에 개봉되었다며 우연히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좀비들이 말을 먹는 장면은 로메로 감독의 'Survival of the Dead'와 비슷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때 그 영화에서 촬영한 바로 그 말을 데려왔다고 한다.

드라마 주인공은 좀비들 사이를 헤치고 가족을 찾아가는 입장이기에 좀비를 과감하게 죽이고 살기 위해 피범벅이 되어 돌아다닌다. 이런 장면이 미국인들에게도 상당히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TV에서 봤던 그 어떤 장면 보다 그로테스크하다는 기자의 말에 작가는 모든 장면이 전체 이야기의 맥락에 따라 선정되었고 불필요한 장면은 없다고 댓구한다. 때로 등장하는 폭력이 불필요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라는 것이다.

중간에 주인공 릭이 피범벅이 나는 좀비들의 옷을 입고 위장해 좀비들에게서 벗어나는 장면이 있는데 '좀비들이 인간에 비해 냄새를 더 잘 맡느냐'는 질문에 그런건 아니고 썩은 시체 냄새로 상대가 같은 좀비냐 아니냐를 인지하는데 주인공이 같은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공격하지 않은 거라 설명해준다. 즉 좀비는 같은 좀비를 공격하지 않는다.


좀비라는 설정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주연 배우 앤드류 링컨에게도 어린아이를 죽이는 장면이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비하인드 신에서 좀비 역할을 맡은 아이와 악수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Michael Rooker가 맡게 될 캐릭터 '멜레 딕슨(Merle Dixon)'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인종주의자로 설정된 그는 만화에서는 원래 없었던 인물이다.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역할은 전체 드라마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란다. 영화감독 타라본트는 좀 더 대담한 컨셉을 들고 나오는 것 같고 작가는 '원작'의 컨셉을 드라마와 함께 끌고 가려 노력하는 듯하다.



TV 속의 몬스터가 뱀파이어에서 좀비로?

TV 속 호러물은 대개 호러영화 보다는 수위가 약하다. 프리미엄 케이블인 SHOWTIME이나 HBO는 조금 다르지만 우리 나라 공영 방송처럼 미국도 공영 방송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수위가 제한되어 있다. 케이블 방송의 성인 드라마로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한 '워킹데드'로 인해 최근 유행했던 '뱀파이어' 열풍이 좀비로 바뀌었다는 평이다. 아무리 케이블이라도 드라마로성공하기 힘들거라 했던 소재인데 호평을 받고 있다.

고어물이나 좀비물을 꺼려하는 여성시청자층도 드라마의 성공을 점치기 힘들게 했던 원인 중 하나지만 주인공 가족의 인간적인 면과 생존자들의 서바이벌이란 측면이 정서적으로 잘 파고든 듯 하다. 이 정도 인기를 끌 줄은 몰랐으니 1시즌에 6 개 에피소드 만 주문한 AMC 제작진은 과감하게 13편을 주문하지 못했다는 점을 후회하고 있을 지 모르겠다. 흘러간 옛날 영화 그것도 흑백 영화나 방영해주던 AMC로서는 확실히 자신들을 전세계에 알릴 대작을 건졌다.


좀비 분장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듯하다. 일부는 중복 출연으로 짐캐리 닮은 배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피투성이의 '좀비'가 TV 안에 꼭 등장했어야 할 소재인지는 여전히 꺼름칙한 부분이다. 이젠 바닥까지 드러난 현대사회의 적나라함이 TV 안으로 옮겨간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뇌가 녹아버려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걷기만 하는 저 존재는 '인간'인가 '괴물'인가. 우린 어느 틈에 나와 다른 존재들을 '좀비'라고 지칭하는 게 아닐지 주인공이 홀로 걷는 길이 참 쓸쓸하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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