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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 정치는 배꼽 아래 일을 묻지 않는다

Shain 2010. 11. 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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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위기의 남자, 강태산(차인표)는 모든 더러운 것은 자기가 다 할테니 따라와달라고 서혜림(고현정)에게 사정하지만 서혜림은 현실과 타협해야한다면 자기손으로 직접 한다며 조배호(박근형)과 강태산 사이에서 남해도의 이익을 얻어냅니다. 정부 지방채 발행 조치도 이뤄짐으로서 모라토리엄 위기를 극복하고 급한 불을 끄게 됩니다.

남해도 내에서 서혜림은 시장상인들에게 '은인'이란 소리까지 듣게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집니다. 그렇지만 이런 승승장구를 두고볼 강태산이 아니죠. 조배호의 비리를 폭로하고 도지사 당선 때 하도야(권상우)가 상대 후보를 협박한 일을 물고 넘어집니다. 비정상적으로 서혜림에게 집착하는 강태산은 새내기 정치인을 금방이라도 망가트릴 것 같습니다.

강태산과 서혜림의 대결이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오점'을 가진 정치인 서혜림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전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클린 정치인'으로 커가기 위한 중간과정이 될 것입니다. 정치판의 뒷공작과 그 희생양들에 관한 묘사가 서혜림의 처지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죠. '공격'을 받는 서혜림은 과연 시청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되었다는 클로징이 오늘 따라 인상적이군요.




정치판에서 배꼽 아래 일은 묻지 않는다

조배호의 혼외자 장세진(이수경)을 공개하며 헤리티지 갤러리와 조배호의 비리를 폭로하는 강태산은 거침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출신을 숨겨왔던, 자신의 연인 장세진이 어떤 곤경에 처할 지 뻔히 알고 있는 강태산이지만 조배호를 무너트리기 위해 장세진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제 기억에 우리 나라에서 정치인의 혼외자 문제가 대문짝만하게 언론을 탄 케이스는 손에 꼽는 듯합니다.

의외로 언론을 뒤져보면 혼외자 문제를 일으킨 정치인들은 많습니다. 시중에 떠도는 '카더라' 설이 아니라 친자확인 소송에 들어간 사람들도 있지만 박모 대통령 이후 그런 문제를 공격하는 건 '룰'이 아니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단 말이 있습니다. 본인이 여성 문제에 '대범'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언론이 그런 문제를 대서특필하는 건 자주 보기 힘든 문제입니다.

미국은 혼외자는 아니지만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불륜 문제로 탄핵직전에 갔었던 사건이 있고 프랑스 대통령은 장례식에 혼외자가 등장해 구설에 오른 적 있습니다. 프랑스인은 오히려 공개적으로 혼외자를 챙기고 다독인 미테랑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라고 합니다. 불륜을 용인한다기 보다 그 정도 망신을 각오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을 챙길 정도면 존중할만하다고 하는거죠.


아버지에게도 애인에게도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는 장세진



고인이 된 전 대통령의 혼외자설을 제기한 한 언론은 '이만의 장관'의 혼외자 논란에 대해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 문제를 꺼내는 건 하수구 저널리즘이라며 비난을 해댔는데 개인의 사생활이 정치권에서 어느 선까지 용인이 되느냐는 상당히 결정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특히 혼외자 문제는 자기 뜻으로 생사를 결정할 수 없는 아이까지 관련된 문제라 더욱 어렵습니다. 해당 장관 경우 안면몰수가 문제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각주:1].

그러나 조배호의 말처럼 그 문제를 꺼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같은게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상대방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건 자신 역시 공격당할 수 있는 자충수가 될 것이고, 자신들끼리 그 문제를 서로 공격할 경우 폭로전으로 양쪽 모두를 초토화시킬까 두려워 생긴 룰이란게 맞는 것 같습니다. 조배호의 딸이 장세진이란 걸 폭로한 강태산 역시 그 딸과 불륜 관계에 있는 처지니까요.



걸핏하면 사퇴, 이것이 해답일까

이젠 정치 드라마가 아닌 멜로 드라마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SBS 대물, 자세한 정치판 고증이 되지 않았단 느낌을 자주 주지만 우리 상황에 맞는 드라마가 나올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어 계속 보게 됩니다. 다음 달 방영될 'KBS 프레지던트' 역시 정치 드라마(그러고 보니 그 드라마 원작에도 대통령의 혼외자가 등장하는군요)지만, 큰 기대를 갖고 있진 않습니다. 정치 문화가 부재하는 곳엔 정치 드라마도 문제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쪽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서혜림의 처신에 대해서 이중적인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나라 정치판에서 깨끗한 정치인으로서 살아남는 방법은 왜 '사퇴' 밖에 없는걸까. 좀 더 해야할 일이 많고 오물을 뒤집어쓰고 서라도 상대방을 몰아내야하는데 왜 버티지 못하는가. 반면 선관위에 고발당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그 과정을 해당 정치인이 겪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더오릅니다.

드라마 속 상황은 완전히 모함은 아닙니다. 정식 사법처리가 가능한 문제로 해당 후보를 협박했고 그 과정에서 남해도지사에 당선된 건 분명 사실이기에 아쉬우면서도 서혜림이 사퇴하는 모습이 극중 연출된 장면에서 제일 시원하다는 아이러니를 느끼게 됩니다. 더러운 일이 당연시되는 정치판에서 걸핏하면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하는 서혜림은 그래서 밉지만 용서가 되는 '애물단지'이고 우리 나라 정치의 현실인가 봅니다.


우리 나라 정치는 애물단지인가 봅니다. 늘 꾸짖어야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정치인은 소신이 있고 깨끗해야합니다. 사생활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답이지만 각종 음모와 모함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현실과 타협'하는 정치인은 결함이 많습니다. 그 결함과 부정함을 좌시해서도 용납해서도 안되는게 국민의 역할입니다. 강태산은 현실정치인의 처지를 역설하며 타협하고 헤쳐나가라 조언합니다.

정치인을 선택해야하는 유권자 입장에선 어느 것이 모함이고 비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정치인이 이뤄놓은 업적 조차 언론 조작에 의해 옥석이 가려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정치인의 비리는 어느 선까지 용서 가능합니까. 서혜림의 과오 정도면 용서해줄 수 있을까요? 결국 정치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길 밖에 없다는 쪽으로 결론지어지겠군요.


* 하도야가 멋진 걸 도드라지게 하려는 속셈일까 강태산이 왕자님 모드에서 탈출하고 있어요, 서혜림씨가 P모 공주님 차림새를 하고 나오는 모습은 한번 더 보고 싶지 않네요.

  1. 자세한 이야기는 아이엠피터님의 글을 참조하세요. http://v.daum.net/link/1079860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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