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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통쾌한 복수란 이런 것

Shain 2011. 1. 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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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안에서 보잘 것 없고 별볼일 없는 소시민은 늘 짓밟히는 캐릭터입니다. 현실세계에서도 재벌들이나 권력자들의 횡포에 별다른 저항을 하기 힘든 것이 평범한 개인들이죠. 'MBC 글로리아'의 여주인공 나진진(배두나) 역시 허름한 월세방에 살며 재벌 아들에게 20년 이상 고통받은 피해자입니다. 재벌가의 이지석(이종원)은 나진진의 부모님을 죽였고 진진의 언니 진주(오현경)를 5세 지능의 천치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자신의 불행이 누구 때문인지 알기전까진 무작정 열심히 살며 언니를 건사했던 진진은 원수의 동생인지도 모르고 이강석(서지석)과 사랑에 빠집니다. 진주의 매니저 하만석(한진희)의 아들인 하동아(이천희)는 아버지가 방황하는 동안 진주와 함께 보잘것없는 깡패로 자라납니다. 하만석이 이지석의 수족 노릇을 하긴 했지만 동아의 인생 역시 재벌의 돈에 휘둘려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자신들을 불행하게 했으면서도 모르는 척 살고 있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 두 사람은 복수를 하기로 맘먹고 이지석이 죽인 아내의 할머니 이옥경(반효정)을 만나 힘을 얻게 됩니다. 할머니 역시 이지석의 아내가 죽는 바람에 가족 모두를 잃고 외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죄의 대가를 치르고 싶어하지 않는 이지석 을 무너뜨리기 위해 약한 사람들이 똘똘 뭉쳐 진진이 자매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한 소시민들의 복수극은 마지막회를 앞둔 드라마에 발맞춰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안해본 일 없이 고생하며 밑바닥에서 버티던 진진은 과연 멋진 복수에 성공하고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까요.



악당은 개과천선할 수 있을까

멜로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주인공들의 사랑입니다. 이 드라마 역시 진진과 서지석의 사랑이 과연 결실을 맺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 중요한 내용 중 하나죠. 또다른 커플인 정윤서(소이현)과 하동아(이천희)는 이미 양가의 허락을 맺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남은 것은 주인공들의 '공공의 적'인 이지석이 변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악당으로서 비참한 최후를 맞을 것인가 하는 점이죠.

이지석은 이미 자신의 수하인 깡패들에게 칼부림까지 당한 처지입니다.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며 진진 자매와 이복 동생을 우습게 보던 지석은 회사의 빚 때문에 관리하러 온 하동아에게 제대로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고백했던 정윤서에게도 망신을 당하고 맙니다. 어머니의 주식 소유분까지 모두 팔아치운다면 회사의 존립 마저 위태로운 처지입니다.


진진이 출연한 드라마 '로즈'는 어떻게 진주가 지능을 잃었고 진진이 어떤 고생을 했는지 과거사를 낱낱히 밝혀주는 드라마입니다. 진진의 사연을 대충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들의 삶을 망가트린 재벌이 과연 누구인지 곧 밝혀낼 것이 분명합니다. 마지막 공격을 위해 필사적으로 만든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오씨 할머니네 사람들을 기뻐하게 만듭니다.

이지석은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추락하게 될 것이고 악에 바쳐 나진진에게 무슨 짓을 하게 될 지 모릅니다. 부모님을 죽이는데 일조한 하만석, 암에 걸려 수술받은 하만석은 자식을 살리려면 진주를 죽이라는 이지석의 지시는 거부했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모든 복수가 끝나는 날, 이지석은 죄를 뉘우치고 자신이 죄를 지은 사람들 앞에서 새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복수극의 재미는 이런 것

드라마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30세의 나진진이 사랑에 빠지고 가수가 되며 복수에 성공하는 다소 '권선징악'적인 주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 어떤 짓을 했는지 까맣게 잊고 정윤서에게 사랑을 꿈꾸며 집착하는 이지석은 별다른 죄의식없이 그들 가족을 괴롭힙니다. 남들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재벌 아들 이지석은 돈의 힘없이는 별것 아닌 인물이란 점이 드러납니다.

극중 하동아를 괴롭히던 조폭은 딱히 동아에게 악감정이 있거나 원한이 맺힌 인물이 아닙니다. 이지석은 자금 압박이 심해지자 조폭들에게 돈을 제대로 지급해주지 못하고 인간적인 무시를 당한 조폭은 지석을 칼로 찌르고 각종 범죄를 사주한 사실을 폭로해 버립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몸소 보여준 셈이죠.


극중 절대악 '지석'의 캐릭터는 약간의 동정도 필요없는 악인이지만 인간을 대하는 최소한의 인격도 갖추지 못한 현대사회의 미성숙한 단면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돈이나 권력이면 일개 서민의 행복이나 미래까지 짓밟을 수 있다는 가치관이 은연중에 존재한다는 뜻이죠. 그 이면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질수 없었던 아버지, 가수를 첩으로 들이고 평생을 불안해하는 아버지와의 문제도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양아치놈'이라며 무시하던 하동아에게 회사 경영의 문제점을 지적받자 어려운 말로 서류를 작성해 하동아를 속여보려하는 이지석은 못난 사람입니다. 복수를 하는 진진이와 그 가족들은 오히려 이 못난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독한 마음을 먹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모진 마음도 아무나 먹는 건 아니라는 옛말은 전혀 틀리지 않은 말이지요. '버러지같은 것'들이라 무시받는 사람들의 복수극이 속시원하게 끝나길 바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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