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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워크 엠파이어, 갱과 사업가의 차이점

Shain 2011. 2. 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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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드라마는 19+ 등급입니다 )

원래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는 입이 짧기는 하지만 제가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장르 중 하나가 갱스터가 주인공인 장르들입니다. 사실성을 강조하는 전쟁의 잔인함 만큼이나 남성성을 강조하는 갱들의 낭만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거부감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던 감정은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연출하는데 그게 자연스럽다는 점입니다.

어린 시절 우연찮게 실제 조폭들 간의 다툼을 본 적 있는데(엄밀히 말하자면 조폭이 괴롭히자 일반인이 칼을 들고 대항하던 장면) 나름 전문(?) 조폭들이라는 그 사람들도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의 악받친 대응에는 어쩔 줄 모르고 있더군요. 사람이 사람을 해치고 무덤덤하다거나 희열을 느낀다는 건 일부 특이한 사람들의 증세일 뿐 사람을 죽인다거나 해꼬지 하는 일은 멋진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스티븐 부세미가 맡은 '너키 톰슨'은 실존 인물인 '너키 존슨'의 인생을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


그 이후에 길거리에서 보았던 또다른 조폭들의 다툼은 경찰의 개입으로 중단되었지만 제법 격렬했습니다. 격렬히 다투는 그들의 '이익'은 무엇인지 왜 그렇게까지 악착같이 패를 지어 싸우는지 알 수 없지만 동경이 가는 세계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사람사는 곳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걸 생각하면 흔히 우리가 오락물 속에서 차용하는 소재들, 조폭과 갱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 판타지 속성이 있는 듯 합니다.

미국을 휩쓸었던 전설적인 갱의 이야기들이 종종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곤 합니다. 그들 문화 속에서 갱은 우리의 조폭과 조금 달라 보이긴 합니다. 우리 나라의 조폭은 정치 깡패, 철거 용역 등을 비롯한 주먹패 또는 용역 집단 느낌이 강하지만 미국 갱은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고 정치권과 연계되는 등 사업가처럼 묘사되곤 합니다. 수트를 차려입은 멋쟁이같은 분위기의 갱들이 화면을 장악하고 있죠.



수트입은 갱, 판타지만은 아니다

우리 나라도 양복 차려입은 조폭들을 자주 볼 수 있지만 미국 갱들 만큼은 아닌 듯 합니다. 같은 '건달' 분위기인데 이렇게 다른 건 과거 미국 갱들이 사회 분위기를 타고 주류 사업, 성매매 사업, 도박, 총기 밀매 사업 등 각종 굵직한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보드워크 엠파이어의 신사 너키 톰슨은 애틀란틱 시티의 시장과 협상하고 각종 기관장과 사업가들로부터 수수료를 벌어들입니다.

호텔에 살며 해양경찰관, 회계사 등의 직업을 전전한 너키 톰슨은 선거에 개입하고 부통령과 친하게 지내는가 하면 각종 모임에 연설을 하기도 하는 등 갱 노릇을 하면서도 단정한 신사의 차림새와 행동거지를 보여줍니다. 처지가 어려운 과부 마가렛 슈뢰더를 돌봐주는 건 픽션이겠지만 그 정도로 애틀란타에서 명망있는 인물이었습니다. 1920년 금주령이 시행되자 시카고, 뉴욕 등지에서 자신과 비슷한 일을 하는 업자들을 불러 회의를 주관하기도 합니다.

1920년대와 30년대 갱들 이야기를 묘사하는 '보드워크 엠파이어(Boardwalk Empire)'에는 미국 각 지역을 장악하던 기존 갱들과 그들의 수하로 신생 세력이 되는 젊은 갱들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업가와 갱, 정부 요원과 경찰의 차이점이 명확하기 보다 힘가진 자가 정의였던 그 시대 풍경을 바꿔놓은 건 바로 1914년 발발한 1차 세계대전이었습니다.

너키와 동업하는 동생, 보안관 일라이와 지미, 지미는 시카고에서 알카포네, 쟈니 토리오와 함께한다. 대부분의 갱들은 기록이 남아있는 실존인물이지만 지미 다모니의 가족과 마가렛 슈뢰더 등은 가상 인물입니다.


금주령이 내려진다고 사람들이 술을 안 마시는 건 아닙니다. 금주령이 내려진 미국 전역에 술을 공급하던 갱들은 급속히 성장했고 사업확장을 위해 '어깨'들을 수하로 들이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점잖은 신사인양 굴던 사업가형 갱들이 물러나고 무시무시한 총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사람들을 죽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전쟁 출신 갱들이 보스로 올라서기 시작합니다.

너키 톰슨은 아일랜드계 인물로 출신 지역 인물들과의 결속도 다질 줄 알고 사회적 명망이 높은 인물이었던데 반해 전설적인 사기꾼 아놀드 로스틴의 동료 찰스 루치아노는 무식하고 예의 모르는 바보로 등장합니다. 빅 콜로시모를 제거하고 시카고 암흑가를 장학한 쟈니 토리오도 똑똑하고 점잖은 구석이 있지만 그 후계 알 카포네는 아들이 귀가 멀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무심하고 과격한 인물이죠.



무법지대를 선택한 사업가

너키 톰슨의 숨겨진 아들로 등장하는 지미 다모디는 프린스턴 대학을 다니던 영재였지만 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와 방황하는 지미는 마음을 잡지 못하고 조직에서 한몫 잡으려 합니다. 아들이란 걸 밝히진 않았지만 지저분한 사업에 지미가 끼어들길 원치 않았던 너키는 지미를 겉돌게 만들고 지미는 젊은 알 카포네와 어울려 뉴욕 패거리들과 분란을 일으킵니다.

돈되는 사업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끼어드는 너키는 주지사와 상의해 주류 트럭이 달리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사업자다운 면모를 보이지만 카포네와 지미 패거리들은 사람죽이는 일을 서슴치 않습니다. 시카고 시장선거에도 개입해 시카고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무법지대로 만들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바야흐로 알 카포네의 성장을 기점으로 미국 일대는 총성이 난무하는 갱들의 천국이 되버린 것입니다.

제왕처럼 살아가는 넉키는 첫 아내가 죽은 뒤 그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지만 많은 여성들을 곁에 두고 살아갑니다.


백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음에도 세금 한푼 내지 않던 사업가(!) 알 카포네의 이야기를 묘사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 '언터처블(The Untouchables, 1987)'은 금주법으로 번성한 무서운 마피아들과 재무성 직원들과의 전쟁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너키 톰슨같은 선배 갱들을 몰아내고 자리를 차지했던 알 카포네도 1947년 사망합니다.

근대의 미국은 아직 법과 제도가 안정되지 못한 '기회의 땅'이었을 지 모르겠지만 전쟁과 금주법 이후 그 형태가 더더욱 과격해지고 혼탁한 양상을 띄게 됩니다. 결국 이 갱들은 1931년 '카스텔라마레세 전쟁'(Castellamarese War)'이라 불리는 대규모 지하세계 전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주인공 '사업가' 너키의 이야기가 이제 1시즌을 마쳤네요. 2시즌에서는 마치 '마피아 게임' 속 같은 시카고 이야기가 펼쳐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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