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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워크 엠파이어, 금주령과 함께 흥하다

Shain 2010. 10. 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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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미국의 전설적인 갱스터 이야기다. 공화당과 손잡고 아틀란타 시티를 배후 조정한 범죄자, 그리고 여성들과 시민들에겐 존경받았다고 전해지는 정치적인 인물. 이미 갱스터로 성공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에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은 드물지만, 폭행과 부정을 사주하는 우두머리 역이다.

이 드라마에 주목한 이유는 첫째,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스티븐 부세미가 출연하고, 둘째, 드라마 제작자가 배우 마크 윌버그, 셋째, 무엇보다 내가 시대극을 몹시 좋아하기 때문이다. 독특한 배역으론 따라올 자가 없는 배우에 애쉬튼 커쳐 보단 투자할 드라마를 잘 고른 것같은 마크 윌버그의 능력이 궁금하다.

첫 파일럿의 감독은 누구나 이름 한번쯤은 들어봤을 마틴 스콜세지이고 극본가는 소프라노스로 유명한 테렌스 윈터다. 두 사람은 또다른 제작자들이기도 하다. 마틴 스콜세지가 전체적인 극의 윤곽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후에도 관여할 생각이라는 모양이다. '갱'이야기의 명작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모인 그들. 물론 이런 일이 가능한 채널은 HBO이다.


칼튼 리츠 호텔에서 럭키 루치아노, 아놀드 로스틴, 너키 톰슨, 빅 짐 콜로시모, 쟈니 토리오가 모여 밀주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카고 갱을 주름잡던 짐 콜로시모가 좀 바보같고 루치아노는 거칠다.



Boardwalk Empire의 트레일러 / HBO 영상이라 유투브 안전모드인 분은 볼 수 없습니다.


한국에 잘 알려진 미국 갱 중 대표적인 인물이 '알 카포네'가 아닐까 싶다. 이태리 기반 국제적인 범죄조직 마피아(이젠 러시아 갱에게 미국내에서는 밀렸다고 하던데, 글쎄)의 이야기로 전세계를 사로잡았던 영화 대부 때문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 드라마 주인공인 뉴저지의 '에녹 존슨(Enoch L. Johnson)'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너키(Nucky)'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드라마는 너키라는 닉은 그대로 사용했지만 극중 이름은 '에녹 톰슨'으로 바꿨다. 드라마가 그의 일대기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기반으로 했지만 캐릭터는 재창조되었기 때문이리라. 에피소드나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 중 다수는 가상의 설정이다.

원래 아버지를 이어 보안관으로 선출되었던 너키는 그가 종종 만나러 가는 정치인 Louis Kuehnle(극중에서는 Louis Kaestner)과 연루된다. 아틀란타는 사람들이 관광을 위해 찾는 도시라 반드시 술과 도박 사창가가 필요했다. 그 산업을 용인하고 돌봐주는 댓가로 너키는 도시 여기저기에서 뇌물을 받기 시작한다. 드라마대로 아내가 죽은 후엔 엄청난 술꾼이 되고 칼튼 리츠 호텔에 거주하며 여러 직업을 가지게 된다.

너키 톰슨 역을 맡은 스티브 부세미. 올라오는 젊은 갱들이 많지만 여전히 독보적인 아틀란타 시티의 암흑가 황제. 무식한 갱을 구박하거나 무모한 지미를 나무라기도 하는, 카네이션을 달고 있는 갱스터다.


극중 통통한 알 카포네 역을 맡은 Stephen Graham. 뉴욕의 파이브 포인트 갱 출신으로 시카고의 거물 갱인 쟈니 토리오에게 불려온다. 일설에 의하면 피신이라고도 한다. 지미와 함께 한몫 벌 궁리를 한다.


미국식 유머도 못 알아듣는 것으로 표현되는 실없는 빅 짐 콜로시모. 아내와 사창가를 운영해 떼돈을 벌었고, 뉴욕 갱이던 아내의 조카 쟈니 토리오를 불러 시카고를 장악한다.



1920년 1월 26일 부분적으로 유효하던 미국 금주령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관광지 아틀란타 시티의 사람들은 그 날을 아쉬워하며 술을 진탕 마신다. 중심인물이던 에녹은 금주령을 찬양하는 연설을 마친 후 갱들과 정치인, 연방요원인 동생을 연계해 술을 수입하고 밀주장사를 시작한다. 항구가 있고, 뉴욕, 시카고와 연결이 용이하던 뉴저지 아틀란타 시티는 밀수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매춘 사업을 하던 이모부, 엔루코 카루소를 좋아하던 짐 콜로시모의 부탁으로 시카고에 정착한 쟈니 토리오는 곧 시카고의 거물이 되고 알 카포네라는 부하를 1919년경 자기 수하에 두게 된다. 그래서 극중에 등장하는 알 카포네는 21살의 새파란 젊은이로 묘사된다. 극중 배경인 1920년 5월 쟈니 토리오는 프랭크 예일과 알카포네를 시켜 짐 콜로시모를 제거한다.

이들 갱의 역할은 어쩌면 현대와 별로 다르지 않다. 직접 호텔, 카지노, 술집을 비롯한 향락가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보호비 명목으로 사창가를 뜯기도 했고, 노조 운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으면 무력을 사용하기도 했다. 각종 폭력 해결사 역할도 기본이고 청부 살인도 자행했으며 정치적인 후원자 역할을 하며 불법 선거를 돕기도 한다. 그리고 금주령 시행 이후엔 너도 나도 밀주 사업에 뛰어 들었다.

후에 마피아계의 엄청난 거물로 성장하는 찰스 루치아노. 럭키 루치아노란 이름으로 불린다. 마피아를 기업화, 국제화, 정치화 시킨 엄청난 인물이라 한다. 대화도 모르는 새파란 젊은이 취급을 받는 듯.


월드 시리즈 사기 도박으로 유명한 아놀드 로스틴. 극중에서처럼 도박으로 엄청난 돈을 끌어모으지만 대부분 사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박 감각을 위해 술을 마시지 않는다.


빅 집 콜로시모의 후계자로 시카고를 장악하는 쟈니 토리오. 1925년경 은퇴하고 알 카포네를 후계자로 지목한다. 사업수완이 좋은 비즈니스맨 타입으로 알 카포네의 범죄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엔리코 카루소의 음악을 들으며 뉴욕의 갱 프랭크 예일에게 살해되는 시카고의 짐 콜로시모. 다음 후계인 쟈니 토리오의 사주였단 것만은 분명하지만 죽는 순간은 이와 많이 달랐다고 한다.



금주령을 맞은 바닷가 아틀란타 시티의 풍경은 재미있다. 유모차에 아기 대신 술을 싣고 다니고 어차피 마시게 될 술이지만 금주령 핑계로 흥청거리고, 몰래 술을 제작하는 밀주업체는 캐나다에서 수입한 술에 독한 알콜을 섞어 주변 도시에 공급할 술을 만든다. 금주령은 오히려 모든 미국 갱들의 돈벌이 기회가 되어 파워 게임을 불러왔고 과격한 알카포네를 키워냈다.

우리가 유지광, 이정재, 시라소니란 이름을 언급하듯 이 미국 갱들에게도 아일랜드, 유대계, 이탈리아계 등 계보별로 독보적인 존재들이 있는데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20년대 시카고에는 쟈니가 으뜸이었던 것 같다. 회의에 등장한 찰스 루치아노와 아놀드 로스틴, 미키 더피를 모델로 한 미키 도일 등의 인물들 모두 갱으로 한자리 하던 사람들이다.

아놀드 로스틴을 쫓아 아틀란타 시티로 왔던 재무성의 조사관들은 불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 너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갱들과의 관계도 신경써야 하는 너키지만 이제 매수하고 돈을 뿌릴 사람들이 하나 더 늘어날 지 '적'이 생길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젊은 애들에게 치이는 이 외로운 갱이 갱들의 세력 조율을 위해 신디게이트를 조직하는 일 역시 곧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황제를 집중 추적하는 재무성 사람들. 감시하는 업무부터 시작해서 단속까지 실시한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다리에 다쳐 돌아온 지미 다모디. 그는 독일군을 벌레처럼 죽이던 충격이 몸에 배였고 격렬한 야망으로 예전처럼 단순한 수하로 살아가길 원치 않는다.


극중 너키 톰슨의 동생으로 등장하는 엘리 톰슨. 보안관으로 보안을 담당할 책임이 있지만 직접 시카고, 뉴욕에 보급하는 술 거래를 담당하고 있다. 시티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일의 뒷처리도 그의 몫이다.


술과 도박에 빠진 남편으로 인해 생계 마저 막막했던 마가렛 슈뢰더 부인. 어쩐일인지 너키는 그녀를 도와주지만, 기본적으로 술과 도박의 배후 조정세력이란 점에서 너키의 책임은 제법 크다.


Mickey Duffy를 모델로 만들어졌다는 미키 도일의 캐릭터. 무식하고 바보같은데다 시체를 보고 낄낄거릴 정도로 상스럽기도 하다. 몰래 수입된 술에 독한 알콜을 섞어 가짜 술을 제조하는 게 주된 일이다.



시대물, 그중에서도 조폭 드라마는 많은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지금은 돈이 곧 폭력이자 깡패지만 법체계가 아직까지 미숙하던 과거에 조폭은 주먹으로 정의를 구현한다는 믿음을 주기도 했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말처럼 가장 현실적인 목표 달성의 수단이기도 했다.  파워로 돈을 벌었고, 사람들을 다스렸고, 세계를 움직였다.

드라마에서 종종 갱들이 우리는 사람을 죽일지언정 마약을 유통하진 않는다는 등 자부심을 표현하는 걸 볼 수 있는데 그들이 처음 모였을 무렵의 사회를 상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발상이다. 나름의 룰을 가진 이익집단이 구성되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건드리지 않고 함부로 죽이지도 않았다. 금주령 이후 그들이 순진(?)하던 시대가 지나고 '기관총'을 들고 설치는 시대가 도래한다.

흥미로운 사람이 지미 다모디의 캐릭터다. 잭 뎀시같은 빽있는 사람은 군대를 가지 않으며 신문에 변명을 늘어놓지만 알카포네나 지미는 보병으로 유럽을 다녀오고 총기 사용법을 익혔다. 프린스턴까지 다녔던 지적인 지미는 총기를 들고 사람을 쏴죽임에도 거리낌없는 인물로 변한다. 금주법과 참전용사의 경험이 맞물려 갱들의 총격전이 훨씬 더 잔인해진다는 전조같은 것이다.

실제 뉴저지주 아틀란타 시티의 1920년대 사진이다. 예전부터 사람들로 붐비던 곳이다.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유흥가인데다 뉴욕 시카고 모두와 가까워 밀주유통에 적합했다.


최근의 아틀란타 시티 전경. 화려하고 사람들이 많은 도시인 건 여전하다.


HBO의 드라마는 주인공들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그들은 나쁜 놈들의 나쁜 짓을 그대로 보여준다. 주인공에게 너무 우호적이지도 않고 비판적이지도 않다. 마땅히 겪어야하는 인간적인 갈등 역시 그대로 보여준다. 가끔은 너무 리얼하다 못해 적나라해 19+의 판정을 자주 받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이들의 무대가 되는 아틀란타 시티의 보드워크는 화려한 호텔과 술집 카지노 등으로 유명하고, 아직 남아 있지만 과거와 모습이 당연히 다르다. 그들이 촬영하는 야외 세트장은 뉴욕 브룩클린 그린포인트에 있다. 촬영에 소요된 셋트 제작비를 ROME 등의 거작과 비교할 수준이라니 엄청난 비용임에 틀림없다. 2시즌 제작이 확정되었단 발표가 났고 1시즌은 12 에피소드로 방영될 예정이다.



이미지출처, 참고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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