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를 보다/미국 드라마 정보

진짜 니키타는 20년전에 은퇴했다

Shain 2010. 10. 8. 09:45
728x90
반응형
( 네 편 모두에 대한 스포일러가 또 있습니다 )

80년대 헐리우드 영화의 '바보같은' 유행 중 하나가 유럽 영화를 미국 버전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이었다. 원작의 멋진 장면도 살리고 싶고, 헐리우드의 자극적인 '쇼'도 유지하고 싶고, 또 미국의 자체 사정을 반영하다 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의 영화가 탄생하기도 했다. 꽤 괜찮은 액션 영화였던 프랑스 원작 니키타는 2010 방영 중인 CW 버전이 3번째 리메이크다.

1990년 개봉된 영화 Nikita(프랑스에서는 La Femme Nikita)와 1993년 개봉된 영화 Point of No Return(또는 The Assassin)은 몇가지 세세한 부분 만 달리 했을 뿐 동일한 내용이다. 암살자. 스파이로 훈련받고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 니키타가 사랑에 빠지고 기관에서 주는 임무에 임하지만 인간적인 갈등을 느끼게 되며 결국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리게 된다. 영화 속 니키타는 이미 20년전에 은퇴했다.

영화 속 니키타와 첫 드라마의 니키타는 모두 '시험'을 거쳤다. 암살 임무를 성공하고 예기치 못한 위험이 닥쳐도 살아나오는 시험이다. 2010 니키타는 이미 프로이므로 세탁물 구멍을 빠져나오는 과정 생략.


니키타의 진화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 같은 것일 뿐 소재는 대동소이하다. 비밀 조직이 니키타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연약해 보이고 아름다운 그녀가 살인을 저지를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인계를 쓸 수 있다. 2010 니키타에서도 '알렉스'를 데려가는 마이클은 그녀가 백인 여성임을 강조한다. 네 시리즈 모두 그 부분에서 모티브가 출발한다.

2010 버전의 니키타는 설정이 달라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지만, 앞의 세 니키타에는 모두 공통적인 장면이 있다. 니키타를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선물을 준 후 임무를 지시하는 과정이다. 탈출하라며 알려준 창문은 벽으로 막혀 있고,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해 갑작스레 전투하게 된 니키타는 세탁물을 넣는 구멍으로 간신히 탈출한다.

흰방에서 깨어난 니키타(메기 또는 알렉스)는 죽었다 살아난 충격으로 시설을 빠져나가려 강하게 저항한다. TV 버전에선 다소 약화되었고 알렉스의 경우 위장이기 때문에 거의 형식적이다.



그리고 네 편 모두 사형 선고를 받았던 니키타(혹은 알렉스)가 하얀 방에서 깨어나는 장면을 연출한다. 니키타의 한번의 죽음 그리고 재탄생을 의미하는 이 장면은 죽었던 사람이 '천국'에서 깨어난 것처럼 어느 시리즈에서나 모두 하얀방으로 등장한다. 기절할 듯 깨어나는 니키타의 눈앞엔 항상 마이클의 얼굴이 있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드라마 버전에선 니키타를 은퇴시키지 않고 계속 일하게 만들 핑계가 필요했다. 미국 버전과 캐나다 버전 양쪽 모두 영화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시켰고, 기관과의 관계를 재설정했으며 니키타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하기 위한 설정을 덧붙였다. 불같았던 니키타의 성격은 침착해졌다.

교양있는 말투로 니키타에게 정신적 안정을 주면서 예절과 여성스러움이 또 하나의 무기임을 가르쳐 주는 아만다(또는 매들린)의 캐릭터. TV판에서는 작전 지휘를 맡거나 심리학 전문, 고문 담당자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영화 버전의 니키타는 마약에 찌들어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다녔으므로 무서워 하긴 했어도 사람을 죽임에 죄책감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CTV의 설정은 누명을 써 감옥에 들어갔고 한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 없는 니키타가 도저히 상대방을 죽일 수 없어 망설이는 장면이 추가된다. 그리고 '나는 적어도 살인자가 아니다'라는 그 인간적인 양심은 드라마를 계속 이끌고 나가는 소재가 된다.

4편 모두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냉혈한 살인 기계를 원한다는 설정으로 늘 니키타를 돌보는 마이클(영화에선 밥)은 애정의 대상이자 동시에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변태적인 캐릭터가 된다. 드라마 버전에선 가족같이 생각한다는 모순된 감정 때문에, 지시에 충실한 냉혈한 책임자이지만 비인간적인 방법을 자제하고 니키타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흔들린다.

뤽베송의 니키타는 클리너 빅터가 장르노였다. 앞뒤 재지 않고 살인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컨셉의 이 캐릭터는 The Assassin과 2010 버전에서만 재현된다. 이번엔 Roan이란 이름까지 있다.


이 기관의 '가족' 컨셉이라니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데 원작 니키타에서 피바람을 불러왔던 인물인 클리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거다. 장르노란 배우 탓이기도 하지만 워낙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다. 유난히 서로의 관계를 강조한 페타 윌슨 버전에선 클리너가 딱히 등장하지 않지만 2010 버전에선 니키타의 강적으로 나타난다.

TV 버전에선 마이클과 니키타의, 말 그대로 애증의 관계가 로맨스의 시발점이자 갈등의 원인이다. 그들의 '가족'이자 동료에 해당하는 벅호프와 아만다(또는 매들린), 훈련받는 동료들, 퍼시(캐나다 버전에선 그냥 오퍼레이터)들과의 확장된 관계는 영화에 비해선 심하게 억지스러운 구석도 있다. 페타 윌슨의 니키타는 결국 출생의 비밀까지 간다.

01234

니키타의 포스터 + 블랙캣 포스터


첫번째 말괄량이 니키타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외모상으론 가장 아름다운 편에 속하는 브리짓 폰다의 니나는 빛이 바랜 감이 있고, TV에 응용된 페타 윌슨의 니키타는 약간은 거친 린다 해밀턴이 연상된다. 아직 1시즌을 무사히 마치지 못했지만 4번째 니키타는 성공적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장점을 이어받고 있다.

잘 알다시피 2010 니키타에서 드라마를 끌고가는 가장 큰 흐름은 '복수'이고 비밀기관 디비전을 파괴하여 다른 훈련생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덕분에 드라마의 모습이 구성도 많이 달라졌다. 20년전에 이미 은퇴해버린 스파이는 아무래도 007처럼 퇴직하기 힘들 거 같단 생각이 든다.

*  알고 보니 니키타를 리이메이징한 작품이 하나 더 있긴 있다고 하더라. 1991년에 만들어진 '블랙캣(Black Cat)'이란 홍콩영화라고 하던데, 같은 리메이크로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허락은 받고 리메이크한 거겠지 물론?



이미지 출처, 참고기사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