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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교과서 같지만 즐거운 드라마

Shain 2011. 2. 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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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를 처음 볼 땐 배두나가 가수 역할을 맡는다길래 '노래도 못하는 배우'가 가수역을 하느냐 무리한다는 평을 듣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삼류 나이트 클럽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다 가수로 성공한다는 내용이니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장면이 나와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워낙 메인 테마로 선정한 노래 '글로리아(Gloria - 로라 브래니건의 원곡)'이 씩씩해서 그런지 노래하는 장면이 제법 유쾌했습니다.

드라마 종영전 MBC 드라마 '글로리아'의 OST가 다섯 종류 발매되었는데 주인공 배두나가 직접 부른 번안곡 '글로리아'는 첫번째 파트 수록곡입니다. 아쉽게도 이 곡은 클럽 믹스로 편집되었지만 Part 4에 수록된 극중 배두나의 노래는 그대로 편집되었습니다. 이강석 역을 맡은 서지석도 나이트 클럽 무대에서 직접 나진진(배두나)에게 불러준 그 노래는 OST에 편집되지는 않았더군요.

글로리아 OST Part 1. - 글로리아 (배두나)


이 드라마의 마지막 방송 시청률은 11.8%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빛무리' 님도 포스팅하신대로 권선징악의 구도가 교과서같지만 어쩐지 그런 구태의연함을 미워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픈 나진진의 인생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하고 노래부르는 모습이 행복하기도 했던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그들의 인생을 휘두르며 악당 역할을 했던 이지석(이종원)의 악역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MBC의 방송 개편으로 이 드라마의 방영시간이 8시에서 9시로 조정되는 바람에 이지석역의 이종원과 하만석 역의 한진희는 'KBS 근초고왕'에 겹치기 출연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10분에서 20분 정도긴 하지만 그만큼 '글로리아' 방영에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 아쉽게도 하더군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음에도 어쩐지 놓치기 싫은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불륜, 살인 코드가 있음에도 막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막장 드라마의 필수요소라 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불륜' 코드입니다. 결혼한 커플들의 부당한 관계가 자극적인 관계를 선보이기 일수인데 이 드라마에도 불륜 관계를 이어온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이강석의 아버지 이준호(연규진) 회장은 자신의 소속사 가수였던 여정난(나영희)를 첩으로 두고 평생 가까이 살았습니다. 아들 강석은 본부인 송여사(성병숙)의 아들로 입적한 상태입니다.

정윤서(소이현)의 아버지 정회장(김기현) 역시 부모가 무서워 윤서 어머니(정소녀)를 첩으로 두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지석 역시 아내를 두고 진진의 언니 진주(오현경)를 유혹해 불륜을 맺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재벌가의 사람들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연인을 따로 두고 사업상 이익이 되는 법적인 부인이 있습니다. 그들의 불륜은 자식들이 평생 헤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고 맙니다. 

'불륜'이 일상다반사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어나는 일이고 보면 사람살이의 한 단면이란 점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기존 '막장'의 평가를 받는 드라마들의 문제는 이 불륜을 선정적이고 황당한 모습으로 묘사한다는 점 아닐까 싶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그 '불륜'으로 상처받고 자라난 젊은 사람들입니다. 재벌가의 유망한 후계자로 외동딸로 모자란 것 없이 자란 그들 가슴엔 응어리가 있습니다.


드라마의 유일한 악역 이지석 역시 아버지의 불륜 때문에 삐뚤어진 인격을 갖게된 인물입니다.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한 아들이 불쌍해 무조건 감싸고 도는 송여사와 첩 여정난이 다른 남자와 바람날까 두려워 감시하며 가수 생활도 관두게 하고 밖으로 도는 아버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후계를 위협하는 동생 강석의 존재가 원하는 것을 취해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지석의 인격을 탄생하게 합니다.

지탄받는 많은 드라마 속에서 사연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손가락질 받도록 연출하는 건 어떤 경우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판타지 속성을 가진 오락물이라 현실 보다 이야기가 과장되어 표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은 소재를 썼음에도 안정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것이 '글로리아'의 장점이라 볼 수 있겠죠.



소박한 사람들 이야기가 소중한 시대

'글로리아(Gloria)'의 원곡은 착각에 빠진 한 아가씨를 타이르는 내용이지만 번안된 글로리아는 꿈을 이루는 희망찬 내일을 이야기합니다. 글로리아의 본래 뜻이 '영광의 찬가'라고 하니 적절한 선곡이라 할 수 있죠. 지능이 다섯살 밖에 되지 않는 언니를 희롱한 취객과 다투다 월세 보증금을 합의금으로 날리고 잘 곳 없어 여관에라도 가야하는 신세인데 여관비 한푼이 없어 가수 대신 무대에 오른 나진진.

힘든 일을 마치고 잠에 들면 다음날 또다시 찾아오는 아침, 우리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힘들지 않은 경우가 없지만 대부분 하루하루 힘내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재벌이라는 힘, 돈이라는 힘 앞에서 약하고 때로는 조폭이 휘두르는 주먹 앞에서 나자빠져야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때로는 가족이 없고 때로는 연인이 없고 힘이 되어줄 그 무엇도 없이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TV에서 봤으면 하는 심리가 있다가도 자신과 다른 부유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최근엔 그 대리만족이 지나쳐 독특한 형태의 재벌 드라마들이 다수 방영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생각해보면 껄끄러운 드라마들도 많습니다. 'TV에서 실종된 우리들의 이야기'를 응원해줘야하는 그런 시대가 아닐까 싶어 '글로리아'의 종방이 참 아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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