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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린세스, 이설 공주 마녀를 만나다

Shain 2011. 2. 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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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마이 프린세스'의 제목과 시놉시스를 들었을 때 우리 시대에 '공주'라니 무슨 말일까 감이 서질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우리 공주님'이란 표현을 자주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얼마나 닭살돋는 커플이 등장하길래 드라마 제목이 '마이 프린세스'일까 생각했었죠. 영화 속 오드리 햅번을 닮은 김태희의 차림새를 보고 황실 재건이란 말을 들으니 더욱 헷갈렸습니다.

'SBS 시크릿 가든'도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판타지 속성을 가미했듯이 'MBC 마이 프린세스' 역시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판타지 특징을 가진 드라마입니다. 이미 사라진 조선 왕조, 순종의 증손녀를 황궁에 두고 공주의 위를 잇게 한다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 할 수 있죠. 순종의 독립운동 자금을 강탈한 재벌 할아버지 박동재(이순재)의 죄책감과 욕심 때문에 나라가 발칵 뒤집히고 갑자기 나타난 공주님이 벼락 스타가 됩니다.

이설 공주님에게도 백설공주처럼 해영왕자가 있어요


인터넷 로맨스 소설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공주님 이야기, 동화 속 공주의 환상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 인어공주, 백설공주 등 마녀에게 괴롭힘을 받지만 행복해지거나 아름다운 사랑을 완성하는 공주님들은 늘 멋지고 늠름한 왕자님들의 보호를 받습니다. 남몰래 꿈꿔 왔던 왕자님과 공주님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싫어할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더군다나 현대의 공주님은 누워서 잠만 자는 바보같은 공주님들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왕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낼 줄 알며 스스로 마녀를 물리치는 법도 깨닫는 똑똑한 공주님들입니다. 늘 공주님을 지키기 위해 지쳤던 기사들이라도 노력하는 공주님 앞에서는 기운내고 흑기사 노릇을 해줄 수 밖에 없겠지요. 웬수같던 이설(김태희)을 사랑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박해영(송승헌)처럼 말입니다.



오윤주와 이단, 공주가 되고 싶은 마녀들

아버지들은 딸이 사랑스러울 때 '우리 공주님'이라고 부릅니다. 이설 공주님은 아버지가 황실의 자손이기 때문에 공주가 됐습니다. 아버지들의 공주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이설 공주처럼 돈많고 타고난 공주는 아무나 될 수 없습니다. 거기다 남들이 넘볼 수 없도록 예쁘기까지 합니다. 오윤주(박예진)와 이단(강예솔)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공주가 된 이설이 못마땅하기만 합니다.

이단은 누구 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장학금까지 탔지만 설이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과 고아원 수녀님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고 합니다. 실어증에 걸리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설은 바보같고 모자라도 누구나 사랑해주는데 자신은 아무도 보아주지 않습니다. 그런 설이를 아무리 괴롭혀봐도 분이 풀리지 않는데 설이를 보호해주는 왕자님까지 털컥 나타나버리니 억울한 노릇입니다.

오윤주의 어린 시절은 해영의 할아버지 박동재에게 모두 빼앗겼습니다. 엄마가 죽어도 울지 말라는 아버지 오실장(맹상훈)은 회장님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줍니다. 바보같은 황실 재건을 위해 전재산을 상납하고 그것도 모자라 어리버리한 멍청한 여자애를 공주라며 극진히 모십니다. 해영과 결혼할 계획을 꾸미고 그룹의 여왕님처럼 살아보려 했는데 이설이 자신이 정성들여 차린 밥상에 혼자 먹겠다며 숟가락을 얹습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이설 공주님에게 독사과를 먹이기로 한 마녀 오윤주와 이단은 남의 것을 탐내는 나쁜 여자들처럼 보입니다. 동화 속 공주님들을 괴롭히는 마녀는 그닥 정의로운 이유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공주가 너무 예뻐서 혹은 화가 나서 예쁘고 착한 공주를 괴롭힐 뿐입니다. 그래도 '마이 프린세스'의 독사과를 먹은 공주는 불쌍하지만 사과를 먹인 마녀도 원래 못된 사람들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그 심술궂은 마녀를 무찔러주는 건 왕자님들의 몫입니다. 대통령의 들러리가 될 뻔했던 이설은 해영의 공식 발표로 위기를 모면했고 이단이 가지고 있던 '명성황후 향낭'의 비밀은 남정우(류수영) 교수가 파헤쳐 줄 것입니다. 그 향낭이 이설의 것이 아니라면 설이가 이한의 딸이고 진짜 공주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누군가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뻗치지 않는 한 방법이 없지요.



우리들의 마법에 걸린 사랑

2007년에 개봉된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Enchanted)'은 동화 속에서 살던 공주가 사랑 따위 믿지 않는 이혼전문 변호사가 사는 뉴욕에 나타나 온갖 동화 속 공주님들의 이야길 재현하는 영화입니다. 하얀 드레스를 펄럭대는 공주님이 유치하다며 싫어할 사람들이많을 것 같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성에 의외로 호평을 하신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조금씩 공주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법이니까요.

영화 속 지젤 공주가 뉴욕에 나타날 때 이용했던 통로가 어딘지 기억나시나요. 하얀 드레스로 감싸인 공주님은 하수구 뚜껑을 열고 나타났습니다. 판타지를 즐기고 난 후 꿈에서 깨어난 현실은 그닥 유쾌하거나 아름답지 않다는게 로맨틱 코미디, 판타지들의 진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론 지젤 공주 역을 맡았던 배우 보단 마녀 역의 수잔 서랜든을 더 좋아하기도 합니다. 공주들의 해피엔딩은 어쩐지 시대착오적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도 이설의 과장된 몸짓과 해영의 우스꽝스러울 만큼 폼잡는 왕자님 모양새가 싫지만은 않은 건 '공주님의 사랑'이란 단어가 가져다주는 영원한 꿈이자 마법 아닐까 싶습니다. 순정만화같은, 동화같은, 그러면서도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도 괜찮을 거라 봅니다. 덧붙여 공주님을 괴롭혔던 성실한 주인공이 아닌 마녀들에게도 멋진 사랑이 찾아온다면 좋겠네요.

다음 주 황실은 아무래도 '가짜 공주' 문제로 진통을 앓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단이 가진 '명성황후 향낭'이 어떻게 입수된 건지 알아내지 못하면 진짜 공주가 아니냐는 의혹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날 것이고 정치권의 압력을 방어한 해영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공주하지 말고 내 여자 되라'는 해영의 고백이 이설의 미래를 바꿔놓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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