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의 반대도 없이 혹은 주변의 방해도 없이 수월하게 이루어진 사랑은 심심하고 밋밋해서 다정하고 따뜻하지만 애틋한 면은 없다고 합니다. 삼각관계나 불륜이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는 건 어떻게 해도 누군가는 슬픔을 맛보아야하는 서글픈 운명 때문이겠지요. 한마디로 달콤하고 열렬한 로맨틱 코미디일수록 방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그 재미가 살아나는 법이란 이야기입니다.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신데렐라처럼 공주가 된 이설(김태희)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했을 지도 모르는 해영의 아버지 박태준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박동재의 눈에 띄지 말라며 이한을 죽이겠다 협박한 사람도 박태준이었습니다. 이설에게 자기도 모르는 새 끌리고 있던 해영은 모든 걸 알게 된 후 그룹의 재산 따위 어떻게 되든 마음가는대로 설이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합니다.


공주의 교양과 윤리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으로 재산을 두고 다투는 라이벌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 집안의 딸과 아들로 두 사람의 관계는 나날이 꼬여가기만 합니다. 이제서야 겨우 해영에게 기운 마음을 확인했는가 싶은데 황실 속의 공주님은 슬픈 사랑의 운명을 보게 됩니다. 더군다나 황실의 여성들에게만 전해져 내려온다는 '명성황후 향낭'이 이단(강예솔)의 것으로 밝혀져 이설공주는 위기에 빠지고 말았네요.

앤공주의 사뿐한 걸음걸이와 요정같은 외모가 돋보였던 '로마의 휴일' 그리고 말괄량이 아가씨를 미모의 숙녀로 거듭나게 했던 '마이 페어 레이디'. 왕자님이 가시덤불을 헤치고 공주를 구해내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그리고 유리구두로 왕비를 찾아내는 왕자가 돋보였던 '신데렐라', 마녀의 질투를 받고 쫓겨나 일곱 난장이들과 놀다 왕자에게 구해진 '백설공주'까지 매회 거듭될 때 마다 이설 공주의 변신은 놀랍기만 합니다.



러시아 황실의 가짜 아나스타샤 공주

러시아 혁명 때 처형된 짜르 니콜라이 2세의 가족들, 그 중 한 사람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20세기 후반까지 계속 재탄생하는 '아나스타샤(Anastasia)' 이야기의 근간이 됩니다. 특히 동양권에도 아주 잘 알려졌던 배우 잉그리드 버그만, 율 브린너 주연의 영화 'Anastasia (1956)'는 온몸에 총탄 자국이 있고 자살하려던 한 여인이 자신을 러시아의 공주라 주장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습니다.

비극적인 러시아 황실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동정을 받기 딱 알맞은 소재였습니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동화, 하녀에게 쫓겨나 거위지기로 살다 신분을 되찾은 '거위지기 공주'. 완두콩 한알로 진짜 공주를 가려냈다는 '공주와 완두콩'처럼 진짜 공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믿음 때문에 아나스타샤는 유럽권 보다는 미국 쪽에서 오히려 큰 인기를 끌었던 듯 합니다. 헐리우드 판타지로 다시 태어나는 소재가 된 것이죠.

우아한 공주역을 맡았던 잉글리드 버그만과 율 브린너 주연의 'Anastasia (1956)'


오랫동안 자신이 공주라는 것도 모른체 기억을 잃고 살아왔다가 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는 이야기는 갑작스레 공주가 되는 '신데렐라' 이야기와는 또 차원이 다른 종류의 공주 판타지입니다. 우리 나라 황실 역시 순종이 후사가 전혀 없었지만 숨겨둔 자식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모티브로 종종 작품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20세기 중반 미남 스타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율 브린너가 아나스타샤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자신이 진짜 아나스타샤 공주라고 주장했던 '안나 앤더슨'은 1984년 사망했지만 1990년대에 이루어진 DNA 검사 결과(남아있던 머리카락과 수술로 인해 보관된 신체 일부 등으로) 러시아 황실과는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인물로 드러났습니다. 반세기 가량 이어온 아나스타샤 공주, 가짜 공주에 대한 미국식 판타지는 그런식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극중 이설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자신에게 들었던 가짜 기억이라며 명성황후 향낭을 들고 나타난 이단은 오윤주(박예진)와 합의한 정말 '가짜 공주'이지만 실어증에 걸렸었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전혀 할 수 없었던 이설은 어렴풋한 자신의 기억 만으론 반박할 수 없습니다. 확실한 검증 없이 천문학적 재산을 황실 재건에 쏟아붓겠다는 박동재의 뜻은 제동이 걸리는 게 당연한 듯 합니다.



이번엔 가방에서 태어난 엄지공주다

극중 두 여주인공도 종종 공주병 증세를 보이지만 박해영도 '왕자병' 증세를 보이는 타입입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속어로칭 '자뻑 증세'를 보이는 왕자님은 외국으로 떠나려 가방을 사러갔다가 그 가방 안에서 태어난 이설 공주를 줍습니다. 하루쯤 해영의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친구에게 놀러갔던 이설 공주는 해영을 마주치지 않으려 가방 안에 드러누웠는데 해영이 그걸 알고 가방을 냉큼 사버렸던 것이죠.

꽃속에서 태어난 엄지공주처럼 가방을 열고 튀어나온 이설 공주는 손수 가방 자크를 열며 알에서 태어난 '탄생 신화'라고 우깁니다. 깜찍하고 무모한 공주님다운 반응이지만 그 가방이 해영이 여행을 떠날 때 끌고가는 그 가방이 될 거란 걸 그때까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가방에서 공주를 만난 꽃나라 왕자님처럼 청혼을 해도 모자란 판에 가방끌고 외국으로 떠날 생각을 하다니 괘씸한 왕자님이로군요.


하여튼 덕분에 '이설 공주님'은 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그 사람, '아저씨'의 존재가 박해영의 아버지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단은 오윤주에게 이한이 쫓기고 있었고 그를 쫓던 사람이 박태준이란 사실을 알려주었을 것입니다. 그냥 자신이 공주가 됐기 때문에 많은 재산을 뺏기게 된 재벌 3세 쯤으로 여겼던 해영이 '원수' 집안의 자식 로미오였던 걸 알게된 이설은 갈등없이 해영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설의 존재를 박동재에게 알려준 해영의 아버지, 이한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게 만들었던 박태준이 나타나 이설이 입양될 때 있었던 일들을 증명해준다면 또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겠죠. 그 때문에 입국 금지된 해영의 아버지는 자식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을 저질렀을 것이 분명합니다. 넘치는 아버지의 사랑과 공주를 보호하고 싶은 해영의 사랑은 이설을 구해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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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gs25people.tistory.com BlogIcon WelcomeEyeContact
    2011.02.10 09:30 신고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2. Favicon of http://v.daum.net/my/hls3790 BlogIcon 옥이
    2011.02.10 09:39

    드라마는 잘 보지 못하는데
    이 글을 읽음으로서 드라마를 보는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3. Favicon of http://garden0817.tistory.com BlogIcon garden0817
    2011.02.10 09:45 신고

    글 잘보고갑니다 좋은하루되세요 ㅋㅋ

  4. Favicon of https://1evergreen.tistory.com BlogIcon ♣에버그린♣
    2011.02.10 10:25 신고

    어제 못 본거 이웃님들 리뷰로 보고갑니다.^^

  5. Favicon of http://blog.naver.com/gowk36/10102823784 BlogIcon 예찬
    2011.02.10 10:51

    요즘 회사에서 야근을 해서,
    마프 본방사수를 못했네요..
    대략적인 내용 줄거리 정말 감사합니다~

  6. Favicon of https://daddymoo.tistory.com BlogIcon 아빠소
    2011.02.10 11:48 신고

    큰 조개를 열고 나오는 인어공주나 연꽃에서 태어나는 심청이 모습인가요? ^^;

  7. Favicon of https://ddella.tistory.com BlogIcon
    2011.02.10 12:29 신고

    가방에서 낑낑대는 김태희 재미있었죠.
    잘보고 갑니다^^ 트래백 하나 걸고 갈게요

  8. Favicon of https://crabbit.tistory.com BlogIcon 굴뚝 토끼
    2011.02.10 14:14 신고

    전반적인 줄거리는 모르겠지만,
    알 모티브를 그럴 듯하게 차용한 부분은
    기발하면서 재미있네요..^^

  9. Favicon of https://kukuhome.tistory.com BlogIcon 쿠쿠양
    2011.02.10 19:01 신고

    사람이 들어가는 가방..은 왠지 호러틱한 기분이 나는 요소인데 ㅎㅎㅎ
    이런 말랑한 요소로도 쓰여지는군요 ㅎㅎ

  10. 궁금
    2011.02.11 07:16

    글을 읽다가 이상한게 있어서 여쭤봅니다

    결국 1990년대에 자신이 아나스타샤 공주라고 주장했던 '안나 앤더슨'은 1984년 사망했지만 <--1984년에 사

    망했는데 어떻게 1990년대에 자신이 공주라고 주장하는지.. 연대를 잘 못 적으신건지 읽으면서 좀 이상해서요

    태클아니고..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겁니다 ~^^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1.02.11 07:4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안나 핸더슨이 죽은건 1984년이지만
      DNA 검사를 했던건 1990년대랍니다..
      죽어버린 안나 핸더슨의 몇가지 물건 (모근이 남은 머리카락이라던가)으로
      유전자 검사를 했다고 합니다.
      시기를 뒤에 적었어야 오해가 없을 걸 그랬군요 ^^

  11. Favicon of http://www.unny.com BlogIcon montreal florist
    2011.02.11 08:05

    실제로 가방속에 몰래 들어가는 사람 있겠는데여, 위험하니 따라하지 말라는 글자를 밑에 남겼어야 했을 텐데여, 비행기속에서 얼어죽는 수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