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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리플리, 인생을 카피당한 문희주와 흔들리는 장미리

Shain 2011. 6. 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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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폭풍 때문에 난파당한 왕자를 구해주지만 하반신은 물고기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을 한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바위 뒤로 숨어 버립니다. 목숨 걸고 왕자를 뭍으로 데려온 사람은 자신인데 물가에 놀러 나왔다 왕자를 데려간 공주에게 자신의 공을 빼앗긴 인어공주는 왕자와 사랑에 빠질 기회까지 잃어버리고 맙니다. 왕자는 정신을 잃었을 때의 일은 모두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을 구해준 공주에게 사랑을 느낀 평범한 남자였거든요. 이 '인어공주'의 비극은 딱히 인어공주의 잘못이라기 보단 운명의 어긋남이라 보는게 맞는 듯합니다.

드라마 '미스 리플리'의 여주인공 장미리(이다해)가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고 남자에 대한 기대를 버린, 말 그대로 성공을 위해 최악의 악행까지 마다하지 않는 그런 악녀라면 문희주(강혜정)는 그런 장미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기는 인어공주같은 역할입니다. 왕자를 구해준 공주와 장미리의 차이점이 있다면 상대방의 이익을 갈취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느냐의 차이일텐데 희주는 꼬리를 가진 인어공주도 아니면서 장미리의 의도적인 악행을 내버려두기만 합니다.

모르는 척 사랑을 고백받는 장미리와 사랑 마저 빼앗긴 문희주

극중 장미리가 '학력 위조'를 선택하게 되는 과정은 상당히 비참했습니다. 다시 일본으로 쫓겨날 수도 있는 궁지에 몰려 호텔 에이의 정식 직원이 되고 싶어 선택한 범죄가 졸업장 위조였고 그런식의 살기 위한 선택은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어떠냐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극중 '문희주'는 그런 학력 위조와 거짓말에 자신의 인생을 카피당하고 모든 이권을 빼앗기는 선량한 사람들의 피해를 집약한 캐릭터입니다. 피해자가 장미리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설정되어 있기에 그 피해가 더욱 안타깝게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장미리의 거짓말에 아낌없는 순수한 사랑으로 응대하는 장명훈(김승우)이나 의심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송유현(박유천)은 그나마 '사랑'이라는 이유로 장미리를 용서할 수 있고 감싸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막말로 허술하고 뻔한 거짓말과 외모에 속아넘어간 사람들은 본인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자신이 노력해 얻은 동경대 학벌도 운명이라 할 수 있는 사랑도 빼앗긴 문희주는 절대 장미리를 친구라는 이름으로 용서해서는 안되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외모와 학력에 속아넘어가는 대중들처럼 어리버리하기만 하네요.



본인도 모르는 새 양다리 걸친 송유현

작가는 송유현과 문희주를 운명적인 인연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고 많은 부분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 취미 등을 갖고 있습니다. 순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을 의심하지 않고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것도 비슷하고 세상을 떠난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비슷합니다. 둘 모두 애초에 장미리의 격렬한 세계에는 끼어들 수 없는 사람들이었고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타입들입니다.

만약 고시원에서 송유현이 장미리와 부딪히지 않았더라면 엄마를 닮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않았더라면 당연히 송유현은 문희주의 연인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야구장에 함께 응원을 갔을 때도 그랬고 예전에 희주와 미리가 있던 고아원으로 송유현이 찾아왔을 때도 유현은 희주의 어떤 친구도 같이할 수 없었던 마음을 나누던 친구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런 운명적인 연인을 장미리의 거짓말 때문에 빼앗긴다는 생각에 희주는 괴로워서 어쩔 줄 모릅니다.

장미리의 수많은 거짓말을 알기에 더욱 유현을 포기할 수 없는 희주

희주는 히라야마(김정태)가 미리를 만나는 장면을 보았고, 어제 장명훈의 방문해 미리와 사귀는 사이란 걸 알려주어 미리가 학력 위조 이외에도 유현의 연인 자격이 없는 여자란 걸 알고 있습니다. 송유현이 상대하고 있는 장미리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가짜일 뿐이란 걸 본인만 알고 있습니다. 만약 장미리의 거짓말리 들통난다면 문희주 역시 본의 아니게 장미리의 공범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자신 역시 거짓말에 희생당하기만 한게 아니라 송유현이 당하고만 있도록 방조한 셈입니다.

송유현 역시 자신도 모르는 새 장미리와 문희주 모두에게 마음을 주고 있습니다. 엄마와 닮았다는 이유로 자신도 모르게 눈빛이 맑은 장미리에게 빠져들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속깊은 희주와 지내는게 오랜 친구와 사귀는 것처럼 마음이 편합니다. 장미리가 격없이 소탈하게 송유현에게 접근한 모습은 많은 부분 문희주와 유사합니다. 그런 장미리에게 모든 사랑을 올인하고 있으면서도 희주와 보내는 시간이 더욱 행복해 보이는 송유현 때문에 아무리 나쁜 친구지만 친구와 유현의 사랑을 빌어주리라 마음먹었던 희주가 더욱 흔들리는 것입니다.

송유현의 따뜻함에 마음이 흔들리는 장미리

고의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 송유현도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장미리의 마음 속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고 자신을 곁에서 진정으로 감싸주는 여자는 문희주라는 것을 알게 되겠죠. 친구의 학력과 경력만 빼앗은게 아니라 운명적인 사랑까지 빼앗은 장미리는 말 그대로 한 여자 문희주의 인생 전체를 카피해 자기것으로 만든 셈입니다. 송유현이 진정 괜찮은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문희주를 돌아봐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예상이 맞다면 사문서위조 혐의로 조사를 받은 문희주가 장미리에게 도둑맞은 포트폴리오 때문에 표절 내지는 허위 학력 혐의로 다시 한번 곤란에 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상황에서 문희주가 세상 사람들의 오해를 받을 때 장미리와 문희주 두 사람 중 누굴 믿을 것이냐. 진실된 친구냐 첫눈에 반한 연인이냐 하는 문제로 송유현이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인어공주냐 뭍에서 본 공주냐 왕자도 이젠 똑똑해져야죠.



거짓말에 비해 넘치는 사랑을 받는 장미리

장미리는 송유현과 문희주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보고 자신의 불신 때문에 그 둘에게 화를 냈습니다. 희주가 유현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자신이 거짓말을 한 떳떳치 못한 상황임을 뼈저리게 알기에 오히려 더 크게 화를 낸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미역국과 함께 자신의 밥상을 차려놓고 간 희주 때문에 눈물을 흘립니다. 거짓말과 불신에도 따뜻한 사랑으로 받아준 희주 때문에 마음 한곳이 따끔거리는 장미리이지만 아직은 상처입은 짐승이 인정사정 보지 않고 폭주하듯 장미리는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히라야마의 협박에서 미리를 구해준 장명훈의 넓은 사랑

미리는 자신의 과거로 협박하는 히라야마의 등장으로 장명훈이 자신을 버리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장명훈은 그녀 모르게 거액의 돈을 쥐어주며 히라야마를 떼어놓으려 했습니다. 그런 장명훈을 바라보는 미리의 가슴이 아픈 건 자신은 송유현과 결혼을 준비하며 장명훈을 속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유현의 무조건적인 믿음도 장명훈의 참아주고 희생하는 사랑도 장미리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두 사람을 속이기 시작했지만 총 16작인 '미스리플리'의 8회가 지난 지금은 자신을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합니다.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둘 중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속어로 '호구'처럼 당하기만 하는 두 남자가 장미리에게 대응하는 방법은 맞불도 아니었고 따끔한 응징도 아닌 사랑으로 그녀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방법인가 봅니다. 따뜻한 햇빛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겼다는 옛날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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