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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번의입맞춤, 딸이 의붓아들이랑 사귀어도 못 알아봐?

Shain 2011. 9. 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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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다 보면 출생의 비밀이나 재벌 아들, 또 불륜이나 삼각관계는 기본으로 등장하는 설정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난하기에도 지쳤다고 합니다. 차라리 어떤식으로 그 비밀이 폭로될 것이며 어떻게 그 '막장 관계'를 뚫고 연인이 될 것이냐를 두고 추리게임을 하기 바쁘지요. 물론 누가 누구의 친부모인지 알 수 없게 처리하는 드라마도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은 그 해결의 실마리도 금방 알아볼 수 있기에 관계는 복잡해도 진행되는 이야기는 술술 풀려갑니다. 가끔은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어이없게 만들어도 뭐 '생방송 드라마'치고는 잘 만든 수준이라고 합니다.

'천번의 입맞춤'에 등장하는 우주영(서영희), 우주미(김소은) 자매에겐 바람 나서 아버지와 이혼하고 이제는 재벌 사모님이 된 어머니(차화연)가 있습니다. 할머니(반효정)의 희생적인 도움으로 성인이 된 자매는 어머니가 죽었다며 입도 뻥끗하지 말라는 할머니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표현하지 못하고 자라왔습니다. 우주영은 최근 계속 해서 바람피우는 남편 박태경(심형탁)과 이혼하고 아들 박찬노(구승현)와 할머니에게 돌아왔습니다.


주영은 자신을 다정하게 옆에서 돌봐주던 축구선수 매니지먼트 회사 사장 장우빈(지현우)과 풋풋한 사랑을 키워가는 중입니다. 우빈은 과거 연인에게 배신당한 지독한 상처가 있기에 남편의 불륜으로 눈물짓는 주영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주영은 자신이 이혼녀라 총각 우빈이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하며 별부담없이 우빈과 가깝게 지냅니다. 두 사람이 사랑하고 결혼하자면 주변의 시선과 이혼의 상처 때문에 힘든 일들이 많겠지만 둘은 그래도 주미에 비하면 운좋은 사랑을 하는 편입니다.

자매의 어머니 유지선과 결혼한 장병두(이순재)에게는 전처에게서 태어난 아들 장우진(류진)이 있습니다. 장병두와 꼭 닮은 성격의 우진은 냉정하고 차가운 성격으로 쉽게 타인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서른 다섯의 미혼남입니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멋진 남자이고 속정이 깊은 남자이지만 부모님의 이별을 보며 마음의 상처를 입어 결혼에 대한 꿈이 없습니다. 그런 그가 착하고 따뜻한 주미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져 이제 양쪽 집에서 결혼 허락까지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시청자들이 알다시피 두 사람의 사랑은 의붓 남매 간의 사랑,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 있지요.



매력적인 약혼자가 알고 보니 의붓오빠라니

세상 살다 보면 웃지 못할 사연들이 많은 법인데 결혼하겠다며 데리고 온 사람이 친척 오빠였다거나 어릴 때 헤어진 가족이라는 등,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사연들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합니다. 주미 역시 운동하는 길에 만난 '키다리 아저씨'가 자신과 결혼하겠다 마음먹는 사람이 될 줄 몰랐을 것이고 그 사람이 하필 얼굴도 기억 안나는 엄마의 의붓 아들이란 걸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니다. 언니 주영은 그나마 엄마가 집을 떠나던 그 날을 기억하고 있지만 주미는 아예 엄마의 존재가 머리 속에 없습니다.

차갑고 냉정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어서 그렇지 장우진이란 남자는 첫눈에 반하고도 남을 만큼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잘생긴 생김새에 큰 키, 그리고 딱 부러지는 성격에 사업적 능력까지 갖추고 있으니 재벌 아들이란 뒷배경을 몰라도 충분히 반하고도 남을 타입의 남자입니다. 주미는 뒷걸음질 치다 부딪힌 그 사람을 빤히 올려다 보고 넋을 잃고 맙니다. 그 뒤로 한강물에 빠진 주미를 우진이 구해주고 마음에 없는 맞선에 나온 우진의 가짜 애인 역할을 해주는 등 두 사람은 필연적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주영과 우빈이 사랑에 빠진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듯 주미와 우진이 사랑에 빠지는 것도 흔한 사랑의 패턴 중 하나입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의붓남매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평범한 남녀처럼 둘은 정신없이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원래 그런 일이 사람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구요. 두 사람의 사랑은 경제적인 차이가 있어 그렇지 충분히 그럴듯한데 문제는 자신의 친딸이 사귀는 남자의 부모를 만나겠다며 찾아와 눈앞에 떡 하니 앉아 있는데도 못 알아보는 어머니입니다.

전남편의 딸들과 헤어진지 20년도 넘었고 두번째 남편과 장수아(남지현)라는 딸도 낳았으니 새로운 결혼생활에 빠져 두고 온 딸을 잊었을 법도 하고 또 바람나서 집을 나간 며느리를 극도로 미워하는 주영 자매의 할머니 차경순이 아이들 얼굴도 못보게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엄마가 친딸의 소식도 전혀 모르고 얼굴도 몰라본다는 건 제 3자 입장에서는 이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핏줄이 당긴다는 막연한 이유를 두고서라도 또래가 비슷하면 혹시 내 딸이 아닌가 한번 더 다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드라마에서 유지선이 딸 우주미를 못 알아본 건 이름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친딸이 자신을 '우주미'라고 자신을 소개함에도 그리 놀라지 않은 건 어릴 때 자기가 알던 이름과 달라서인 모양입니다. 두 딸의 사진을 보고 울먹이며 그리워하는 지선은 주미의 이름을 '주아'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우씨성이 흔한 성도 아니고 '우주아'가 아닌 '우주미'라는 이름을 가진 딸 또래의 아가씨가 자매가 단둘이 할머니 손에서 컸다고 할 때 뭔가 혹시나 싶고 아차 싶은 게 정상 아닐까요.

흔한 재벌 드라마에서 그러듯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나선 여자의 뒷조사를 하지 않은 부분도 두 모녀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데 큰 공헌(?)을 한 셈입니다. 아들이 좋다는 여자는 누구든 괜찮다는 장병두의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자세가 새로 얻은 와이프의 딸과 자신의 아들이 결혼하고 나선 이 황당한 사건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왜 이혼하고 떠난 어머니들은 딸을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요. 조금만 일찍 알아봤어도 두 사람이 사랑하기 전에 포기하게 만들 수 있었을 지 모르는데 참 멀쩡한 이유 찾아내기가 더 힘들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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