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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만만세, 한정수의 불륜녀 채희수 의외의 장점

Shain 2011. 9. 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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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TV애 집중하기 보다 아무 생각없이 켜두는 분들도 많습니다. 딱히 재미있다기 보다는 늘 습관처럼 TV 앞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 힐끗힐끗 시청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뜻인데 덕분에 마땅히 만만한게 볼 것이 없어 주말 드라마를 선택할 때도 많습니다. 아무리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멀티태스킹에 능해도 두가지 일을 한번에 하자면 다큐 보단 드라마가 낫습니다. '애정만만세' 같은 경우 그러다가 채널고정된 드라마 중 한편이지요. 그런데 의외로 이 '불륜 막장' 컨셉 드라마가 은근히 재미있는 구석이 있습니다.

별로 잘하는 것 없이 아내의 뒷바라지로 먹고 살던 한정수(진이한)가 자신에게 헌신적인 아내 강재미(이보영)를 배신하고 사기 위장 이혼을 하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뭐 저런 놈이 다 있냐'고 어이없어 했고 그 불륜녀 채희수(한여름)가 조폭 오빠까지 동원해 한정수와 못된 짓을 저지를 땐 불륜 커플에게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아무리 불륜녀가 아이를 가졌고 재미와는 불임 클리닉까지 다녀와야할 정도로 임신이 되지 않아 낙심했었다지만 만난지 일년도 안된 어린 여자에게 홀랑 넘어간 그 남자 '나쁜 놈'으로 낙인 찍히는 게 당연하겠지요.

불륜 커플에서 부부가 된 한정수, 채희수 그리고 그들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

한 부부가 결혼하여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깨트리는 행위,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불륜이라는 게 원래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되고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배신을 당한 쪽에서는 그 상처에 괴로워하며 새 출발을 힘들어하고 배신을 한 쪽에서는 버리고 온 상대에 대한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갈등하기도 합니다. 한정수처럼 임신한 불륜녀에게 빠져 하루 아침에 안면을 바꾸는 사람이 좀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있을 정도죠. 대부분은 재미의 아버지 강형도(천호진)처럼 전처에게 미련이 남곤 합니다.

원래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니 불륜 저지른 사람은 나쁜 놈, 배신 당한 사람은 피해자라는 식으로 단순한 선악구도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강형도가 나 아니면 죽겠다는 변주리(변정수)에게 갈 수 밖에 없었던 것도 한정수가 도저히 아이를 버릴 수 없어 채희수에게 돌아선 것도 오정희(배종옥)와 강재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나쁜 짓이지만 두 남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죠. 그런 불륜의 이면처럼 남의 것을 빼앗겠다 악을 쓰던 여자 채희수에게도 의외의 장점이 있더군요.



악착같이 가정을 지키고 싶어하는 채희수

착할 것같던 남편 한정수는 얄짤없이 아내 강재미를 버립니다. 사기 이혼도 이혼이지만 거의 아내 혼자 힘으로 운영하던 죽집, 자신은 거의 이름만 사장이었던 그 가게를 재미에게서 빼앗아 버릴 땐 저게 인간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강재미가 변동우(이태성)과 사랑에 빠졌으면서도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한정수를 미워하는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갈 정도로 이 남자는 정떨어지는 행동을 했습니다. 강형도가 자신을 폭행했다는 약점을 빌미로 각서를 받을 땐 극중 인물이지만 한대 쥐어박고 싶더군요.

한정수는 그런 짓까지 하면서 강재미를 괴롭히는 이유를 아이 때문이라 합니다.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꾸준히 돈을 벌어 아이 '난놈'을 먹어 살려야 하니 더욱 독하게 돈을 벌어야 하고 강재미의 사정 따위 알바 아니다는 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양심없는 한정수의 뒷배경에는 어떻게든 이혼하고 아이 아버지가 되라는 채희수의 독하디 독한 격려가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죽집으로 떼돈을 돈벌겠다며 죽집을 드나드는 채희수는 넉넉한 가정에 대한 꿈이 있는 것같습니다.

아이가 유산되었다며 써니박을 속이는 희수, 한정수는 희수의 진심을 듣게 된다

솔직히 한여름이란 배우가 낯설어 그랬는지 '애정만만세'에 한정수의 불륜녀로 등장할 때는 잠시 등장하고 사라질 배역이 아닌가도 싶었습니다. 이혼하고 돌아온 한정수에게 조금만 더 늦어도 아이를 지우려 했다며 악다구니하던 젊은 여자, 한때의 불륜에 빠져 한정수의 이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뿐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배속의 아이가 한정수의 아이인지 알게 뭐냐는 강재미에게 키위쥬스를 퍼부을 때는 보통 악역은 아니구나 싶더군요. 불임 클리닉까지 다녔던 강재미는 남편 한정수에게 아이가 생겼단 사실에 한번 더 좌절하고 맙니다.

그런데 이렇게 독한 '불륜녀'의 속사정이 차츰차츰 드러나고 있습니다. 본래 고아로 조폭 오빠를 의지하며 자랐던 희수는 호주 유학을 갔던 동안 써니박(문희경)의 아들 상민과 사귀고 동거했지만 무섭도록 반대하는 상민 부모 때문에 자살하려 합니다. 그때 만난 한정수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졌고 아이를 가졌다는 희수는 자기 것이라 여겨지는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독한 성격의 여성이었던 것입니다. 절망 끝에 찾아온 사랑이니 한정수가 유부남이라도 더더욱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강재미 앞에서 임신 사실을 알리던 채희수

자신이 임신한 아이가 한정수의 아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채희수, 그녀는 자신이 가꾼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습니다. 희수가 가진 아이가 혹시나 제 손자는 아닐까 싶어 주변을 맴도는 써니박에게 아이가 유산되었다고 거짓말하는 채희수는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형적인 타입입니다. 남편 한정수가 자신의 과거를 알고 아이아버지가 누구냐며 추궁해도 절대 자신이 가진 가정을 깨트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채희수. 한정수 보다 어린 그녀지만 최소한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에게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주겠다는 의지 만은 변함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면 저절로 가정이 가꿔지는 줄 알지만 한정수처럼 마음이 바뀔 때 마다 이혼하고 아내를 버린다면 남아날 가정은 아무곳에도 없을 지 모릅니다. 비록 자신의 가정 만을 중요시 여겨 남의 고통 따윈 거들떠 보지 않는 채희수이지만 그 못된 악녀, 불륜녀에게도 한정수가 배워야할 장점이 있습니다. 즉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해서라면 또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고통이나 어려움도 불사하겠다는 마음가짐 말입니다.

이미 한번 아내를 배신하고 떠난 이 남자 한정수, 어쩌면 채희수의 아이가 남의 아이일지라도 그 가족의 아버지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요. 채희수가 유부남 한정수의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모두 받아들여주고 감싸안아준 것처럼 한정수 역시 아이 아버지가 다른 희수의 아이를 받아들여줘야 둘은 진짜 부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못되게 굴었던 채희수도 그 과정에서 아이를 낳고 점점 인정이란 게 뭔지 배워갈 지도 모르겠구요. 순둥이 강재미는 절대 가르쳐줄 수 없었던 진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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