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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형제들, 비리 경찰서장에게 자수하라는 황태희

Shain 2011. 10. 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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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실종되고 계모에게도 버림받은, 하루 아침에 천애고아가 되버린 백자은(유이)을 괴롭히는 오작교 농원 식구들. 일명 '범죄 가족 드라마'라는 별명을 가진 '오작교 형제들'의 시청율은 여전히 20%대라고 합니다. 요즘은 드라마 시청율이 10% 넘기도 쉽지 않다는데 그 시간 방영하는 드라마도 마땅치 않고 그러니 꾸준히 승승장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또 가족 드라마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모질게 백자은을 머슴살이시키고 냄새나는 개집 옆에서 노숙을 시키던 어머니 박복자(김자옥)는 식구들 중 유일하게 자기를 편들고 식기세척기를 사주는 등 살갑게 구는 자은에게 점점 더 미안해 어쩔 줄 모릅니다. 날씨도 추워지니 다락방에 들여서 재워야겠다는 복자의 변화를 수상하게 생각하던 막내아들 황태필(연우진)은 그런 복자가 자은의 각서, 오작교 농원을 돌려주겠다고 적힌 각서를 훔친 당사자라는 걸 알게 되죠.


'오작교 형제들'의 캐릭터들은 어떻게 보면 범죄 가족이라기 보다 불완전하고 평범한 사람들같기도 합니다. 한탕을 꿈꾸다가 가산을 홀랑 탕진하고 아내와 자식들에게 몹쓸 고생을 시킨 아버지, 덕분에 때로는 아내에게 큰 소리도 못내는 가장과 자식들을 건사하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쉴새없이 일하는 아내 박복자의 삶. 일도 안하면서 잔소리가 심한 할머니 심갑년(김용림)과 아이들의 사촌 황태희(주원)까지 함께 살아야하는 그들의 형편이 넉넉했을 리는 없겠죠.

자기 가족들 뿐만 아니라 타인들에게도 좋은 사람이고 싶고 착한 사람이고 싶은데 그렇게 여유로운 인심을 보이기엔 사는게 힘든 것일까. 방송국에서 성공하겠다고 무개념 보도까지 서슴치않은 황태범(류수영)을 보면 그런 생각도 듭니다. 막내 아들이 한방에 성공하겠다고 누님들 꼬시며 가짜 명함으로 거리를 헤매는 모습도 낯설지만은 않은 모습이구요. 정말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모습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런 캐릭터도 있을 수 있겠다 싶긴 합니다. 그런데, 백번 양보해도 경찰 황태희의 결정 만은 받아들이기가 참 힘들 것 같네요.



느와르 영화의 한장면이 아니라 가족 드라마

지난주 황태희는 위험천만하게 범인을 추격하다 장부를 입수하고 그 장부 안에서 상납받은 경찰서장 이기철(송기윤)의 이름을 확인합니다. 덕분에 황태범과 차수영(최정윤)의 결혼식에도 지각한 황태희는 이 장부를 어떻게 하냐고 묻는 자신의 동료 경찰에게 일단 입다물고 있으라고 합니다. 황태희는 모르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백자은이 뒤집어 썼던 부정입학 혐의가 사실은 이기철의 딸 이승리의 혐의란 사실도 알고 있고 경찰서장이 그닥 깨끗하지 않은 비리형 인물이란 걸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동료에게 입다물고 있으라는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 황태희가 느와르 영화에서나 봤던 '자수를 권유하는' 멋진 경찰을 흉내낼까 싶었습니다. 아무리 범죄 드라마라 지탄을 받고 있지만 무엇 보다 이 드라마는 주말에 방영되는 가족 드라마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황태희가 경찰서장 앞에서 '국민을 위한 청렴한 경찰이 되라'는 서장님의 특강 내용을 기억한다고 말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어졌습니다.

범인의 상납장부에서 서장님 이름을 봤다는 황태희의 말에 구차하게 변명하는 서장 이기철. 태희는 서장님 스스로 이 비리를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받으라 합니다. 태희는 본인이 자수하지 않으면 모레 직접 팀장에게 보고하겠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말하자면 태희는 경찰서장에게 자수할 시간을 준 셈인데요. 마치 느와르 영화의 한장면처럼 평소에 존경하던 경찰선배가 깔끔하게 자기 스스로 물러날 기회를 주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멋진 장면인 것도 같습니다.

솔직히 동료 경찰에게 '내게 맡겨'라며 물러난 황태희가 정말 경찰의 명예를 위해 경찰서장에게 자수할 시간을 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함정을 파놓고 걸려들게 하려고 즉 장부로는 증거가 부족해 자수하라고 한 뒤 경찰서장의 행동을 지켜보려 한 것인지는 몰라도(평소 경찰서장이 황태희의 수사를 방해하는 등 그닥 사이는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기철의 딸 승리가 태희를 따라다닌다 해도 어찌 보면 자수를 권유하는 장면은 뜬금없기도 합니다) '장부'라는 구체적인 물증이 나왔음에도 그 증거가 있다는 사실을 피의자에게 알려주는 행위는 월권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수하랜다고 순순히 할 사람같지도 않지만...

함정이라 쳐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임의의 작전, 그것도 경찰 간부를 대상으로 내부감찰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덫을 놓는게 가능한지 경찰 규정상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라면 더욱 있어서는 안되는 장면이라 봅니다. 과연 황태희는 경찰서장이 자신의 양심을 지키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부에서 이름을 보았다는 말을 한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다른 고위 관리와 연계하여 경찰서장을 잡기 위한 작전을 짠 것일까요. 백자은의 아버지 백인호(이영하)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서장의 비리와 부정입학 혐의는 밝혀질 길이 없어 보입니다.

또 한편으로 황태희의 자수 권유는 요리조리 빠져나가는데 능한 경찰서장에게 증거를 은폐할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학입학비리를 저지르고도 백인호가 실종이란 이유로 백자은에게 혐의를 뒤집어쓰게 내버려둔 경찰서장 이기철. 해당 교수의 항의가 아니었으면 백자은의 무혐의는 절대 밝혀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인물이 새파란 형사의 자수 권유의 마음을 움직이리란 생각은 절대 들지 않습니다. 아무리 봐도 백자은과 황태희가 백인호를 찾기 위해 계속 쫓아야할 '최종 보스'가 그 경찰서장 아닐까 싶거든요.

큰아들 황태식(정웅인)은 자기도 모르는 새 9살짜리 아들이 있고 황태식과 결혼한다는 젊고 예쁜 아가씨 예진은 빚을 진 상태인데 황태식에게 말도 하지 않았답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한가지 이상 결점이 있고 숨겨놓은 진실이 있는 이 드라마. 꼿꼿한 경찰 황태희의 결점은 이런 허술한 사람 관리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이번 일로 오히려 경찰서장을 대신해 옷을 벗는 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경찰로서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을 한 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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