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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전략 중 최고 전략은 역시 미인계인가

Shain 2011. 10. 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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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광개토태왕'에서 고구려는 백제와 후연 양쪽에서 공격을 받지만 서로 속고 속이는 계략 덕분에 나라의 위기를 모면하게 됩니다. 백제는 평양성을 공격하고 평양성 고무 대장군(김진태)과 고구려 국내성과의 연락을 차단합니다. 고구려는 평양성 공격을 온 백제 아신(박정철)과 후연의 모용보(임호) 간의 연락을 차단해 서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게 합니다. 애초에 아신과 모용보가 연합해 고구려를 공격하기로 한 것이었는데 중간에서 담덕(이태곤)이 백제 진사왕과 고구려가 협정을 맺었다고 거짓정보를 흘리니 후연 모용수(김동현)도 한발 물러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거짓 정보로 후연과 유리한 협상을 하려 했던 담덕의 작전은 국상 개연수(최동준)가 고구려 고국양왕(송용태)의 병환을 후연에 알리면서 차질이 생기고 맙니다. 왕은 와병중이고 담덕은 화친을 위해 국경선으로 나와있고 고무 대장군은 평양성에 가 있는 지금 국내성은 혼란할 것이 분명합니다. 모용수는 생각 보다 고구려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빌미로 담덕에게 국혼을 제안하게 됩니다. 담덕은 무리한 전쟁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주 담주(조안)를 정략혼 시키기로 합니다.

백제, 후연, 고구려 삼국의 충돌에 휘말려 혼인하게 된 담주

실제 고구려의 상황이 드라마 속 상황과 비슷했을 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당시 고구려의 주변 상황이 상당히 어지러웠다는 점입니다. 고국양왕의 아버지 고국원왕은 백제와 평양성 전투를 하다 전사한 왕이고 후연의 모용수는 고국원왕의 아버지 미천왕의 시신을 훔쳐가고 고국원왕의 아내와 어머니까지 끌고간 무지막지한 인물이었습니다. 고국원왕 때의 백제왕은 근초고왕으로 백제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시기였으니 아래로나 위로나 고구려가 경계에 애먹었으리란 점은 쉽게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사극들의 경향이 그러하듯이 '광개토태왕' 역시 일부 기록된 역사를 중심으로 전체 내용을 창작한 드라마입니다. 극중 등장인물들 시기상으로 그럴듯하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꾸며진 것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극중 인물의 정치적 갈등에서 연상되는 모습이 고대사 보다는 현대사 쪽입니다. 담덕을 지나치게 경계하는 국상 개연수는 애국자이고 합리적인듯 하지만 기득권을 뺏기기 싫어하는 전형적인 권력자로 사대주의 경향도 있습니다.

담덕을 비롯한 천군의 인물들은 이런 개연수나 신하들에 비해 신흥세력이고 열혈 애국자들이긴 하나 경험이 모자라 매사에 노련한 맛은 없습니다. 아무 자리에서나 말을 내뱉고 보는 여석개(방형주)처럼 예의를 모른다는 지적을 받기 딱 알맞은 경우도 있습니다.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 끝없이 갈등하는 그들의 담론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문제이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정치적 대결이 아닌, 몇몇 인물들의 '로맨스'가 탄생할 모양입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국혼을 치르는 공주의 마음

조선 시대에도 그렇지만 그 이전 시대에도 공주의 이름이 역사에 기록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공주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경우도 거의 없었지만 대신 국제적인 혼인, 정치적인 정략혼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 때 혼인하던 관습이 있었으니 대개 스무살 이전에 인생이 결정나곤 했었겠지요. 조선 역사에도 의순공주나 한확의 딸이자 인수대비의 고모였던 양반가의 딸이 명나라 후궁으로 갔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극중 개연수의 발언처럼 공주나 귀족의 딸은 정략혼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백성들의 세금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고생은 전혀 모르고 자랐으니 그 정도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그 말이 원칙적으로는 맞습니다만 애티를 벗지 못한 어린 공주들에게 머나먼 타지로 시집간다는 일이 행복으로 다가올 리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 나라가 고구려와 앙앙불락하던 후연, 오랑캐라 부르던 그들에게 간다니 기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입니다. 극중 담주 역시 그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궁 밖으로 도망나가고 맙니다.

담주와 모용보의 만남, 어떤 영향을 끼칠까

공주는 어머니 고야(이보희)가 몰래 준 패물과 개연수의 아들 고운(김성수)의 도움으로 멀리 도망가고자 하나 약간의 재물로 배곯지 않고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또한 후연의 백성들이 전쟁을 일으켜 고구려 사람들이 괴롭힘 당하고 사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심정으로 무서운 후연으로 정략혼을 가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국혼이 주인공 담덕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것은 담주의 혼인 상대인 모용보가 담주에게 반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드라마 '광개토태왕"의 캐스팅을 보았을 때는 나중에 후연의 왕이 되는 고운과 담주가 인연을 맺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국상 개연수의 아들로 등장하는 고운은 실제 사서에 기록된 인물로 후연의 왕과 친해져 '모용'성도 하사 받고 나중에 풍발의 도움으로 후연의 왕까지 되는 고구려 왕족 출신 인물입니다. 담주가 담덕에게 도움이 되는 혼인을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고운이 아닐까 했었는데 후연 태자 모용보가 담주 공주의 짝이 되었습니다.

명분있게 죽이라는 말에 풍발이 놀란다

모용보는 모용수 사후에 후연의 왕이 되는 인물로 기록에 의하면 황후와 계비가 단씨와 정씨라고 합니다. 담주의 역할이 어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담주에게 영향을 받은 모용보는 풍발(정호근), 설도안(김규철) 등과 모의해 담덕을 몰래 암살하려다 '명분있게 죽이라'며 계획을 수정합니다. '존경할 수 있는 지아비가 되어달라'는 담주의 말이 계속 떠올라 처남이 될 담덕을 몰래 죽이자니 껄끄러웠던 것이죠. 늘 비겁하며 부정한 방법만 쓰던 모용보 태자에게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 드마라 '광개토태왕'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캐릭터가 확실한 편이라 어지간해서는 자신의 성격을 바꾸지 않는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모용보는 후연의 후계자로 늘 담덕과 맞서던 인물인데 의외로 간단하게 미인 때문에 성격이 변하기도 하는군요. 담덕이 후연을 상대하던 그 어떤 전략 보다도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예상치 못한 로맨스에 변화입니다. 얼마나 오래 갈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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