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뿌리깊은 나무

뿌리깊은나무, 반인 가리온과 정기준은 무슨 관계일까

Shain 2011. 10. 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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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라면 보통 회를 거듭할수록 미스터리가 풀리기 마련인데 한글 창제를 둘러싼 추리극 '뿌리깊은 나무'는 오히려 범인 정기준의 정체를 더욱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혹시 정기준이 아닐까 가장 많은 의심을 받던 심종수(한상진)가 밀본 본원을 언급하고 자신이 밀본의 3대 본원이 아님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태종(백윤식)이 추구했던 패도에서 벗어나 문치를 펼치고자 했던 세종(한석규)은 정체불명의 사대부 결사조직인 밀본과 어릴 때 자신 때문에 모든 식솔을 잃어야 했던 똘복 강채윤(장혁) 때문에 괴로워 어쩔 줄 모릅니다.

세종은 재상들과 백성들은 아무도 모르게 모종의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중이었습니다. 천지계라는 세종의 비밀 조직에 속한 젊은 학자들은 누가 자신들의 동료인지도 모른채 세종이 나누어진 임무에 매진하다 목숨을 잃습니다. 고리타분한 재상들 앞에서 친위대처럼 자신을 호위하던 집현전 인재들, 자신의 피와 살같은 학자들이 하나둘 죽어나가자 세종은 광평대군(서준영)과 소이(신세경)를 불러 잠시 하던 일을 중단시킵니다.

밀본이 배후임을 알게 된 세종과 밀본 조직원 심종수

이 모든 것이 정기준의 밀본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세종은 조말생(이재용)이 가져온 정기준의 초상화를 보고 그가 그동안 여전히 살아 활동해왔음을 알게 됩니다. 한때는 아버지 태종에 맞서 재상이 나라의 뿌리이자 기둥이라는 그들 사대부를 등용하고자 했었는데 그들이 자신의 일을 살인까지 하면서 방해하고 나섰습니다. 살인의 방법 조차 왕을 조롱하듯 왕에게 메시지를 전하듯 오행(五行)을 상징합니다. 이미 흙(土), 불(火), 물(水)의 방법을 썼으니 최소한 두 명은 더 죽어야할 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살리고 싶어했고 감싸주고 싶어한 정기준과 똘복이 자신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지금, 그들은 어찌 되었든 세종이 품어 하나의 방진으로 만들어야할 숫자이자 사대부이고 백성입니다. 그들이 자신과 함께 해야 방진이 완성되고 한그루의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반발하는 자를 모두 죽여 왕권의 기틀을 다진 아버지와 다르게 자신은 모두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아끼던 사람들만 죽어가니 '나는 사람을 죽이는 왕'이라며 자책합니다. 그렇다면 세종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든 정기준은 대체 누구일까요. 세종 주변에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있는 걸까요. 그 실마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기준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나?

태종의 명으로 끈질기게 밀본 정기준의 뒤를 쫓은 조말생은 그의 행적과 초상을 세종에게 전합니다. 갓을 쓰고 수염을 기른 그의 얼굴은 누구의 얼굴을 대입해도 될 정도로 알아보기 힘듭니다. 아버지 태종이 밀본과 정도전을 제거하려 한 것이 나라를 뒤엎을만한 그들의 사상 때문임을 알게된 세종은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소리지르며 욕하고 분노하는 왕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한 나라의 왕 조차 잡아낼 수 없는 미지의 인물이 과연 누구일지 추리하는 재미가 생긴 셈입니다.

어린 시절의 정기준은 이미 등장했지만 성인이 된 정기준은 정체불명의 인물입니다. 심종수가 도담댁(송옥숙)에게 본원의 존재를 언급하고 혜강선생(권성덕)을 찾아가 정기준이 살아 본원의 대를 이었음을 고했지만 사라졌던 정기준이 그동안 어디서 무얼 하다 세종 즉위 20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나타난 것인지 모든게 불명입니다. 첫번째 의문은 과연 정기준은 지금까지 등장한 인물들 중 한명이냐 아니면 아직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모처에 숨어 있는 비밀의 인물이냐 하는 점입니다.

정기준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관련있는 인물은 또 누구?

아직까지 정기준이 나온 것이 아니라면 그동안 심종수가 정기준이다 가리온(윤제문)이 정기준이다 했던 추리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반대로 등장한 인물들 중에 정기준이 있다면 아주 적은 몇가지 단서만으로 정기준을 추리해야 합니다. 첫번째 조건은 정기준은 실존했던 사람이 아닌 가상인물들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극중에는 성삼문(현우), 이순지(천재호)를 비롯한 많은 역사적 인물이 등장합니다. 제아무리 작가가 창작에 열을 올린다 해도 실제 행적이 명백한 사람들의 최후까지 바꿀 수는 없습니다.

두번째는, 그는 반촌에 있거나 조정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도담댁은 반촌의 행수로 끝수(허준석)를 비롯한 여러 아랫사람을 부리고 본원의 명을 전달하지만 반촌을 거의 떠나지 않습니다. 도담댁에게 모든 명을 내리고 가까이에서 일을 처리하자면 도담댁 가까이에 있거나 반촌을 드나들어도 되는 관리로 위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두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인물들은 가리온, 개파이(김성현), 한가놈(조희봉), 이신적의 심복인 장은성(백서빈) 정도입니다.

시체 검안의 달인, 반촌의 백정 가리온은 정말이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의술과 해부학에 대한 그의 지식은 상상을 초월하기에 천인이면서도 왕을 직접 면담하여 수사 내용을 보고할 정도입니다. 가리온은 세종에게 자신이 이세형 대감을 따라 중국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고하며 어릴 때 도적에게 화살을 맞아 아비가 죽고 큰일을 내려는데 대감이 달래 중원을 따라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린 정기준(신동기)이 어린 세종(강산)에게 태종이 정도전의 조선을 훔쳤노라 이야기하던 장면과 정도광(전노민)이 활에 맞아 죽던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초상화와 가장 닮은 건 장은성(백서빈)이로군요.

그는 거기다 건익사공을 비롯한 여러 지식에도 뛰어납니다. 건익사공은 이방지(우현)가 강채윤과 윤평에게 가르친 암살술로 평범한 무인들은 잘 모르는 정보입니다. 가리온은 정기준이 아니라면 최소한 정기준을 아주 잘 알고 있거나 지척에서 만나본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무엇 보다 도담댁과 가까이 있다는 점에서 최고 의심을 받을만한 등장인물이기도 합니다.그러나 가리온에게는 결정적으로 정기준이 되기 힘든 헛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 조선 사대부들이 천인과 상인, 그리고 의학을 비롯한 잡학을 상당히 천시하였다는 것입니다.

'꽃은 꽃일 뿐 뿌리가 되지도 뿌리를 없애지도 못한다'라는 상당한 자신감으로 왕조차 무시하고 나선 밀본은 한글 창제를 반대하며 세종을 거스른 그 사대부들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당시 세종이 신분을 막론하고 등용했던 장영실 등은 유학자들에게 밀려 힘든 시기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정기준이 아무리 다급했다 해도 짐승을 갈가리 찢는 백정이 되기는 힘들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집현전 학사들을 살해할 때 조차 유학의 오행을 들먹이는 밀본이 과연 천인으로 숨어지낼 수 있을까요. 가장 수상한 가리온이지만 그 부분에서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대로 드라마가 종결될 때까지 정기준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건 아닐까 문득 두려워질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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