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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라면 보통 회를 거듭할수록 미스터리가 풀리기 마련인데 한글 창제를 둘러싼 추리극 '뿌리깊은 나무'는 오히려 범인 정기준의 정체를 더욱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혹시 정기준이 아닐까 가장 많은 의심을 받던 심종수(한상진)가 밀본 본원을 언급하고 자신이 밀본의 3대 본원이 아님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태종(백윤식)이 추구했던 패도에서 벗어나 문치를 펼치고자 했던 세종(한석규)은 정체불명의 사대부 결사조직인 밀본과 어릴 때 자신 때문에 모든 식솔을 잃어야 했던 똘복 강채윤(장혁) 때문에 괴로워 어쩔 줄 모릅니다.

세종은 재상들과 백성들은 아무도 모르게 모종의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중이었습니다. 천지계라는 세종의 비밀 조직에 속한 젊은 학자들은 누가 자신들의 동료인지도 모른채 세종이 나누어진 임무에 매진하다 목숨을 잃습니다. 고리타분한 재상들 앞에서 친위대처럼 자신을 호위하던 집현전 인재들, 자신의 피와 살같은 학자들이 하나둘 죽어나가자 세종은 광평대군(서준영)과 소이(신세경)를 불러 잠시 하던 일을 중단시킵니다.

밀본이 배후임을 알게 된 세종과 밀본 조직원 심종수

이 모든 것이 정기준의 밀본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세종은 조말생(이재용)이 가져온 정기준의 초상화를 보고 그가 그동안 여전히 살아 활동해왔음을 알게 됩니다. 한때는 아버지 태종에 맞서 재상이 나라의 뿌리이자 기둥이라는 그들 사대부를 등용하고자 했었는데 그들이 자신의 일을 살인까지 하면서 방해하고 나섰습니다. 살인의 방법 조차 왕을 조롱하듯 왕에게 메시지를 전하듯 오행(五行)을 상징합니다. 이미 흙(土), 불(火), 물(水)의 방법을 썼으니 최소한 두 명은 더 죽어야할 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살리고 싶어했고 감싸주고 싶어한 정기준과 똘복이 자신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지금, 그들은 어찌 되었든 세종이 품어 하나의 방진으로 만들어야할 숫자이자 사대부이고 백성입니다. 그들이 자신과 함께 해야 방진이 완성되고 한그루의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반발하는 자를 모두 죽여 왕권의 기틀을 다진 아버지와 다르게 자신은 모두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아끼던 사람들만 죽어가니 '나는 사람을 죽이는 왕'이라며 자책합니다. 그렇다면 세종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든 정기준은 대체 누구일까요. 세종 주변에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있는 걸까요. 그 실마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기준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나?

태종의 명으로 끈질기게 밀본 정기준의 뒤를 쫓은 조말생은 그의 행적과 초상을 세종에게 전합니다. 갓을 쓰고 수염을 기른 그의 얼굴은 누구의 얼굴을 대입해도 될 정도로 알아보기 힘듭니다. 아버지 태종이 밀본과 정도전을 제거하려 한 것이 나라를 뒤엎을만한 그들의 사상 때문임을 알게된 세종은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소리지르며 욕하고 분노하는 왕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한 나라의 왕 조차 잡아낼 수 없는 미지의 인물이 과연 누구일지 추리하는 재미가 생긴 셈입니다.

어린 시절의 정기준은 이미 등장했지만 성인이 된 정기준은 정체불명의 인물입니다. 심종수가 도담댁(송옥숙)에게 본원의 존재를 언급하고 혜강선생(권성덕)을 찾아가 정기준이 살아 본원의 대를 이었음을 고했지만 사라졌던 정기준이 그동안 어디서 무얼 하다 세종 즉위 20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나타난 것인지 모든게 불명입니다. 첫번째 의문은 과연 정기준은 지금까지 등장한 인물들 중 한명이냐 아니면 아직까지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모처에 숨어 있는 비밀의 인물이냐 하는 점입니다.

정기준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관련있는 인물은 또 누구?

아직까지 정기준이 나온 것이 아니라면 그동안 심종수가 정기준이다 가리온(윤제문)이 정기준이다 했던 추리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반대로 등장한 인물들 중에 정기준이 있다면 아주 적은 몇가지 단서만으로 정기준을 추리해야 합니다. 첫번째 조건은 정기준은 실존했던 사람이 아닌 가상인물들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극중에는 성삼문(현우), 이순지(천재호)를 비롯한 많은 역사적 인물이 등장합니다. 제아무리 작가가 창작에 열을 올린다 해도 실제 행적이 명백한 사람들의 최후까지 바꿀 수는 없습니다.

두번째는, 그는 반촌에 있거나 조정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도담댁은 반촌의 행수로 끝수(허준석)를 비롯한 여러 아랫사람을 부리고 본원의 명을 전달하지만 반촌을 거의 떠나지 않습니다. 도담댁에게 모든 명을 내리고 가까이에서 일을 처리하자면 도담댁 가까이에 있거나 반촌을 드나들어도 되는 관리로 위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 두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인물들은 가리온, 개파이(김성현), 한가놈(조희봉), 이신적의 심복인 장은성(백서빈) 정도입니다.

시체 검안의 달인, 반촌의 백정 가리온은 정말이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입니다. 의술과 해부학에 대한 그의 지식은 상상을 초월하기에 천인이면서도 왕을 직접 면담하여 수사 내용을 보고할 정도입니다. 가리온은 세종에게 자신이 이세형 대감을 따라 중국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고하며 어릴 때 도적에게 화살을 맞아 아비가 죽고 큰일을 내려는데 대감이 달래 중원을 따라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린 정기준(신동기)이 어린 세종(강산)에게 태종이 정도전의 조선을 훔쳤노라 이야기하던 장면과 정도광(전노민)이 활에 맞아 죽던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초상화와 가장 닮은 건 장은성(백서빈)이로군요.

그는 거기다 건익사공을 비롯한 여러 지식에도 뛰어납니다. 건익사공은 이방지(우현)가 강채윤과 윤평에게 가르친 암살술로 평범한 무인들은 잘 모르는 정보입니다. 가리온은 정기준이 아니라면 최소한 정기준을 아주 잘 알고 있거나 지척에서 만나본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무엇 보다 도담댁과 가까이 있다는 점에서 최고 의심을 받을만한 등장인물이기도 합니다.그러나 가리온에게는 결정적으로 정기준이 되기 힘든 헛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 조선 사대부들이 천인과 상인, 그리고 의학을 비롯한 잡학을 상당히 천시하였다는 것입니다.

'꽃은 꽃일 뿐 뿌리가 되지도 뿌리를 없애지도 못한다'라는 상당한 자신감으로 왕조차 무시하고 나선 밀본은 한글 창제를 반대하며 세종을 거스른 그 사대부들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당시 세종이 신분을 막론하고 등용했던 장영실 등은 유학자들에게 밀려 힘든 시기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정기준이 아무리 다급했다 해도 짐승을 갈가리 찢는 백정이 되기는 힘들지 않나 하는 점입니다. 집현전 학사들을 살해할 때 조차 유학의 오행을 들먹이는 밀본이 과연 천인으로 숨어지낼 수 있을까요. 가장 수상한 가리온이지만 그 부분에서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대로 드라마가 종결될 때까지 정기준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건 아닐까 문득 두려워질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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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cegolf.tistory.com BlogIcon 한솔골프
    2011.10.27 11:44 신고

    잘 보고 갑니다.. 과연 정기준이 누구일지 궁금하네요.

  2. 그린레이크
    2011.10.27 12:12

    요즘 제일 재밌는 드라마인듯해요~~
    메회마다 흥미 진진해지니~~
    저두 정기준이 누구일지 앞으로 어찌 전개 되어 갈지
    넘 기대 되요~~

  3. 팅팅이
    2011.10.27 13:13

    가리온이 그런 대사를 하더라구요.
    아버지가 도적들에게 화살을 수없이 맞았다라던가..
    초반에 정기준 아버지 대신 도망갔던 수하사람이 화살을 맞고 아들에게 찾아갔잖아요.
    그 때 그 아들이 가리온이라고 봐요.
    그러니까 그 때 정기준이 같이 있었거든요.
    지금 가리온과 같이 있는 백정역할 하는 그 사람인거라 봐요.
    아마 신분을 숨기기 위한 위장일테죠.
    우리가 정기준은 아마도 선비일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을테니까
    저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봅니다.

  4. 도의
    2011.10.27 18:42

    가리온입니다.
    5회에서 이도하고 처음 접하는 자리에서 이런대사가 있습니다.

    "이세영 대감마님 아니였으면 소인은 진작에 죽었습죠. 어릴적 도적놈들에게 소인의 아비가 죽었습니다요, 화살을 수십발 맞고는.. 해서 젊은혈기에 큰일을 내려는데 그때 이세영 대감이 절 달래셔서 중국으로 대려가셨습니다요."

    3편에서인가 정기준으 아버지가 활에 맞아 숲에서 활에 맞아 죽으시죠... 또 한 도적놈들에게 라고 한부분은 이전부터 이방원에게 정도전이 이루어놓은걸 가로챈 도둑이라고 했었죠..

  5.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10.27 21:43

    재밌는 리뷰 잘 보고 가요. 뿌리깊은 나무 얼른 봐야겠어요.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1.10.28 11:37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요즘은 그래도 매일매일 사극이 방영되서 아주 좋네요 ^^
      사극 팬이라 좀더 많은 드라마가 나오면 좋겠어요

  6. Favicon of http://mutoto.net BlogIcon 무토토
    2011.10.28 01:38

    여기저기서 이 드라마가 재미있다는 소리가 들려와서
    뒤늦게 보기 시작했어요.
    아직 3화까지 본 정도가 다이지만 꽤 공들여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직접 보고 나니 리뷰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1.10.28 11:36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확실히 이런 쪽 스토리에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인가 봅니다..
      고증 문제나 그쪽으로는 종종 말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드라마는 참 재미있게 쓰더라구요 ^^
      즐기고 계신거 같아 덩달아 좋습니다..

  7. Bs. J
    2011.10.28 11:35

    정도광(정기준 아버지)가 화살 맞고 죽기 전에...
    함께 도망가던 정도광의 수행원(?)을 정기준에게 가라고 보내지요...이 사실을 알려서 도망가게 하라고...
    그래서 그 수행원이 도망가다가 화살을 등 허벅지 종아리 등등 수십발 맞지요...
    화살에 맞은채로 왠 움막같은 곳에 다다르자 정기준과 그 죽어가는 수행원의 아들(아들또한 정기준의 수행원이었던 듯...)이 나오지요...
    이 때 수행원의 아들이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며 울부짖는 장면이 나옵니다요...

    난, 가리온이 세종에게 과거얘기하는 씬 봤을 때...가리온은 정기준 옆에있었던 소년일꺼라 생각했는데...

    인터넷 보다보니...
    제 생각과 같은 글은 하나도 없고 -_-
    가리온을 정기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꽤 많군요...

    화살을 '수십발' 맞았다. 백정(가리온) 수행원 모두 선비는 아니다...라는 점에...
    가리온은 과거 정기준의 수행원이었던 소년이다...라는 생각이 됩니다요...

    정기준은...아비가 죽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요...또한 수행원에게 이야기 듣기를 '죽었다고'만 듣지 어떻게 죽었다고는 듣지 못했습니다. 설령 활맞고 죽었다고 한들...수십발 맞았는지 한 발 맞았는 지 자세히 전해듣지는 못했을 듯...

    •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1.10.28 11:3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 화살을 맞고 정기준 앞에서 죽은 사람 이름이 윤서진인데...
      그 윤서진의 아들이 윤평이고.. 윤평 역에는 이미
      이수혁이란 배우가 등장하는 상태라..
      (가면쓰고 학사들 살인하는 그 젊은 남자요)
      아무도 가리온을 윤평이라 생각치 않는 듯합니다.
      이미 윤평은 정해져 있다 보니 정기준을 꿰맞출 수 있는
      인물이 한정되서 그런가 봅니다 ^^

    • Tristina
      2011.11.03 23:38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역시 대세를 따라가는게 맞는거네요ㅋㅋ
      이분은 오늘자 뿌깊나를 마치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반전을 맛보셨을듯

  8. 가리온
    2011.11.03 23:20

    가장 의심했지만 지나친 가리온이 정기준임이 밝혀졌습니다. 시험볼때 처음쓴 답이 답이고 고쳐쓰면 틀리죠 ㅋ

  9. 가리온
    2011.11.03 23:28

    내가 바로 본원이다 왜 나를 못알아보는 것이냐

  10. 지나가는 사람
    2011.11.03 23:34

    오늘에야 가리온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당신은 천..재 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