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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이야기 1119

전설의 마녀, 묘하게 박력있고 유쾌한 김수미의 젠틀맨

공중파 드라마에 많이 흥미를 잃었지만 주말 마다 챙겨보는 드라마 중 하나가 '전설의 마녀'다. 한때 '삼시세끼' 본답시고 빼먹은 적도 있지만 이런 드라마의 장점은 언제 봐도 내용 파악이 쉽고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회부터 등장인물들만 봐도 전체 줄거리가 파악이 됐고 지금도 첫회의 예상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은 편이지만 그런 뻔한 줄거리 보다 더욱 재미있는 건 노련한 중견연기자들의 연기다. 연기경력 40년이 넘는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와 호흡이 잘 맞는 중년층 연기자들은 이 드라마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무엇 보다 특별출연 형식으로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하는 김수미의 영옥 캐릭터는 은근히 팬층이 두텁다(김영옥이 김수미의 본명이다). 오죽 하면 제작진에서 다음 주에는 영옥이 출소한다고 ..

피노키오, 기하명 생각 보다 쉽지 않은 언론에 대한 복수

기자 일이 어려운 건 '사실'과 '진실'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하나 뿐이라도 그 사실에 숨겨진 '진실'은 여러가지일 수 있다. 기사는 육하원칙에 따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기술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이유'도 함께 기술해야한다. 그 이유를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편파적인 기사가 되거나 오보가 되기도 한다. 사건 당사자들의 입장이나 기자의 관점에 따라 진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사는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드라마 '피노키오'는 언론의 오보로 가족을 잃은 기재명(윤균상) 형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첫회부터 지금까지 MSC의 송차옥(진경)은 조작된 오보로 기재..

펀치, 검사 박정환의 강력한 펀치는 어딜 향해야 하나

예전에 알던 사람 중에 '펀치'의 이태준(조재현) 검찰총장같은 인물이 있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면에서도 그 목적을 향한 순수(?)한 집념이 너무도 강해 그 에너지를 따라갈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많이 비슷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태준처럼 경상도 사투리까지 썼다. 내가 언급한 그 사람은 소꼴을 베러가서 공부를 했다고 했을 만큼 대학교는 커녕 고등학교 조차 다니기 힘든, 그런 아무것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했고 어느 분야에서 권력의 정점을 찍었다는 점에서도 이태준과 매우 비슷했다. 이태준이 늘 허기진 사람처럼 짜장면을 탐욕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니 손으로 김치를 쭉 찢어 친한 사람 밥그릇에 올려놓던 그 사람이 저절로 떠올랐다. 권력지향형 인물들 중에는 희한하게 비슷한 타입이..

미생, '우리'를 잃어버린 우리 시대 직장인의 판타지

어릴 때 어른들은 직장생활을 위한 몇가지 충고를 말해주곤 했다. 직장에서 마주치는 상사나 동료들에게 감정을 숨기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지지 말고 하기싫은 일도 참고 원만하게 나쁜 사람과도 잘 어울리라고 했다. 덧붙여 어떤 남자 선배는 여자들은 직장에서 시키는 커피 접대나 가벼운 성적 농담 정도는 받아넘길 줄 알아야한다는 다소 희한한 조언을 큰소리로 떠들기도 했다. 직장이 학교와는 다르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학교에서도 때로 불합리한 관습을 참고 넘겨야하는데 직장이라고 다를까. 나는 뭔가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그들의 조언을 들으며 마음 한편에선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 막연히 그런 기대를 품곤 했다. 그런데 직장생활 2년차에 그 '인생 선배'들의 말뜻을 어렴풋이 알 수 있..

미생, 오상식을 떠나보낸 장그래가 아직 모르는 것

서른살이 되기전에는 서른살 인생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했던가. 세상에는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요즘처럼 정보가 널리고 경험쌓기가 쉬워진 세상에도 '연륜'은 쉽게 무시할 수 없다. 재벌3세가 아무리 똑똑해도 '사람이 무섭다'는 말의 진정한 뜻을 잘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미생'의 장그래(임시완)는 이제 겨우 회사에 첫발을 디딘 신입사원으로서 최전무(이경영)와 오상식(이성민)의 미묘한 관계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오차장이 단순히 장그래의 정규직 채용 만을 위해 최전무의 중국 사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듯 최전무 역시 오차장을 제거하고자 계략을 꾸민 것이 아니었다. 장그래는 한참 어린 '미생'이라서 그들의 싸움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오차장이나 최전무나 모두 완생 아닌 ..

김혜자 앞에서는 천하의 손석희도 깍쟁이가 된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JTBC '뉴스룸'에 유명인사들이 출연한다. 호세 카레라스, 제이슨 므라즈같은 외국 뮤지션들부터 서태지, 한석규, 염정아같은 한국 연예인들까지 - 손석희 앵커의 인터뷰는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출연하는 멤버도 의외지만 기존의 인터뷰에서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이 재미있다. 어제 출연한 배우 김혜자도 그랬다. 배우 한석규도 '선배님'이라 깍듯하게 부르는 손석희를 김혜자는 '깍쟁이'로 만들었다. 김혜자와 손석희야 말로 '국민'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알맞는 사람들이지만 '국민 엄마'라는 호칭이 좋지 않다는 김혜자는 '국민 앵커'를 손아래 막내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하고 있었다. 평소에 단정한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인터뷰를 진행하는 손석희 앵커가 어제는 장난꾸러기처럼 보..

펀치, 법조계의 권력을 선택한 박정환의 쓸쓸한 뒷모습

박경수 작가의 '황금의 제국(2013)'은 뻔한 멜로나 화려한 연출없이 최고의 긴장감을 끌어낸 드라마였다. 특히 재벌 가족 간의 암투를 묘사한 끝부분에서는 모든 사건이 등장인물의 집이나 사무실에서 진행되고 그 흔한 야외촬영도 몇번 없었는데 극단적으로 이그러지는 캐릭터 간의 갈등 만으로 볼거리가 충분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들었던 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죽고 재벌의 아내였던 여자는 목숨 보다 소중한 아들을 잃고 치매에 걸렸으며 재벌총수의 동생과 장남, 조카는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결국 재벌의 딸로 태어나 남편도 가족도 모두 버린 여주인공은 홀로 남아 재산을 지키게 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엄청난 사건들에 재벌가의 재산싸움이 엮여 ..

미생, 오상식의 판타지와 마부장, 성대리, 최전무의 현실

얼마전 다음 포털에서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손종학)과 성대리(태인호) 중 누가 더 싫으냐는 내용의 온라인 투표를 했다. 예상했던대로 부하직원을 때리며 미친 사람처럼 팔팔 뛰는 마부장 보다 후배의 공을 가로채고 술값을 덤터기 씌우는 성대리 쪽이 더 싫다는 의견이 많았다(투표 결과 보기). 마부장이야 어차피 부장급이라 마주칠 일이 별로 없고 성질내고 폭발하는 만큼 그냥 좀 무서울 뿐이지만 성대리의 앞뒤다른 간사함은 대처하기 쉽지 않다.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성대리같은 인간형을 겪어본 경험이 있으리라. 뭔가 주변에서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날 조롱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을 때는 성대리같은 직장동료의 작당인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인척 하고 있으니 마부장처럼 대놓고 욕할 수도 없고 일만 잘하면 모든게 용서..

피노키오, 기재명의 '사실'과 기재명의 '진실'은 어떻게 다를까?

폐기물처리장에서 화재를 일으키고 소방대원 9명을 순직하게 했으면서도 소방대장 기호상(정인기)에게 누명을 씌우고 살아온 세 사람. '피노키오'의 기재명(윤균상)은 그 셋 중 한명인 문덕수(염동헌)를 유인해 함정에 빠트리고 문덕수가 떨어진 곳을 벽돌로 막아버린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나머지 두 사람의 시신에선 부검결과 독극물이 발견되었고 두 사람과 채무관계가 있던 문덕수는 두 명의 동료를 죽이고 도망친 용의자가 된다. 기재명은 자신의 가족을 모두 죽여버린 거짓말쟁이들과 언론에 증오를 품고 있고 드라마의 흐름상 기재명이 셋을 모두 죽였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러나 시청자들 중에는 기재명이 둘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고 문덕수는 구덩이에 빠졌을 뿐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재명은 가..

힐러, '힐러'의 이름으로 이어진 해적방송과 심부름꾼

77년 발표되어 8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는 군부정권 아래에서 방황하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심정을 잘 대변하는 노래였다. 그러나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젊은이들 중 도망치는 해적방송에서 '나 어떡해'를 방송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쩌면 '나 어떡해' 보다 샌드페블즈 2기 멤버 중 하나가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젊은이가 더 많을 지 모른다. 영화 '박하사탕(1999)'에서 왜 그렇게 설경구가 '나 어떡해'를 불러제꼈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은, 이 시대의 중년층일 것이다. '드라마는 재미있으면 그만'이라지만 어떻게 과거와 현재와 역사와 경험없이 재미가 만들어진단 말인가. '응답하라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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