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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된다더니 이렇게 하루아침에 전세가 바뀔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공연할 곳이 없어 변두리 극장을 알아보던 빛나라 쇼단이 업소 중에 제일 크다는 빅토리아 나이트의 공연을 담당하게 되다니 강기태(안재욱)에게도 이제 재기의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거기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장철환(전광렬)과 조명국(이종원) 앞에도 그들이 두려워할만한 적수가 나타났습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중앙정보부 김부장(김병기), 영화 배급업으로 잔뼈가 굵은 손미진(이휘향)의 등장은 기태에게 양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었습니다.
무슨 수로든 강기태가 연예계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며 깡패 조태수(김뢰하)까지 동원한 세븐스타 노상택(안길강)은 자존심 굽혀가며 얻어낸 빅토리아 무대를 고스란히 빼앗기고 맙니다. 손미진이 조태수에게는 주류 거래를 맡긴다며 섭섭치 않은 이권을 보장해 주었고 노상택은 빅토리아 무대에 간섭한다는 이유로 쫓아냈기 때문입니다. 깡패에게 얻어맞으면서도 비굴해지지 않고 기죽지 않는 강기태, 기태의 아버지 순양극장 사장과 아는 사이였다는 손미진은 기태를 좋게 보고 그를 지원해주기로 합니다.
장철환과 중정 김부장, 조명국과 손미진, 강기태와 차수혁(이필모). 이런 대립구도가 되고 보니 강기태 쪽의 파워도 절대 장철환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강기태의 장점을 간파한 손미진은 뭐든지 힘으로 밀어부치는 장철환과 다르게 예술, 문화에 대한 안목이 높은 여자이고 실리를 따질 줄 알며 연예 사업에 대한 원칙도 나름 확고한 거물입니다. 강기태에게는 신정구(성지루) 못지 않은 스승이 될 인물입니다. 장철환과 비등한 실세인 중정 김부장이 그런 손미진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한 장철환도 쉽게 그들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이 드라마는 분명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아닌 백프로 창작된 내용이지만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보면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장철환이 중정 미림팀으로 들어간 모습을 보며 중앙정보부 부장과 차지철을 결합한 캐릭터가 아닌가 했는데 따로 '김부장'이 등장한 걸 보니 궁정동 이야기까지 등장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더군요. 장철환이 차지철을 모델로 했다면 김부장은 당연히 '그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궁정동에서 총을 쏜 '그때 그 사람' 말입니다.
연예계에서 성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하기에 70년대 정치사의 암울한 이야기는 주인공 강기태를 스쳐가는 배경같은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몇가지 캐릭터 설명이나 연예계의 암울함을 묘사하는 장면들 때문에 강기태가 쇼단을 끌고 미군부대에서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던 것도 사실이구요(그런 시놉을 본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중정 김부장과 손미진이 버티고 있으면 강기태는 권력의 압력을 조금 덜 받게 되고 굳이 미군 부대로 갈 이유가 없어집니다. 딱히 중정 김부장을 믿고 의지한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에게도 비를 피할 처마가 생긴 셈입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一紅)이라고 아름답게 핀 꽃은 언젠가는 시들게 마련입니다. 시대의 권력자 박정희와 그의 측근이던 김재규, 차지철은 79년 모두 그 권력의 끈을 놓았습니다. 혹자는 김재규가 대통령에게 총을 쏜 비극이 일어난 건 박정희에 대한 충성경쟁 때문이었다고 분석합니다. 누군가는 아랫사람의 정강이를 걷어찰 정도로 안하무인에 무식한 인물이었던 차지철이 김재규를 무시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김재규와 차지철은 실제 사이가 좋지 않았고 당일 차지철이 함께 살해되었기 때문에 아주 근거없는 말은 아닙니다.
제 3, 4공화국 중정에는 김부장이 두 사람 있었습니다. 하나는 김형욱이고 하나는 김재규였지요. 김형욱은 69년 중앙정보부 부장에서 물러나 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의문사했지만 이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시대적 배경이 70년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중정 김부장'이란 인물이 김형욱을 모델로 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극중 피에르 유(김광규)와 미세스 윤(엄수정)이 언급한 정인숙이 김형욱과 친하게 지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철환과의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니 누가 권력의 2인자냐를 두고 겨루었던 차지철과 김재규가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몇가지 부분만 닮은 줄 알았는데 장철환이 하는 행각은 차지철과 너무도 쏙 빼어닮았습니다. '김부장'이 대통령 만나는 일정까지 꿰는 그를 보면 아직까지 정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중정 김부장'이 그래서 김재규 역을 하게 되리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실제로도 차지철은 채홍사가 낚아온 젊은 여성들을 최종심사했다고 하던데 그런저런 문제로 김재규와 자주 갈등하곤 했었다고 합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고문과 용공 조작도 불사하던 시대, 그 시대에 불도저같은 무식한 저력으로 '각하'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던 한 남자를 모두가 용인했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손미진 사장 앞에서 우리 같이 무식한 사람들이 실세란 건 부끄럽다고 말하는 드라마 속 김부장은 정권 선전용 영화를 만들고 대종상을 좌지우지하는 당시 행태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인물됨이나 성격이 실제 김재규와 얼마나 닮았느냐가 이 드라마를 보는 또다른 재미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당시 최고 권력자를 죽이고 자신도 역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김재규,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다양하기 때문에 잠시 접더라도 중요한 건 그가 차지철의 무소불위 권력까지 한방에 날려버린 인물이란 점입니다. 또한 더욱 분명한 것은 김재규가 아니더라도 차지철은 역사의 단죄가 꼭 필요했던 부끄러운 권력의 오점이란 점입니다. 대통령 경호실장으로서 월권을 남발하던 차지철의 어리석음을 유사 캐릭터인 장철환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군요. 이로서 '빛과 그림자'도 첫파트가 끝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여튼 '중정 김부장'은 어린 여자 좋아한다는 말로 장철환에게 압력을 넣어 이정혜(남상미)와 차수혁 모두의 족쇄를 풀어주었고 강기태의 뒷배가 되었습니다. 본인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일이 참 쉽게 풀린 셈입니다. 극중에서 조폭도 자기 입맛에 맞게 요리할 줄 아는 여장부 손미진 역의 이휘향은 예전에 '야망의 세월'에서도 김재규와 친한 마담 역할로 등장한 적이 있죠. 배우 이휘향은 '김재규' 역할과 인연이 깊은가 봅니다. 안재욱도 안재욱이지만 조연급으로 등장하는 분들이 대부분 화면을 휘어잡는 베테랑들이라 보는 재미가 남다르네요.
무슨 수로든 강기태가 연예계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며 깡패 조태수(김뢰하)까지 동원한 세븐스타 노상택(안길강)은 자존심 굽혀가며 얻어낸 빅토리아 무대를 고스란히 빼앗기고 맙니다. 손미진이 조태수에게는 주류 거래를 맡긴다며 섭섭치 않은 이권을 보장해 주었고 노상택은 빅토리아 무대에 간섭한다는 이유로 쫓아냈기 때문입니다. 깡패에게 얻어맞으면서도 비굴해지지 않고 기죽지 않는 강기태, 기태의 아버지 순양극장 사장과 아는 사이였다는 손미진은 기태를 좋게 보고 그를 지원해주기로 합니다.
단 한방에 기태를 괴롭히던 조태수를 정리한 손미진 사장.
장철환과 중정 김부장, 조명국과 손미진, 강기태와 차수혁(이필모). 이런 대립구도가 되고 보니 강기태 쪽의 파워도 절대 장철환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특히 강기태의 장점을 간파한 손미진은 뭐든지 힘으로 밀어부치는 장철환과 다르게 예술, 문화에 대한 안목이 높은 여자이고 실리를 따질 줄 알며 연예 사업에 대한 원칙도 나름 확고한 거물입니다. 강기태에게는 신정구(성지루) 못지 않은 스승이 될 인물입니다. 장철환과 비등한 실세인 중정 김부장이 그런 손미진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한 장철환도 쉽게 그들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이 드라마는 분명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아닌 백프로 창작된 내용이지만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보면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장철환이 중정 미림팀으로 들어간 모습을 보며 중앙정보부 부장과 차지철을 결합한 캐릭터가 아닌가 했는데 따로 '김부장'이 등장한 걸 보니 궁정동 이야기까지 등장할 수 밖에 없겠구나 싶더군요. 장철환이 차지철을 모델로 했다면 김부장은 당연히 '그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궁정동에서 총을 쏜 '그때 그 사람' 말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대립한 차지철과 김재규
연예계에서 성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하기에 70년대 정치사의 암울한 이야기는 주인공 강기태를 스쳐가는 배경같은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몇가지 캐릭터 설명이나 연예계의 암울함을 묘사하는 장면들 때문에 강기태가 쇼단을 끌고 미군부대에서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던 것도 사실이구요(그런 시놉을 본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중정 김부장과 손미진이 버티고 있으면 강기태는 권력의 압력을 조금 덜 받게 되고 굳이 미군 부대로 갈 이유가 없어집니다. 딱히 중정 김부장을 믿고 의지한다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에게도 비를 피할 처마가 생긴 셈입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一紅)이라고 아름답게 핀 꽃은 언젠가는 시들게 마련입니다. 시대의 권력자 박정희와 그의 측근이던 김재규, 차지철은 79년 모두 그 권력의 끈을 놓았습니다. 혹자는 김재규가 대통령에게 총을 쏜 비극이 일어난 건 박정희에 대한 충성경쟁 때문이었다고 분석합니다. 누군가는 아랫사람의 정강이를 걷어찰 정도로 안하무인에 무식한 인물이었던 차지철이 김재규를 무시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김재규와 차지철은 실제 사이가 좋지 않았고 당일 차지철이 함께 살해되었기 때문에 아주 근거없는 말은 아닙니다.
차지철도 김재규가 대통령을 만나는 걸 간섭했다고 한다.
제 3, 4공화국 중정에는 김부장이 두 사람 있었습니다. 하나는 김형욱이고 하나는 김재규였지요. 김형욱은 69년 중앙정보부 부장에서 물러나 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의문사했지만 이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시대적 배경이 70년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중정 김부장'이란 인물이 김형욱을 모델로 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극중 피에르 유(김광규)와 미세스 윤(엄수정)이 언급한 정인숙이 김형욱과 친하게 지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철환과의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니 누가 권력의 2인자냐를 두고 겨루었던 차지철과 김재규가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몇가지 부분만 닮은 줄 알았는데 장철환이 하는 행각은 차지철과 너무도 쏙 빼어닮았습니다. '김부장'이 대통령 만나는 일정까지 꿰는 그를 보면 아직까지 정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중정 김부장'이 그래서 김재규 역을 하게 되리란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실제로도 차지철은 채홍사가 낚아온 젊은 여성들을 최종심사했다고 하던데 그런저런 문제로 김재규와 자주 갈등하곤 했었다고 합니다.
김부장의 등장으로 강기태, 이정혜 모두 숨통이 트였지만..
이익을 위해서라면 고문과 용공 조작도 불사하던 시대, 그 시대에 불도저같은 무식한 저력으로 '각하'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던 한 남자를 모두가 용인했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손미진 사장 앞에서 우리 같이 무식한 사람들이 실세란 건 부끄럽다고 말하는 드라마 속 김부장은 정권 선전용 영화를 만들고 대종상을 좌지우지하는 당시 행태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인물됨이나 성격이 실제 김재규와 얼마나 닮았느냐가 이 드라마를 보는 또다른 재미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당시 최고 권력자를 죽이고 자신도 역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김재규,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다양하기 때문에 잠시 접더라도 중요한 건 그가 차지철의 무소불위 권력까지 한방에 날려버린 인물이란 점입니다. 또한 더욱 분명한 것은 김재규가 아니더라도 차지철은 역사의 단죄가 꼭 필요했던 부끄러운 권력의 오점이란 점입니다. 대통령 경호실장으로서 월권을 남발하던 차지철의 어리석음을 유사 캐릭터인 장철환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군요. 이로서 '빛과 그림자'도 첫파트가 끝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장철환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손미진 사장의 카리스마.
하여튼 '중정 김부장'은 어린 여자 좋아한다는 말로 장철환에게 압력을 넣어 이정혜(남상미)와 차수혁 모두의 족쇄를 풀어주었고 강기태의 뒷배가 되었습니다. 본인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일이 참 쉽게 풀린 셈입니다. 극중에서 조폭도 자기 입맛에 맞게 요리할 줄 아는 여장부 손미진 역의 이휘향은 예전에 '야망의 세월'에서도 김재규와 친한 마담 역할로 등장한 적이 있죠. 배우 이휘향은 '김재규' 역할과 인연이 깊은가 봅니다. 안재욱도 안재욱이지만 조연급으로 등장하는 분들이 대부분 화면을 휘어잡는 베테랑들이라 보는 재미가 남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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