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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연예계의 명암을 조명하자면 경직된 당시 사회 분위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고 주먹이 법을 대신하던 풍경이나 정확한 계약 대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연예산업을 묘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극중 신정구(성지루) 단장이 초반에 강기태(안재욱)를 속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분위기 덕분이었겠죠. 커미션을 떼이거나 뇌물을 주는 일도 흔했고, 높은 분 한마디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던 그 시대. 개중에는 실제 노상택(안길강)처럼 주먹쓰던 쇼단장들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동생 명의의 집까지 잃고 빛나리 쇼단을 운영하기 위해 뛰는 강기태 앞엔 힘겨운 일 뿐입니다. 변두리 카바레라도 계약해볼까 싶어 찾아가지만 계약은 성사 못시키고 대낮에 춤추러 온 제비족으로 오해받습니다. 시장바구니 들고 무도장에 온아주머니와 춤추고 나니 단속을 하겠다며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70년대 초반엔 퇴폐 업소를 단속에 걸려 경찰에 끌려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안가에 젊은 여자를 대주던 미세스윤(엄수정)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기태도 영락없이 미풍양속을 해친 잡범이 될 뻔 했습니다.
장철환(전광렬)과 손을 잡고 아버지를 죽인 조명국(이종원)은 뻔뻔하게 정신 차리라며 큰소리치고, 조명국과 한패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차수혁(이필모)은 권력이란 없던 존경도 생기게하는 그런 것이라며 장철환에게 붙은 이유를 설명합니다. 장철환은 '그분'의 접대를 거절한 이정혜(남상미)에게 관심이 생겼다며 추근거립니다. 유채영(손담비)는 가수가 된다는 건 노래만 한다는 뜻이 아니라며 돈앞에 웃음을 파는 딴따라 팔자를 한탄합니다. 어찌 보면 공연잡힐 때까지 놀고 먹는 빛나리 쇼단 단원 신세나 웃음파는 유채영이나 똑같이 슬픈 팔자죠.
한눈에 보기에도 강기태의 어깨가 너무나 무겁습니다. 기울어진 가세도 다시 일으켜야 하고 빛나리 쇼단을 먹여살려야 하고 장철환과 그 일당들에게 복수도 해야하고 쇼비즈니스에서 성공해서 자신의 꿈도 성취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어쩐지 자꾸 눈길이 가는 이정혜와의 사랑도 꿈꾸고 있습니다. 강기태의 적들은 꿈쩍도 안할 것처럼 대단한 사람들인데 그에게 협력할 사람은 몇되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장철환 조차 함부로 하기 힘든 손미진(이휘향)의 등장은 또 하나의 변수가 될 듯합니다.
어려움을 겪는 강기태에게 신정구는 빅토리아나 풍전나이트에서 영업해야 앞길이 보인다고 합니다. 변두리 주변 극장을 아무리 훑어도 단원들 밥먹일 만큼 수확을 얻긴 힘든 일입니다. 오프닝이나 엔딩공연같은 한미한 자리라도 일단 대형 무대인 빅토리아같은델 '따내야' 쇼단의 비전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 빅토리아에서 강기태가 마주친 인물이 손미진 사장인데 설정에 의하면 영화계의 여장부면서 빅토리아의 사장인 그녀는 연예계 대부라 해도 될 만큼 엄청난 인물이었습니다.
또 장철환같은 권력자가 건드릴 수 없도록 김중앙정보부장이 뒤를 밀어준답니다. 손미진을 끌어들여 영화판을 어떻게 해볼까 싶었던 장철환은 그녀가 왜 그리 불러도 오지 않고 고자세로 나오는지 깨닫게 됩니다. 60년대 후반 '나는 새도 떨트린다'는 최고의 권력을 누린 김형욱 부장이 있었다면 70년대 초에는 이후락이 있었고 70년대 후반에는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을 했었죠. 드라마 속이라 시기를 좀 어정쩡하게 끌어들인 것같은데 79년경 실종된 김형욱 부장이 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중정 김부장'인 듯합니다.
최근 밝혀진 내용을 살펴보면 엄청난 권력자였던 김형욱 부장은 중정에서 물러난 후 프랑스에서 살해되었습니다(당시 중정 요원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박정희의 최측근에서 물러나 배신감을 느낀 그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당시 군부의 부정을 적은 회고록을 출간하려 했고 중정이 그를 막을 수 없자 암살당했다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그를 프랑스로 유인한 건 한 여성연예인의 편지였다고 하죠. 당시 중정이 유명연예인과 가까운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도 합니다.
하여튼 그런 엄청난 연예계 권력자 역을 맡은 배우 이휘향씨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휘향이 맡았던 역이 이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엄수정이 맡고 있는 중정과 거래하는 '마담' 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정인숙을 모델로 한 역할이면서 중정의 '파티'를 관리하던 비밀스런 마담,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그런 젤소미나(이휘향의 극중 이름)을 후원한 것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었죠. 극중 젤소미나는 그 이후 장영자같은 부동산 투기의 여왕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물러난게 69년경이라고 하니 잘 하면 장철환이 중정 김부장을 밀어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예고편을 보아 손미진은 노상택과 협상이 결렬되자 강기태에게 아낌없는 후원을 해줄 분위기고 그 사실을 장철환이 알게 되면 내버려두지 않을 지도 모르죠. 더군다나 이정혜 때문에 강기태에게 질투를 느끼기 시작한 차수혁도 그 부정한 커넥션을 거들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철환-차수혁-이정혜-강기태의 수상한 관계는 당분간 진행형입니다.
강기태가 조명국 앞에서 그 굴욕을 참고 이정혜가 연예계의 어두움을 몸소 느끼며 슬픔을 느낀 것은 이 드라마의 진행방향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그들은 천생 연예인이기에 시대에 직접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들이 장철환같은 사람들에게 승리한다면 그건 맞닥드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아무리 권력에 짓밟히고 아무리 암울한 상황이 찾아와도 무대 위에서 환하게 빛나는 그들의 영광을 깨트릴 수는 없습니다. 강기태가 신정구처럼 카바레를 찾아가 허리를 굽히는 모습은 그가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내겠다고 마음먹은 걸 뜻하겠죠.
연예계 큰손인듯 위풍당당한 손미진. 그녀를 보며 한때 연예계 최고 실력자였다는 최봉호(나미의 남편이며 이주일의 전 매니저이기도 했습니다)를 떠올렸습니다. 이휘향 만큼 거물 역할에 잘 어울리는 여배우도 드물겠죠. 실존 인물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극이다 보니 뭔가 아슬아슬하게 시대를 조명하는 재미가 있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언플'을 안해도 입소문으로 시청자가 늘어나는 드라마란 평을 받고 있습니다. 시청률 역시 경쟁작인 '브레인'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태이구요. 강기태의 또다른 트레이너이자 장철환의 대항마가 될 것같은 그녀 손미진. 얼굴 만 봐도 기대가 큽니다.
* 그러고 보니 극중 배우 박노식 역에 그 아들인 박준규가 특별출연했더군요. 복고풍 드라마를 보다 보면 연예인 2세들이 이런식으로 출연하는 모습은 반갑습니다. 최성원(이세창)의 느끼한 분장하고 정말 잘 어울려서 배꼽잡고 웃었습니다. 70년대를 풍미한 배우 허장강의 아들 허준호나, 최무룡의 아들 최민수까지 기대해봐도 될까요. 흥미로운 등장입니다.
동생 명의의 집까지 잃고 빛나리 쇼단을 운영하기 위해 뛰는 강기태 앞엔 힘겨운 일 뿐입니다. 변두리 카바레라도 계약해볼까 싶어 찾아가지만 계약은 성사 못시키고 대낮에 춤추러 온 제비족으로 오해받습니다. 시장바구니 들고 무도장에 온아주머니와 춤추고 나니 단속을 하겠다며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70년대 초반엔 퇴폐 업소를 단속에 걸려 경찰에 끌려가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안가에 젊은 여자를 대주던 미세스윤(엄수정)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기태도 영락없이 미풍양속을 해친 잡범이 될 뻔 했습니다.
70년대의 그림자를 몸소 느끼고 있는 그들.
한눈에 보기에도 강기태의 어깨가 너무나 무겁습니다. 기울어진 가세도 다시 일으켜야 하고 빛나리 쇼단을 먹여살려야 하고 장철환과 그 일당들에게 복수도 해야하고 쇼비즈니스에서 성공해서 자신의 꿈도 성취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어쩐지 자꾸 눈길이 가는 이정혜와의 사랑도 꿈꾸고 있습니다. 강기태의 적들은 꿈쩍도 안할 것처럼 대단한 사람들인데 그에게 협력할 사람은 몇되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장철환 조차 함부로 하기 힘든 손미진(이휘향)의 등장은 또 하나의 변수가 될 듯합니다.
중정 김부장의 비호를 받는 큰손 이휘향
어려움을 겪는 강기태에게 신정구는 빅토리아나 풍전나이트에서 영업해야 앞길이 보인다고 합니다. 변두리 주변 극장을 아무리 훑어도 단원들 밥먹일 만큼 수확을 얻긴 힘든 일입니다. 오프닝이나 엔딩공연같은 한미한 자리라도 일단 대형 무대인 빅토리아같은델 '따내야' 쇼단의 비전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 빅토리아에서 강기태가 마주친 인물이 손미진 사장인데 설정에 의하면 영화계의 여장부면서 빅토리아의 사장인 그녀는 연예계 대부라 해도 될 만큼 엄청난 인물이었습니다.
또 장철환같은 권력자가 건드릴 수 없도록 김중앙정보부장이 뒤를 밀어준답니다. 손미진을 끌어들여 영화판을 어떻게 해볼까 싶었던 장철환은 그녀가 왜 그리 불러도 오지 않고 고자세로 나오는지 깨닫게 됩니다. 60년대 후반 '나는 새도 떨트린다'는 최고의 권력을 누린 김형욱 부장이 있었다면 70년대 초에는 이후락이 있었고 70년대 후반에는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을 했었죠. 드라마 속이라 시기를 좀 어정쩡하게 끌어들인 것같은데 79년경 실종된 김형욱 부장이 이 드라마에서 말하는 '중정 김부장'인 듯합니다.
현금 동원력이 사채업자 수준이라는 손미진사장. 장철환의 대항마.
하여튼 그런 엄청난 연예계 권력자 역을 맡은 배우 이휘향씨를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휘향이 맡았던 역이 이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엄수정이 맡고 있는 중정과 거래하는 '마담' 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정인숙을 모델로 한 역할이면서 중정의 '파티'를 관리하던 비밀스런 마담,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그런 젤소미나(이휘향의 극중 이름)을 후원한 것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었죠. 극중 젤소미나는 그 이후 장영자같은 부동산 투기의 여왕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전혀 만만치 않은 손미진, 얼떨결에 기태의 조력자가?
강기태가 조명국 앞에서 그 굴욕을 참고 이정혜가 연예계의 어두움을 몸소 느끼며 슬픔을 느낀 것은 이 드라마의 진행방향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그들은 천생 연예인이기에 시대에 직접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들이 장철환같은 사람들에게 승리한다면 그건 맞닥드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아무리 권력에 짓밟히고 아무리 암울한 상황이 찾아와도 무대 위에서 환하게 빛나는 그들의 영광을 깨트릴 수는 없습니다. 강기태가 신정구처럼 카바레를 찾아가 허리를 굽히는 모습은 그가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내겠다고 마음먹은 걸 뜻하겠죠.
사고뭉치 최성원과 영화를 찍는 박노식 역의 박준규.
* 그러고 보니 극중 배우 박노식 역에 그 아들인 박준규가 특별출연했더군요. 복고풍 드라마를 보다 보면 연예인 2세들이 이런식으로 출연하는 모습은 반갑습니다. 최성원(이세창)의 느끼한 분장하고 정말 잘 어울려서 배꼽잡고 웃었습니다. 70년대를 풍미한 배우 허장강의 아들 허준호나, 최무룡의 아들 최민수까지 기대해봐도 될까요. 흥미로운 등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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