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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를 보면 우리 나라 70년대의 명암이 한눈에 보이는 것같습니다. 평화시장 봉재공장 노동자의 하루 월급이 50원이던 시절 사무직들이 심심풀이로 마시는 커피 한잔값도 50원이고, 무대 위에 올라 화려하게 빛나는 유채영(손담비)같은 스타들이 있는가 반면 이정혜(남상미)같은 무명 가수들은 가방모찌같은 잡일을 하며 생계를 잇고 막강한 권력으로 국민적 추앙을 받는 장철환(전광렬)같은 권력자가 있는가 하면 그들이 휘두른 주먹에 모든 걸 빼앗겨야 하는 강기태(안재욱)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있고. 1
도시의 불빛이 화려하게 밤을 밝히는가 하면 12시 통금 사이렌과 함께 모든 도시가 잠들어 버리는 적막함을 느끼기도 하고 차수혁(이필모)같은 대졸 출신 고학력자가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이정혜가 모셔야 한다던 '그분'의 술로 유명한 시바스 리갈, 장철환과 미세스윤(엄수정)이 마셨고, 유채영과 그녀의 대기업 스폰서가 마시던 '양주', 그 귀하던 술과 막걸리의 차이 만큼이나 70년대는 시대의 '빛과 그림자'가 선명했습니다.
하루아침에 망해버리는 기태네와 월남에 다녀온 후 럭셔리한 모피를 입고 설치는 양태성(김희원)을 보면 사람 팔자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둘만 봐도 햇빛이 비추는 곳과 그늘지는 곳이 한순간에 바뀌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고 강기태가 잘 나가는 쇼비즈니스 업자로 성공할 길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순양극장을 빼앗은 조명국(이종원)이나 장철환의 파워가 너무도 막강해 기태가 빠져나갈 구멍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게 문제겠죠.
밤늦게 떠돌던 기태와 정혜는 통금 때문에 경찰서에 잡혀 같이 밤을 지새우게 되고 한층 더 가까워지지만 궁정동에 다녀온 정혜의 앞길은 어둡기만 합니다. 당시 최고 여배우였던 남정임이나 문희 만큼이나 예쁜 정혜는 장철환이 '그분'에게 상납하기 위해 점찍어놓은 상태입니다. 높은 분들 술자리에서 노래하면 성공할 줄 알았던 정혜는 미세스윤이 말하는 '승은'이 무슨 뜻인지 알고 화들짝 놀라고 맙니다. 그런 건 싫다고 거절했지만 장철환같이 끈질긴 남자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차수혁이 장철환으로부터 정혜를 보호하고자 선택한 방법은 노상택(안길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청와대 사람인 자신의 압력을 노상택이 감히 거절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상택에게 정혜를 탑스타로 키워달라 부탁합니다. 제 아무리 권력자라도 남들의 이목이 쏠리는 최고 스타에게 함부로 접대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유채영이 대기업 재벌 2세에게 억지 미소를 지어야하는 곤란한 처지가 된 반면 청와대의 비호를 받는 정혜는 노상택의 철저한 보호를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정혜는 세븐스타 쇼단으로 가고 장철환의 권력은 기세등등하고 노상택에게 미움까지 받게 된 기태는 빛나리 쇼단 신정구(성지루)에게 모든 권리를 물려받고 쇼단을 꾸려보기로 하지만 그들의 한마디면 공연까지 취소되는 마당에 뾰족히 성공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시청자들 중에는 악랄한 장철환을 짓밟는 복수를 원한다는 분들도 있는데 도대체 강기태가 무슨 수로 그런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을까요. 과연 쇼로 성공할 수는 있는 걸까요.
70년대는 어떤 면에서는 지금 보다 자수성가할 가능성이 많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생산업체의 근로조건이나 월급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었지만 월남에서 돈을 벌고 파견 노동자로 돈을 버는 등 한방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정혜처럼 하루 아침에 은막의 신데렐라가 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었겠죠. 양태성은 미군부대 군수품을 몰래 빼돌려 막대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노상택을 두들겨 패고 장철환 근처에 접근하는 등 엄청난 성공을 하게 됩니다.
양태성은 신정구와도 친분이 있고 강기태와도 악연이 있는 사이라 쫄딱 망한 강기태나 신정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었고 또 조명국이 기태의 원수라는 것도 폭로해주지 않을까 생각되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양태성이란 인물이 의리나 정의같은 건 약에 쓸래도 없는 타입이란 점입니다. 태성의 부모님은 정혜, 계순(이아이)같은 전쟁 고아를 모아 키워준 고아원 원장님인데 태성은 밥상에 계란프라이라도 올라야 밥을 먹는 철부지에다 성실한 구석이 없는 사기꾼입니다.
충무로에서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사무실까지 차린 양태성은 조명국, 장철환에게 빌붙어 영화라도 한편 찍어볼까 하고 있지만 조명국은 생양아치인 태성을 그리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빛나리 쇼단의 신정구를 납치한게 조명국의 짓이란 걸 양태성이 알고 있지만 조명국에게 붙은 이상 그 사실을 기태에게 알려주기는 쉽지 않겠죠. 이 양태성이 장철환과 기태 사이를 오가는 조커이자 문제아가 될 것같습니다. 때로는 중요한 사실을 폭로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양태성이 강기태의 쇼단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답을 '미군부대'라 보고 있습니다. 초반에 기태 엄마 박경자(박원숙)는 미제 아줌마에게 커피를 비롯한 각종 외제를 구입합니다. 당시 한국에 주군중이던 미군을 위해 많은 미군 물자가 유입되었고 그 밀수품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군에 각종 물건을 납품해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납품 품목 중 하나가 '쇼단'이었는데 그 쇼단 심사가 웬만한 기획사 오디션 보다 어려웠다고 합니다.
미8군 내 나이트클럽이나 파티에서 공연을 벌이던 쇼단은 월남 파병 이후 규모가 많이 줄어들긴 했어도 70년대에도 활발했다고 합니다. 이름만 대면 누군지 알 수 있는 미군 무대 출신 가수들은 TV 등에서도 대활약하는 탑스타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미군 부대에 쇼를 상납하는 쇼단은 연예계에서 대성공을 거둡니다. 강기태가 연예계에 발을 내딛는 출발점이 될 곳도 바로 그곳인듯합니다. 미군들을 위해 쇼의 품질을 엄격하게 심사하던 미군무대에서 성공한다면 장철환도 쉽게 강기태를 손댈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극중 기태 엄마가 돈 300만원이 필요하다는 걸로 봐서는(현재로 환산하면 조금씩 다르겠습니다만 9000만원 아닐까 싶네요) 기태는 더욱 경제적으로도 곤란한 처지가 될 것같습니다. 기태는 쇼단은 인계받았어도 마땅히 공연할 장소도 없는 상태구요. 조명국에게 붙어 아부하는 눈두덩 시퍼런 양태성, 미군 부대에서 밀수품을 빼내어 팔아먹던 양태성이라면 기태에게 미군 무대를 소개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타고난 양아치 양태성이 기태의 앞길에 불을 밝혀줄 지 먹구름을 드리워줄 지 한번 기대해 봅니다.
도시의 불빛이 화려하게 밤을 밝히는가 하면 12시 통금 사이렌과 함께 모든 도시가 잠들어 버리는 적막함을 느끼기도 하고 차수혁(이필모)같은 대졸 출신 고학력자가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이정혜가 모셔야 한다던 '그분'의 술로 유명한 시바스 리갈, 장철환과 미세스윤(엄수정)이 마셨고, 유채영과 그녀의 대기업 스폰서가 마시던 '양주', 그 귀하던 술과 막걸리의 차이 만큼이나 70년대는 시대의 '빛과 그림자'가 선명했습니다.
장철환을 만나고서야 궁정동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된 이정혜.
밤늦게 떠돌던 기태와 정혜는 통금 때문에 경찰서에 잡혀 같이 밤을 지새우게 되고 한층 더 가까워지지만 궁정동에 다녀온 정혜의 앞길은 어둡기만 합니다. 당시 최고 여배우였던 남정임이나 문희 만큼이나 예쁜 정혜는 장철환이 '그분'에게 상납하기 위해 점찍어놓은 상태입니다. 높은 분들 술자리에서 노래하면 성공할 줄 알았던 정혜는 미세스윤이 말하는 '승은'이 무슨 뜻인지 알고 화들짝 놀라고 맙니다. 그런 건 싫다고 거절했지만 장철환같이 끈질긴 남자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통행금지에 걸려 더욱 가까워진 두 사람.
정혜는 세븐스타 쇼단으로 가고 장철환의 권력은 기세등등하고 노상택에게 미움까지 받게 된 기태는 빛나리 쇼단 신정구(성지루)에게 모든 권리를 물려받고 쇼단을 꾸려보기로 하지만 그들의 한마디면 공연까지 취소되는 마당에 뾰족히 성공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시청자들 중에는 악랄한 장철환을 짓밟는 복수를 원한다는 분들도 있는데 도대체 강기태가 무슨 수로 그런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을까요. 과연 쇼로 성공할 수는 있는 걸까요.
인생은 한방이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양태성
70년대는 어떤 면에서는 지금 보다 자수성가할 가능성이 많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생산업체의 근로조건이나 월급은 상당히 열악한 편이었지만 월남에서 돈을 벌고 파견 노동자로 돈을 버는 등 한방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정혜처럼 하루 아침에 은막의 신데렐라가 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었겠죠. 양태성은 미군부대 군수품을 몰래 빼돌려 막대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노상택을 두들겨 패고 장철환 근처에 접근하는 등 엄청난 성공을 하게 됩니다.
양태성은 신정구와도 친분이 있고 강기태와도 악연이 있는 사이라 쫄딱 망한 강기태나 신정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었고 또 조명국이 기태의 원수라는 것도 폭로해주지 않을까 생각되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양태성이란 인물이 의리나 정의같은 건 약에 쓸래도 없는 타입이란 점입니다. 태성의 부모님은 정혜, 계순(이아이)같은 전쟁 고아를 모아 키워준 고아원 원장님인데 태성은 밥상에 계란프라이라도 올라야 밥을 먹는 철부지에다 성실한 구석이 없는 사기꾼입니다.
돈을 벌어도 동네 북어 양태성 팔자.
그렇다면 양태성이 강기태의 쇼단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답을 '미군부대'라 보고 있습니다. 초반에 기태 엄마 박경자(박원숙)는 미제 아줌마에게 커피를 비롯한 각종 외제를 구입합니다. 당시 한국에 주군중이던 미군을 위해 많은 미군 물자가 유입되었고 그 밀수품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군에 각종 물건을 납품해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납품 품목 중 하나가 '쇼단'이었는데 그 쇼단 심사가 웬만한 기획사 오디션 보다 어려웠다고 합니다.
양태성, 일단 조명국과 한패가 되긴 했는데..
극중 기태 엄마가 돈 300만원이 필요하다는 걸로 봐서는(현재로 환산하면 조금씩 다르겠습니다만 9000만원 아닐까 싶네요) 기태는 더욱 경제적으로도 곤란한 처지가 될 것같습니다. 기태는 쇼단은 인계받았어도 마땅히 공연할 장소도 없는 상태구요. 조명국에게 붙어 아부하는 눈두덩 시퍼런 양태성, 미군 부대에서 밀수품을 빼내어 팔아먹던 양태성이라면 기태에게 미군 무대를 소개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타고난 양아치 양태성이 기태의 앞길에 불을 밝혀줄 지 먹구름을 드리워줄 지 한번 기대해 봅니다.
- 연예인 뒤에 옷가방이나 화장품가방같은 각종 물건을 들고 뒤따르는 사람을 뜻하는 말. 모찌란 표현 자체가 상사의 가방을 들고 뒤따르는 수행비서를 뜻하는 일본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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