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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재미 중 하나는 등장인물 한명한명 마다 실존했던 과거 인물들이 떠오른단 점입니다. 시바스 리갈을 보면 떠오르는 남자, 무식하게 아랫사람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권력으로 사람을 누르는 장철환(전광렬)은 그 시대에 실존했던 군부 출신 권력자들과 유사하고 다소곳하고 단아한 이정혜(남상미)를 보면 남정임이 떠오릅니다. 배우로서는 재능있지만 사생활 관리는 전혀 못하는 최성원(이세창)은 최무룡, 신성일같은 그 시대 인기 남자 배우를 모두 모아놓은 느낌입니다.
70년대를 주름잡았던 남진, 하춘화, 김추자는 대역으로 재현했지만 쟈니보이(서승만)나 앵두보이(김동균)는 당시 쇼단의 메인MC 체리보이를 모델로 만들어진 역할이겠죠. 쇼단 마다 사회를 보고 만담을 펼치며 막간을 떼워주던 스타급 진행자들이 있었는데 체리보이도 그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노상택(안길강) 역은 이름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국의 쇼 무대를 주름잡던 연예배급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조명국(이종원)처럼 신생 영화사를 만들어 외화 배급에 뛰어든 인물도 있었죠.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도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분'에게 상납할 여성들을 골랐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고 그 과정에서 미세스윤(엄수정)이나 피에르유(김광규)같은 인물들이 개입했단 것도 시사 잡지에서 흔히 읽을 수 있던 내용이죠. 달러 사기로 믿는 사람에게 돈떼이는 박경자(박원순)같은 사람들도 많았구요. 정혜네에서 모여사는 계순(이아이)처럼 꽃만들고 봉투붙이는 부업은 거의 필수이던 시대입니다. 시대 자체가 그렇게 어수선했기에 주먹과 불법이 통용될 수 있었던 겁니다.
어제 방영분에서는 장철환이 문공부 공무원에게 '태양영화사'에 외화 쿼터를 주라며 폭행하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극중 태양영화사는 조명국이 만든 회사로 당시 14개로 늘어났다는 영화사의 현실을 보여줄 모양입니다. 그 시절 문공부는 쿼터제를 실시하고 우수한 국산 영화 몇편을 제작하면 외국영화 한편을 개봉허가해주는 식으로 운영했는데(당연히 엄청난 이익이 뒤따르겠죠) 대종상까지 운영하던 문공부 책임하에 운영되다 보니 잡음이 많았습니다. 지나치게 비싸게 외국영화 로열티를 부르는가 하면 선정과정에서도 불법이 많았죠.
흥미로운 건 극중 장철환이 만나기로한 '송미진'이란 인물입니다. 이름만 듣더니 여자라면서 왜 한번 오라는데도 안오는거냐고 장철환이 한마디 던지는 그 감독이 과연 여성이었을까요. 그 이름을 듣고 떠오른 인물이 바로 '미워도 다시한번'의 감독 '정소영'입니다. 70년대 승승장구하던 대양영화사에서 정소영 감독이 만든 '미워도 다시한번'은 불멸의 히트를 기록한 엄청난 작품이었죠. 정소영 감독의 이름은 얼핏 들으면 여성같지만 그 분은 분명 남자분이더군요. 드라마는 실존 영화사의 이름과 감독을 모델로 작명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아니면 말구요).
이렇게 드라마 속 사건이나 인물이 뜬금없이 등장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빛나리 쇼단 부단장 홍수봉(손진영)을 살펴봅시다. 쇼를 꾸리게 되면 단원들에게 연락하거나 광고하는 각종 잡일을 하며 무대 진행까지 보조하는 홍수봉은 본래 가수지망생입니다. 단장 신정구(성지루)는 무대에 어떻게든 한번 서보겠다는 수봉에게 네가 관객이라면 네 못생긴 얼굴이 보고 싶겠냐며 핀잔을 줍니다. 실제 코미디언 이주일도 그런식으로 잡일만 하다 '하춘화'를 구해준 일로 스타가 됩니다.
이정혜가 처음 빛나리 쇼단이 되었을 때 여자배우들 옷을 빨고 큰언니 순애(조미령)의 어깨까지 주무르는 잡일을 맡는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유랑극단에서 출발한 쇼단은 그런식으로 어린 사람들에게 잡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무명 세월이 길었던 이주일도 65년 샛별악극단 사회자로 데뷰할 때까지 비슷한 일을 했습니다. 극중 홍수봉은 그나마 부단장이라 단원들 단속하고 뒷바라지하는 일이라도 하는데 인상이 험악한 이주일은 보디가드처럼 깡패들과 맞서고 짐나르고 그런 역할이 주어졌겠지요.
이주일은 못 생겨서 설움받는 배우이자 코미디언으로 유명합니다. 2000년 '신동아'에서 읽은 내용인데 한번은 보조사회자로 유랑극단에서 사회를 보는데 한 출연가수가 못생긴 이주일이 소개하는 무대엔 오를 수 없다고 우겨 무대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가수가 나오지 않자 관객들은 항의하고 단장은 이주일을 두들겨 패고 그대로 이주일은 극단에서 쫓겨납니다. 운이 없을라니 두들겨 맞은 채 서울로 올라오다 못 생기고 특이한 복장 때문에 간첩검문에 걸리고, 다시 한번 경찰서에서 매를 맞다 돌아온 일이 있었다는군요.
월남공연도 따라다니고 보조 사회자로 극단을 따르고 갖은 고생을 하며 연예계 주변에서 먹고 살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남진 리사이틀 보조 사회자를 맡았지만 무대 연출감독이 '저 얼굴을 어떻게 무대에 세우냐'고 하는 바람에 쇼단 버스에서 쫓겨납니다.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났고 '캐라'를 받지 못해 그의 생계는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변변히 대가도 받지 못하며 유랑극단을 따라다니느냐 자주 집을 비우던 이주일 덕분에 아내의 고생은 말도 못했다고 하죠. 이런 그의 '못생긴' 설움이 보답받은 건 하춘화 쇼단에서 일할 때입니다. 1
당시 이주일은 77년 이리역(지금의 익산) 폭발사고가 일어나자 삼남극장에서 공연중이던 하춘화를 구해낸 것으로 유명해집니다. 당시 폭약을 싣고 있던 화물열차가 촛불 때문에 폭발하여 주변 상가와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무너지지 않은 건물은 천장이 내려앉고 정전이 되는 등 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 일로 사망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죠. 무대에 깔려 우왕좌왕하던 사람들 틈에서 이주일 자신 역시 심한 중상을 입었음에도 하춘화를 업고 병원으로 달렸다고 합니다.
그 일 이후로 이주일은 나이 40에 기회를 잡습니다. MBC TV같은 무대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점차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나중엔 '코미디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같은 유행어의 원조가 되었죠. 그의 91년 인터뷰(동아일보)를 보면 '코미디는 슬픔의 껍질'이란 표현이 눈에 띕니다. 그의 코미디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면서 마치 '빛과 그림자'라는 이 드라마 제목처럼 유랑극단의 설움이나 고통도 잊고, 슬픈 개인사를 모두 접고 무대 위에서 웃음을 주는 연예인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신정구에게 구박받고 빚쟁이들에게 쫓겨 라면 끓여먹는 신정구의 도피처가 되어주는 의리있는 부단장 홍수봉, 강기태(안재욱)과 함께 새롭게 빛나리 쇼단을 이끌게 될 홍수봉도 故 이주일처럼 자신 만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요. 빛과 그림자가 바뀌는 건 한순간이니 알 수 없습니다. 빚더미에 앉은데다 조명국의 배신까지 알게 되어 터지기 직전이 된 강기태, 그의 앞날이 어두컴컴한 지금, 빛나리 쇼단 단원들의 역량도 기대해 봅니다.
70년대를 주름잡았던 남진, 하춘화, 김추자는 대역으로 재현했지만 쟈니보이(서승만)나 앵두보이(김동균)는 당시 쇼단의 메인MC 체리보이를 모델로 만들어진 역할이겠죠. 쇼단 마다 사회를 보고 만담을 펼치며 막간을 떼워주던 스타급 진행자들이 있었는데 체리보이도 그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노상택(안길강) 역은 이름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국의 쇼 무대를 주름잡던 연예배급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조명국(이종원)처럼 신생 영화사를 만들어 외화 배급에 뛰어든 인물도 있었죠.
영화사를 만든 조명국과 그 영화사에 쿼터를 주라 압력을 넣는 장철환.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도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분'에게 상납할 여성들을 골랐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고 그 과정에서 미세스윤(엄수정)이나 피에르유(김광규)같은 인물들이 개입했단 것도 시사 잡지에서 흔히 읽을 수 있던 내용이죠. 달러 사기로 믿는 사람에게 돈떼이는 박경자(박원순)같은 사람들도 많았구요. 정혜네에서 모여사는 계순(이아이)처럼 꽃만들고 봉투붙이는 부업은 거의 필수이던 시대입니다. 시대 자체가 그렇게 어수선했기에 주먹과 불법이 통용될 수 있었던 겁니다.
어제 방영분에서는 장철환이 문공부 공무원에게 '태양영화사'에 외화 쿼터를 주라며 폭행하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극중 태양영화사는 조명국이 만든 회사로 당시 14개로 늘어났다는 영화사의 현실을 보여줄 모양입니다. 그 시절 문공부는 쿼터제를 실시하고 우수한 국산 영화 몇편을 제작하면 외국영화 한편을 개봉허가해주는 식으로 운영했는데(당연히 엄청난 이익이 뒤따르겠죠) 대종상까지 운영하던 문공부 책임하에 운영되다 보니 잡음이 많았습니다. 지나치게 비싸게 외국영화 로열티를 부르는가 하면 선정과정에서도 불법이 많았죠.
빛나리 쇼단을 운영하게 된 강기태와 부단장 홍수봉
흥미로운 건 극중 장철환이 만나기로한 '송미진'이란 인물입니다. 이름만 듣더니 여자라면서 왜 한번 오라는데도 안오는거냐고 장철환이 한마디 던지는 그 감독이 과연 여성이었을까요. 그 이름을 듣고 떠오른 인물이 바로 '미워도 다시한번'의 감독 '정소영'입니다. 70년대 승승장구하던 대양영화사에서 정소영 감독이 만든 '미워도 다시한번'은 불멸의 히트를 기록한 엄청난 작품이었죠. 정소영 감독의 이름은 얼핏 들으면 여성같지만 그 분은 분명 남자분이더군요. 드라마는 실존 영화사의 이름과 감독을 모델로 작명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아니면 말구요).
이렇게 드라마 속 사건이나 인물이 뜬금없이 등장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빛나리 쇼단 부단장 홍수봉(손진영)을 살펴봅시다. 쇼를 꾸리게 되면 단원들에게 연락하거나 광고하는 각종 잡일을 하며 무대 진행까지 보조하는 홍수봉은 본래 가수지망생입니다. 단장 신정구(성지루)는 무대에 어떻게든 한번 서보겠다는 수봉에게 네가 관객이라면 네 못생긴 얼굴이 보고 싶겠냐며 핀잔을 줍니다. 실제 코미디언 이주일도 그런식으로 잡일만 하다 '하춘화'를 구해준 일로 스타가 됩니다.
못생겨서 얻어맞고 의리 덕분에 스타가 되고
이정혜가 처음 빛나리 쇼단이 되었을 때 여자배우들 옷을 빨고 큰언니 순애(조미령)의 어깨까지 주무르는 잡일을 맡는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유랑극단에서 출발한 쇼단은 그런식으로 어린 사람들에게 잡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무명 세월이 길었던 이주일도 65년 샛별악극단 사회자로 데뷰할 때까지 비슷한 일을 했습니다. 극중 홍수봉은 그나마 부단장이라 단원들 단속하고 뒷바라지하는 일이라도 하는데 인상이 험악한 이주일은 보디가드처럼 깡패들과 맞서고 짐나르고 그런 역할이 주어졌겠지요.
이주일은 못 생겨서 설움받는 배우이자 코미디언으로 유명합니다. 2000년 '신동아'에서 읽은 내용인데 한번은 보조사회자로 유랑극단에서 사회를 보는데 한 출연가수가 못생긴 이주일이 소개하는 무대엔 오를 수 없다고 우겨 무대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가수가 나오지 않자 관객들은 항의하고 단장은 이주일을 두들겨 패고 그대로 이주일은 극단에서 쫓겨납니다. 운이 없을라니 두들겨 맞은 채 서울로 올라오다 못 생기고 특이한 복장 때문에 간첩검문에 걸리고, 다시 한번 경찰서에서 매를 맞다 돌아온 일이 있었다는군요.
故이주일과 빛나리 극장 부단장인 홍수봉, 어찌 보면 닮았습니다.
월남공연도 따라다니고 보조 사회자로 극단을 따르고 갖은 고생을 하며 연예계 주변에서 먹고 살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남진 리사이틀 보조 사회자를 맡았지만 무대 연출감독이 '저 얼굴을 어떻게 무대에 세우냐'고 하는 바람에 쇼단 버스에서 쫓겨납니다.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났고 '캐라'를 받지 못해 그의 생계는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변변히 대가도 받지 못하며 유랑극단을 따라다니느냐 자주 집을 비우던 이주일 덕분에 아내의 고생은 말도 못했다고 하죠. 이런 그의 '못생긴' 설움이 보답받은 건 하춘화 쇼단에서 일할 때입니다. 1
당시 이주일은 77년 이리역(지금의 익산) 폭발사고가 일어나자 삼남극장에서 공연중이던 하춘화를 구해낸 것으로 유명해집니다. 당시 폭약을 싣고 있던 화물열차가 촛불 때문에 폭발하여 주변 상가와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고 무너지지 않은 건물은 천장이 내려앉고 정전이 되는 등 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 일로 사망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죠. 무대에 깔려 우왕좌왕하던 사람들 틈에서 이주일 자신 역시 심한 중상을 입었음에도 하춘화를 업고 병원으로 달렸다고 합니다.
연예계의 어둠을 느끼게된 유채영, 스타로 도약하는 이정혜.
그 일 이후로 이주일은 나이 40에 기회를 잡습니다. MBC TV같은 무대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고 점차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나중엔 '코미디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못 생겨서 죄송합니다' 같은 유행어의 원조가 되었죠. 그의 91년 인터뷰(동아일보)를 보면 '코미디는 슬픔의 껍질'이란 표현이 눈에 띕니다. 그의 코미디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면서 마치 '빛과 그림자'라는 이 드라마 제목처럼 유랑극단의 설움이나 고통도 잊고, 슬픈 개인사를 모두 접고 무대 위에서 웃음을 주는 연예인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신정구에게 구박받고 빚쟁이들에게 쫓겨 라면 끓여먹는 신정구의 도피처가 되어주는 의리있는 부단장 홍수봉, 강기태(안재욱)과 함께 새롭게 빛나리 쇼단을 이끌게 될 홍수봉도 故 이주일처럼 자신 만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요. 빛과 그림자가 바뀌는 건 한순간이니 알 수 없습니다. 빚더미에 앉은데다 조명국의 배신까지 알게 되어 터지기 직전이 된 강기태, 그의 앞날이 어두컴컴한 지금, 빛나리 쇼단 단원들의 역량도 기대해 봅니다.
- 극중 강기태(안재욱)가 단원들에게 설명한 캐라는 지금으로 말하면 출연료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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