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아랑사또전

아랑사또전, 연기자는 성공 대본은 혹평 실험성에 의의를 둔다

Shain 2012. 10. 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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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드라마의 특징'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한드는 그 어떤 장르의 드라마를 찍어도 등장인물들끼리 연애하는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한드가 모두 멜로물로 변신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러닝 타임 70분인 드라마 한편을 20회씩 끌고 나가자면 한가지 주제 만으론 시청자를 잡아둘 수 없습니다. 뻔한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을 설정해서라도 시선을 끄는 드라마가 승리한다는 것이죠. 제작비가 많이 드는 새로운 드라마를 선택하기 보다 제작만 했다하면 성공하는 퓨전 사극이나 적당히 멜로를 섞은 장르극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밀양 '아랑전설'을 모티브로 창작된 MBC '아랑사또전'에 기대를 가졌던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한드'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전설의 고향'같은 호러물도 있었고 사극 멜로물도 다수 제작되었지만 '아랑사또전'의 까칠한 사또와 천방지축 처녀귀신처럼 유쾌한 궁합은 처음이었습니다. 미스터리한 마을 밀양의 분위기도 그렇고 신기를 글로 읽힌 무당 방울(황보라)에 힘이 장사인 돌쇠(권오중)까지 이거 괜찮은 팀이 꾸려지나 싶은, 정말 좋은 조합이었죠.

초반부터 많은 기대감을 품게 하던 주요 등장인물들.

저를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이 첫회 방송을 보고 갖가지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귀신 보는 사또 은오(이준기)가 미드 '미디엄'의 주인공처럼 영매가 되어 많은 귀신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나오면 재밌겠다 또는 그림동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그림형제'라는 미드처럼 각종 요괴를 퇴치하는 것도 괜찮을 것같다 그것도 아니면 형제가 초자연적인 힘을 상대하는 내용의 미드 '수퍼내추럴'처럼 아랑과 은오가 한팀이 되어 이상한 현상을 뒤쫓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자면 작가의 이런 실험적인 설정은 실패한 셈입니다. 이야기의 판과 캐릭터를 짜는 건 성공적이었는데 이야기를 전개하는 부분에서 시청자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아랑사또전'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지배한 요괴 홍련(강문영)은 그 캐릭터 자체만 두고 보자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한때는 천상에 살았지만 인간적인 욕망을 버리지 못해 타락한 선녀. 요괴로 변신해 사람의 몸을 빼앗는 그녀는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었던 참신한 캐릭터입니다. 저승사자 무영(한정수)와 수백년동안 인연이 닿았던 절절한 사랑도 가슴 아픈 사연이죠.

캐릭터 하나하나의 사연과 연기는 모두 훌륭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요괴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비중이 컸던 까닭에 은오와 아랑의 이야기가 개연성이 없어질 때도 있었고 너무나도 서글픈 사연의 주왈도령(연우진)도 묻히고 말았습니다. 음식으로 치자면 재료는 정말 좋았는데 비율이 맞지 않아 실패한 요리고 조리 방법 때문에 맛을 잃어버린 요리인 것입니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살펴 보면 '이런 캐릭터는 다른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다'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괜찮은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요물 보다 더 탐욕스러운 최대감(김용건) 조차 꽤 흥미로운 등장인물이었죠.

어제 방영된 마지막회는 그간 벌어놓은 이야기를 수습하기엔 너무 짧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은오는 그동안 쓰지 않던 귀신보는 능력으로 원귀들의 한을 풀어줍니다. 원한 때문에 자식도 외면했던 서씨는 모심잠에 찔려 죽음을 맞고 원귀가 된 최대감은 제사밥 올려줄 자손도 없는 무자귀로 방울이 시식돌 위에 올려둔 음식을 두고 쟁탈전을 합니다. 사람을 죽인 기억이 떠올라 괴로워하던 주왈은 자결을 하고 죽어서 저승사자가 됩니다. 무영은 자신의 연인이자 동생이였던 무연(임주은)과 함께 소멸해버리고 염라대왕(박준규)와 옥황상제(유승호)는 아랑을 두고 벌인 그들의 내기를 마무리합니다.

그나마 마지막 장면이 너무도 행복하고 따사로웠던 것이 다행일까요. 다시 환생한 아랑과 은오가 귀신과 사또였던 시절처럼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나누고 장면은 사랑스럽고 귀엽기만 했습니다. 어린아이로 환생해서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는 은오와 아랑. 어른이 되어서도 다정한 그들은 아름답고 보기 좋았습니다. 펼쳐진 이야기가 너무 많아 깔끔한 마무리는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누구나 흐뭇하게 웃을 수 있는 해피엔딩이었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연기자들의 노력을 백퍼센트 살리지 못한 전개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행복했던 마지막 장면.

어제 마지막 방송에는 '골든타임'의 이성민이 저승의 생사부 고방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출연했더군요. 드라마 '골든타임'이 시즌제를 위한 최적의 소재였다는 평을 받는 것처럼 '아랑사또전'도 독특한 타입의 소재로 시즌제가 될만한 내용입니다. 영혼들의 사연을 듣고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은오 사또와 원귀들을 퇴치하는 퇴마사 이야기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죠. 여전히 가능성을 사장시킨 것은 아깝습니다. 반면 이런 실험적인 성격의 소재는 대중적 인기를 힘든 장르인 것도 사실이라 이런 어수선한 전개가 어쩔 수 없었나 싶기도 합니다.

드라마 '아랑사또전'이 보여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 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재미있어할 이야기로 만들어졌으면 좋았겠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생소했던 '요물'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성공시킨 것은 연기자들의 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간중간 옥에티 논란이나 대본 논란을 다 잊게 만드는 캐릭터 즉 이준기와 신민아, 연우진, 강문영의 연기가 최고였다는 건 두말할 것 없구요. 아무래도 이 드라마는 연기자들의 연기와 TV 드라마에서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실험적인 시도를 해봤다는 점을 높이 사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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