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은 갖춰야 후보라 할 것 아니냐 - 전문 정치인이 보고 싶다

이번 대선은 개인적으로 창피하고 지독한 악몽에 가깝다. 그런 고로 평소 답지 않게 대선에 관한 글 한 줄 적는데 이리 오래 걸렸고 내일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정부와 정치인은 정치에 관심 많은 국민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의 행태들이 국민을 정치로부터 떨어뜨려 놓기 위한 작당들은 아닐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누구씨, 난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선하고 올곧은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인의 예의'는 갖춘 사람이길 바라는데 그 작은 기준하나 만족시키지 못할 만큼 무례하고 건방진 사람이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거듭 말하건데 나는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정치인을 바래본 적이 없다. 올바른 가치관를 갖춘 사람을 원한 적도 없다. 사람 마다 다르다는 종교나 출신지역에 대해 희망해본 적도 없다. 다만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은 갖춰야 대통령 후보라고 부를 수 있는 거 아니냐? 

출처 : 디시 인사이드 2007대선 갤러리 http://gall.dcinside.com/list.php?id=2007daesun

내일이 대선이라고 할 지라도 왜 그 사람이 싫은 지 정도는 적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색과 관련없는) 정치인의 자질이란 것은 이런 것이다(미리 경고하는데 누구 지지자는 그냥 가. 난 그 사람 싫다(嫌)는 이야기하는 거 맞다. 그냥 비난이 하고 싶을 정도로 질리고 싫다는 이야기다).

첫째, 이치에 닿는 말을 해라

출처 : 네이버뉴스(어떤 의미로 동급 최강)

누가 편하자고 만든 선거법인지는 모르겠지만, 허위사실 유포도 아니고 일방적인 비난도 아닌, 공식적인 비리에 대한 의견도 함부로 적지 못한다는 사실이 제법 불편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특검법까지 수용해야하는 마당에 자신의 잘못을 말하지 말라는 억지를 부리는 것, 스스로도 꼴사납지 않을까 싶지만 동영상 시청 만으로 처벌을 요구할 정도면 그쪽 상태가 썩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말'은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하고 합리적인 자세로 타인을 상종할 줄 알아야 한다. 명백히 티브이에 방송된 내용을 자신들에게 불리하단 이유로 시청 금지시키고 처벌해달라고 할 정도로 이치에 닿지 않게 행동하면 자격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입을 막기 위한 시도는 알게 모르게 이루어진 것이 훨씬 많다는 걸 우리는 기사를 통해 보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순간을 모면하려는 것(이런건 한두건이어야지)도 보았다. 순간의 이익을 위해 말을 바꿀 수 있고 이치에 닿지 않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는 사실은 스스로의 신뢰성을 손상하는 행위이다. '성실한' 근무 따위는 바랄 수 없는 자이니 믿을 수 없다.

둘째, 타인의 가치관을 인정하라

정치인의 무례는 수도 없이 회자되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잘못을 저질러 놓고서는 사과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훈계하는' 정치인 덕에 화가 난 적도 있다. 원래 그런 족속이려니 하고 넘기기엔 난 '왕을 모시는 시대의 백성'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국민'일 뿐이다.

출처 : 네이버 포토앨범

조금 과하게는 댓가를 받고 일하는 일개 국민 주제(?)에 건방지게 다른 국민을 훈계하는 자세는 솔직히 거지같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는 섬김과 존경을 받을 자리가 아니라 의사소통을 나눌 자리인 것이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가치관대로 국민을 조율하는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치관을 가진 국민을 조율하는 자리에 있다. 공정해야함은 물론이고 타인의 가치관과 생활에 대해 편견이 없어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 조건이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형편과 다르다고 해서 깎아내리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입장이 다른 다수의 의견을 조율할 자격이 없어지는 것이다. 정치인이 서울시를 봉헌하겠다느니, 마사지걸은 얼굴이 못 생겨야 잘 해준다느니, 살짝 맛이 가신 배우들이 마파도에 출연했다 라던지 시골 출신들이 만든 교육제도 등등. 이것은 말꼬리가 아니다.

평소의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는 인격일 뿐. 타인의 가치관을 고려해본 적이 없는 인간형의 전형이라는 점이 몹시 마뜩치 않다. (이런 타입은 타인의 가치관을 인정할 능력 따윈 처음부터 없었다고 생각한다. 꿋꿋한 것과는 다른 문제다)
기본적으로 인신공격을 했던 경력이 있던 사람이 어떻게 정치인으로 먹고살 생각을 한 건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당신이 꼴통 보수이건 지랄맞은 꼰대건 나하고 아무 상관이 없지만 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지적할 수 있음을 빨리 깨닫길 바란다.

셋째, 얄팍한 수작을 부리지 말라

출처 : 네이버 뉴스

개인적으로 이 사람이 일본 출생이던 아니던 별로 관심이 없다. 일본 태생의 정치인이더락도 정책과 가치관이 내게 맞으면 얼마던지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예 얄팍한 거짓말로 속이려고 들고 대강 넘기려고 하는 자세에는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
듣기로는 모 후보와의 대통령 후보 선발전에서 팬클럽끼리 싸우다 드러난 내용이던데(지금은 1번 후보가 이용해 먹는다고 한다 - 치사한 건 좀 따라하지 말지), 원래 문제의 후보는 경북 포항 출생이라고 우겼지만 태어나긴 일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 시절이 일제 강점기인 건 누구나 아는 일이고 그 출생 자체를 비난할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시대의 아픔 같은 사실이니까. 문제가 되는 점은 얄팍하게 거짓말로 순간순간을 넘기려고 하는 그 자세 아닌가 싶다. BBK의 문제가 어떤 식의 진실을 가지고 있는 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의혹의 한 중간의 있는 것이 사실이면 그 의혹을 인정한 채로 싸움을 시작해야한다. 오보이다, 위조됐다, 근거가 없다 등의 얄팍한 거짓말로 넘긴다는 것은 언젠가 비리를 저지를 수 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이 부분은 1번 후보나 다른 후보에게도 몹시 아쉬운 거다. 이 사람의 과오가 너무나 커서 깎아내리자면 비난하고 싶을 수 밖에 없는 영역인 것도 사실이고 똑바로 밝혀야하는 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탐나는 미끼를 그대로 '비난'에 써먹는다는 것은 같은 수준의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는 행동임을 알아야한다. 얄팍한 수작은 얄팍한 결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넷째, 기본적인 법, 예의, 절차를 준수하라

출처 : 네이버 뉴스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지만 특정 정치인에게는 이 문제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도덕'이 별다른 것이 아니다. 남에게 보여질 행동이 정해진 규칙과 절차(개인의 가치관과 경향성의 문제와는 아주 다른 문제라는 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거라고 일단 믿자)에 맞지 않으면 지탄을 받는 거다. 1번 후보의 대선 경선 스캔들이 문제가 된 것도 같은 까닭이다.

최대한 양보해서 BBK에 대한 의혹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하자. 기본적으로 투기에 가까운 마인드로 자신이 참여해서 올바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을테고 히딩크와 사진을 찍는 공적인 행사자리에 자신의 개인 친지가 등장해서는 안된다는 정도도 상식이었을거다. 대운하와 기타 다른 정책 노선들을 자신이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상식이다.

조시 부시와의 면담을 공식적인 채널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채널로 시도, 공개했다가 망신을 당했던 에피소드, AIG의 특혜 의혹 등등. 기본적인 공개 절차를 밟지 않고 이루어지는 의혹들은 현재 해당 후보의 중요 핵심 문제들로 불거져 있다.

무능 보다 부패가 낫다는게 아니라 떡고물이 필요한 거 아닐까?

세상에 메시아 따위는 없다. 노무현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고 다음의 성공을 가져다줄 메시아를 바란다고 단순히 말하지만 잘 알다시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을 구원할 메시아 따윈 없다.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으로 정치를 바라봐서는 안된다.  혹은 누군가의 지적대로 현재 가진 것(부동산, 재산 등)으로 작은 이익을 가져다줄 대통령을 바란다는 것 역시 안일한 생각일 것이다.

정책은 절대 얄팍하고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농산물 가격 강제 안정으로 이루어진 80년대의  평화가 다시 올 거라는 착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개가 나와도 당선될 것'이라는 오늘 자 기사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아무리 외국의 과장된 기사라고 하지만, '개'라고 지칭될 정도로 흠집 투성이인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야할까? 다시 한번 인과관계를 따져보는 노력이 필요할 떄다.

더딘 발전이 아쉬워서 얄팍한 떼우기로 일관된 정책을 유지한다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퇴보를 맛볼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기본적인 정치인으로서의 자세 만은 지키는 사람이 당선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56495.html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26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