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한국 드라마 보기

돈의화신, 스트레스없는 이차돈의 복수극 이게 진짜 복수다

Shain 2013. 3. 25. 10:30
728x90
반응형
지난주 최고 화제가 된 사건은 누가 뭐래도 '성접대'와 '성상납' 파문입니다. 강원도 별장에서 대가성 성접대를 받은 각계 고위층 인사들의 실명이 적힌 리스트가 알음알음 퍼져나가고 있다는 뉴스와 연예인들이 정재계 여기저기에서 성상납 요구를 받는다는 내용은 삼류 막장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했습니다. 성접대 당사자인 Y씨와 한 여성사업자의 간통 사건으로 시작된 파문은 고위층 인사들의 동영상이 폭로되면서 국가를 뒤흔드는 대형사건으로 비화되었습니다.'욕심이 있기 때문에 성상납이 생기는 것'이라는 사유리의 솔직한 의견처럼 무언가를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심이 뒤엉켜 뿌리를 알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무언가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매슬로우의 욕구이론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배고픔같은 생리적 욕구 이외에 안전, 애정, 재물, 명예같은 것을 본능적으로 바라고 원하는 존재입니다. '돈의 화신'의 이차돈(강지환)이 복수에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차돈이 복수하려는 그 사람들 모두가 얼굴도 모르는 이강석을 무서워하면서도 각자의 욕심을 놓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배우이자 사업가인 은비령(오윤아)이 끝까지 지세광(박상민)에 대한 애정과 돈욕심을 놓지 못하고 살인자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지세광에 대한 사랑 때문에 끝끝내 살인자가 된 은비령. 이차돈은 그들의 욕심을 이용해 복수에 끌어들인다.

마찬가지로 지세광은 모니터 속 이강석이 권재규(이기영)와 자신을 이간질시키는 걸 알면서도 당합니다. 은비령 사건을 꾸민 것은 권재규라며 지세광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강석. 그 말을 믿지 않다가도 권재규가 이번 사건으로 전리품을 챙겼노라 말하는 강석에게 지세광은 솔깃합니다. 정치권에 입문하고 싶은 권재규는 높은 비례대표 순위를 원했지만 은비령이 권재규의 차를 훔쳐 황장식(정은표)을 살해하러 가는 바람에 권재규가 살인사건 용의자로 거론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정치권이 자신 보다 지세광에게 호의적이란 사실을 알게된 권재규는 지세광이 배후에 있다고 생각하며 경계하던 중이었습니다.

지세광은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며 이중만을 살해할 때 은비령을 이용하고 정해룡(김학철)을 감옥에 넣을 때도 은비령을 끌어들어들였지만 은비령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필요에 따라 맺고 끊을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던거죠. 하지만 동시에 은비령에게 미안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비령을 측은하게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지세광은 황해신용금고에 대한 이익을 나눌 때나 앞으로 이어질 정계 입문에 은비령을 이용할 생각이 있기에 굳이 은비령을 버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은비령은 황장식의 목도리에 자신의 피를 묻혀 자신을 유력한 용의자로 만든 사람이 지세광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냉정하고 차분했던 지세광 조차 권재규가 배후에 있다는 이강석의 말에 솔깃해서 대화를 시도한다.

황장식은 이중만 살인 사건을 공개하겠노라 은비령을 협박했습니다. 이중만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고 이강석의 엄마 박기순(박순천)이 살인범이란 판결은 쉽게 뒤집을 수 없겠지만 은비령은 정치인이 되고 싶어하는 지세광을 위해 황장식을 제거했습니다. 살인까지 불사할 정도로 지세광을 사랑했던 은비령도 세광을 의심하는데 돈 때문에 뭉친 네 사람의 의리가 돈 앞에서 지켜질 리 없습니다. 애초에 살인으로 맺어진 그들의 관계가 믿음과 신뢰라는 따뜻한 단어와 어울릴 리가 없습니다. 이차돈은 그 부분을 복수의 시작으로 삼은 것입니다.

이차돈의 복수극은 무언가 교묘하면서도 거침이 없습니다. 자신이 이강석이란 사실을 감추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심리전으로 지세광 무리를 효과적으로 뒤흔들어놓습니다. 약점을 정확히 파고드는 이강석의 작전에 검찰청장도 부장검사도 유명 언론인도 황해신용금고 이사장도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살인을 감추기 위해 모였고 돈이라는 이권 앞에 똘똘 뭉쳤던 그들은 '큰 방죽이 개미 구멍에 무너진다'는 속담처럼 서서히 붕괴해 갑니다. 아직까지 고호(이승형)에 대한 복수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욕심이라면 만만치 않은 고호 역시 그런식으로 두루뭉술 넘어올 것입니다.

이차돈의 이간질에 돈으로 똘똘 뭉친 지세광무리들은 하나 둘 분열하기 시작한다. 과연 그 마지막은?

복수를 주제로 연출된 드라마는 많습니다. '돈의 화신'과 같은 채널에서 방송되는 '야왕'은 한 여자에게 처절한 복수를 꿈꾸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고 '내 사랑 나비부인'에는 사랑 때문에 자살한 오빠의 복수를 하기 위해 거액의 사기를 치는 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돈의 화신'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백년의 유산'에도 자신을 정신병원에 감금한 시어머니에게 복수하는 며느리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했었죠. 그렇지만 말로만 '복수'를 말하는 그들의 복수극은 지지부진한 정도가 아니라 답답합니다. 오죽하면 '야왕'에서 이차돈을 빌려가서 주다해(수애)를 끝장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말로만 복수하고 말로만 통쾌하다고 할게 아니라 복수해야할 대상에게 확실한 펀치를 날리는 속시원한 복수극. 그것이야야 말로 진정한 복수극인데 대부분의 복수극들은 오히려 복수할 대상에게 당하기만 해서 보는 사람들을 답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카운터 펀치를 날려봤자 병아리 주먹 수준이라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상대를 겁먹게 하고 한발 두발 다가가서 서서히 몰락시키는 이차돈의 복수는 그런 의미에서 스트레스없는 속시원한 복수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저런 기발한 방법으로 백억을 찾아올 생각을 했을까 감탄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스트레스없고 거침없는 이차돈의 복수극. 이것이야 말로 진짜 복수다.

이차돈의 복수는 쓸데없는 망설임이나 자질구레한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신파를 좋아하는 다른 드라마라면 복수를 하고난 지세광의 감정이나 어머니가 죽고 나서 복수를 계획하는 이차돈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했을텐데 복수하겠다고 나선 이차돈에게 그런 여백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의 복수로 인해 상처입은 복재인(황정음)을 한번쯤 걱정할 뿐입니다. 두 사람의 러브라인도 복수극과 마찬가지로 간결해서 질질 끄는 느낌이 들지 않죠. 치매증세를 보이며 자신의 말을 녹음해두는 복화술(김수미)가 마지막을 위한 복선이라면 복선이겠지만 그 역시 꼭 필요한 장면만 보여주는 느낌입니다.

물론 이차돈의 복수를 굳이 따지고 들자면 허술하지 않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진지함과 가벼움을 오가는 강지환의 훌륭한 연기와 이강석이라는 존재에 휘둘리는 죄인들의 심리를 훌륭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그 빈틈을 메워주고 복수극을 더욱 속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박기순이 없는 죄를 뒤집어쓰고 정신병원에 갇혔듯 그들 중 한사람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 때문에 요양원에 갇혀 남은 여생을 보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마지막엔 어떤 식으로 이차돈의 복수가 완성될지 예상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마 각자의 욕심이 그들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