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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화신, 이차돈 나는 이제부터 지세광과 달라야한다

Shain 2013. 3. 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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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내연녀와 바람을 피운 아버지는 내연녀의 애인에게 살해당하고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하던 어머니는 살인자 누명을 쓰고 정신병원에 감금당하고 목숨을 위협받던 그들의 아들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슬픈 가족사. '돈의 화신'은 제법 유쾌하게 돈과 권력을 풍자하는 재미있는 드라마지만 기본적으로는 매우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입니다. 지난 주에는 불법요양원에 몰래 침투해 어머니 박기순(박순천)과 알아본 이차돈(강지환)이 간신히 만난 어머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나 했더니 오랜 감금과 약물 투여로 건강을 해친 박기순은 아들 앞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박기순은 죽기직전까지 '내 아들이 복수같은거 안했으면 싶다'며 이차돈을 만류합니다. 남편 이중만(주현)이 죽고 나서 감옥과 정신병원에 갇힌채 억울하고 미칠 것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박기순은 복수하면 차돈이 위험해질까 걱정합니다. 아들이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남들에게 칭찬받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는 박기순의 진심어린 바람, 그런 아들을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는 박기순의 소원은 이차돈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미 이차돈은 돈과 권력이면 불가능한 것이 없는 이 세상에서 충분히 더럽고 추한 짓을 많이 해본 비리검사였습니다.

간신히 만난 어머니 박기순은 이차돈에게 마지막 당부를 하고 숨을 거둔다.

돈의 신전을 이강석(박지빈)에게 보여준 이중만의 말대로 '돈'의 능력은 무한합니다. 돈을 가지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을 움직일 수 있는 권력도 살 수 있고 사람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목숨을 걸고 돈 때문에 살인도 서슴치 않는 것은 돈의 무궁무진한 능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어제 오늘 전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고위층 성접대 사건만 해도 막대한 돈을 가진 한 건설업자와 권력을 가진 정부 고위층의 부적절한 행동이 문제가 된 사건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돈과 추잡한 권력이 만날 때 벌어지는 사건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강원도 한별장에서 고위층을 불러놓고 마약과 범죄를 일삼았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돈 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 한눈에 보여줍니다. 대가성이 의심되는 성접대에 강제로 약물을 먹였다는 증언까지 병원장, 정치인, 법조계 인사 등이 줄줄이 불려나가는 이번 사건은 현실이 아니라 마치 한편의 치정 소설을 보는 듯합니다. 돈과 권력 앞에서 인간들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현실 사건입니다. 부동산 재벌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꽁꽁 뭉친 검사 지세광(박상민), 검찰청장 권재규(이기영), 방송인 고호(이승형), 은비령(오윤아)도 돈이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강석이 자신들 주변에 있다는 생각에 고민하는 지세광. 이강석은 서서히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차돈도 지세광 무리와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슈달'이란 치욕적인 별명으로 불리면서도 사업자들을 등쳐먹으며 꾸역꾸역 많은 돈을 모았습니다. 오피스텔과 낡고 허름한 창고집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했고 자신의 동료 양계장(양형욱), 홍자몽(이지현)과 함께 불법요양원에 감금된 박기순의 수수료를 떼먹을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더럽게 모은 돈이 검찰청의 갑작스런 감사 때문에 모두 불타버려 빈털터리가 되었지만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다는 점에서는 지세광 무리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다만 지세광은 럭키저축은행같은 스케일이 큰 먹이감을 노릴 뿐이죠.

한편 지세광도 처음엔 복수를 꿈꾸는 지금의 이차돈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중만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죽어간 아버지를 위한 복수. 그것이 이차돈이 이강석의 가족을 괴롭힌 유일한 이유였습니다. 돈이 없기 때문에 남의 죄를 대신 받아야했고 돈이 없기 때문에 원수가 주는 돈으로 학업을 마쳐야했던 지세광에게 돈과 권력은 세상의 유일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지세광은 은비령 무리들과 함께 눈먼 돈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에 불과합니다. 황해신용금고나 사망한 박기순의 재산까지 노리는 지세광에게 '더러운 돈'같은 건 세상에 없는 듯합니다.

같은 박기순의 영정 사진 앞에서 복수를 시작하는 한 남자와 이제 복수를 마쳤다고 선언하는 다른 남자.

복수의 화신이 되어 자신의 속내도 숨긴채 이중만 곁에서 황장식(정은표)과 손을 잡고 은비령을 조종하던 지세광처럼 이차돈 역시 은비령을 이용해 지세광 무리에 엮이려 합니다. 자신이 그들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이강석이라는 사실도 비밀로 한채 돈 때문에 똘똘 뭉친 그들의 빈틈을 파고 들어가 그들을 서서히 파멸시킬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황장식이 죽던 현장으로 권재규의 차를 몰고 달려가던 은비령의 영상이 담긴 블랙박스. 은비령이 어떤 이유로 또 어떤 속셈으로 황장식을 만나러 간 것인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지세광이나 다른 무리들에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치매 증세를 보이는 복화술(김수미)이 복재인(황정음)을 내세워황해신용금고 경영권 싸움을 하고 있고 권재규는 정치자금을 위해 돈줄을 찾아헤매고 있습니다. 은비령은 지세광을 사랑했지만 자신을 외면하는 지세광 때문에 약간의 애증이 있고 지세광은 목적을 위해서 얼마든지 복재인에게 접근할 수 있는 남자죠. 그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가 차돈이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나기 위한 좋은 조건입니다. 박기순이 당했던 것처럼 하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모든 명예와 재산을 빼앗기고 나면 그때서야 이차돈의 복수는 성공입니다.

이차돈.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대로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문제는 복수에 성공한 그 다음입니다. 지세광은 이중만을 무너트렸지만 자신은 이중만 보다 더 못된 정치검사가 되었습니다. 돈과 명예를 차지 하기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미 돈의 유혹 앞에서 한번 무너져 '슈달'이라 불렸던 이차돈이 지세광과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어머니와의 약속대로 바보같은 짓을 그만두고 훌륭한 변호사가 되어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는, 남들에게 칭찬받고 존경받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이미 돈의 능력과 돈의 맛을 본 이차돈이니 그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엄마의 장례식에서도 내가 박기순의 아들 이강석이라며 나서지 못한 이차돈. 자신을 몰락시킨 그들의 정체를 모두 알게 된 이차돈의 그 눈빛이라면 의외의 흥미로운 결말을 기대해봐도 될 것 같단 생각이 드는군요. 이제 복수를 마쳤다며 박기순의 영정에 인사하고 나오는 지세광 그리고 같은 영정 사진 앞에서 백배, 천배 더한 고통으로 복수하겠다고 맹세하는 이차돈. 백억의 돈을 찾아내는 통쾌한 작전으로 그 복수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이번주에는 어떤 작전과 속임수로 지세광을 흔들어놓을지 가장 기다려지는 복수극이 될 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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