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이야기

백년의 유산, 어이없어도 유쾌한 해피엔딩과 다시 보는 방영자 어록

Shain 2013. 6. 2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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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청자들이 예상했던대로 '백년의 유산' 마지막회에는 특별한 반전이 없었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남자주인공 이세윤(이정진)이 죽는 거 아니냐 혹은 식물인간되는 게 아니냐 아니면 평생 못 걷는 것이 아니냐 그런 예상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지만 이세윤은 결혼식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민채원(유진)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4대째 이어진 엄팽달(신구)의 국수 공장은 창립 101주년 기념행사를 가졌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온 엄팽달의 나레이션을 듣고 어머니가 말 그대로 실소를 터트리시더군요.

옛날 며느리야 요즘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마지막회는 방영자어록 스페셜.


'니들이 국수맛을 알아!' 아니 이것은 10년전 롯데리아 크랩버거 CF에서 신구씨가 들려준 '니들이 게 맛을 알아'의 패러디(간만에 찾아봤네요)인가요. 국수라는 음식의 가치를 잔잔하게 설명하던 엄팽달이 갑자기 유행어를 터트리니 안 웃을래야 안 웃을 수가 없더군요. 한편으로는 장장 50회나 끌어온 드라마를 이렇게 허탈하게 끝내야하는 건가 싶기도 해서 약간 어이없기도 했습니다. '백년의 유산' 마지막회는 주인공들 모두가 해피엔딩이라 흐뭇했지만 '무리수' 연출도 솔직히 많았습니다.




중간중간 민채원이 답답하다는 평가도 자주 받았고 도도희(박준금)같은 악역을 맡은 사람들 때문에 짜증난다는 시청자의견도 많았고 또 갑작스레 아들을 빼앗인 이동규(남명렬)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고아원 동생 양춘희(전인화)의 아이를 유괴한 백설주(차화연)를 용서해야하는거냐는 비판적인 의견도 많았습니다. 법적으로 세윤, 채원이 결혼 가능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서로 앙금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양쪽 집안이 사돈을 맺으려면 세윤의 교통사고 말고는 딱 부러진 해결책이 없었겠죠.

사실 세윤의 교통사고로부터 시작된 49회, 50회의 무리한 설정이 '백년의 유산'을 해피엔딩으로 만든 주요 비결입니다. 마마보이 김철규(최원영)를 구해준 마홍주(심이영)의 등장이 반갑지만 아무리 임신했어도 방영자(박원숙)같은 시어머니가 있는 시댁과 재결합하겠다는 심리가 이해 안가는 면도 있죠. 또 며느리 채원을 쥐잡듯 잡으면서 폭행했던 방영자 가족이 또다시 잘 살게 된 것이 어떤 면에서는 불만이란 평도 있습니다. 허나 자신이 했던 구박을 고스란히 당하며 정신과를 드나드는 방여자가 웃겼고 또 네티즌들의 예상대로 강아지 시중드는 모습이 코믹했습니다.

시청자들이 바라던 해피엔딩은 즐거웠지만 무리한 설정도 많았던 마지막회.


그런가하면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펑펑 흘리던, 주책맞은 신랑 강진(박영규)이 엄기춘(권오중)이 몰래 숨겨둔 다이아 반지를 꿀꺽 삼키는 장면은 좀 많이 불쾌했습니다. 공강숙(김희정)과 어렵게 어렵게 재혼(?)하게된 엄기춘의 다이아 반지를 굳이 삼켜야했는지 또 그 마지막까지 뱃속에서 나온 다이아반지임을 확인시키는 이유는 뭔지(내시경이라도 했나) 식사 시간이 아니라 다행이지 밥먹다가 시청했으면 비위가 상했을 뻔했죠. 무리한 웃음 유발을 위한 설정이라는 티가 심하게 나서 아 저건 아닌데 싶더군요.

한술 더 보태 강진이 무대에서 '뚫어'를 부르고 트로트가 좋다에서 1위를 차지하자 갑작스럽게 뒤로 쓰러져 실신하는 장면도 좀 무리한 설정이었습니다. 임신한 아내 엄기옥(선우선)과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방송에서 넘어진 강진은 웃기긴 웃긴데 한번 써먹은 걸 또 써먹나 싶어서 마지막회에 넣을게 정말 없었나 보다 했습니다. 네티즌들의 예상대로 1위를 하긴 했는데 뒤로 발라당 쓰러지는 장면이 보태질줄은 시청하기전엔 미처 몰랐을거에요(박영규씨 괜찮으신가요).

아니 강진씨 다이아 반지는 왜 삼키고 무대에서 왜 쓰러지시나요.


반면 마홍주에게 톡톡히 눈치밥 먹게된 방영자가 그동안 인기있었던 '어록'을 재탕하는 장면은 재미있었습니다. 방영자가 그동안 자식들을 결혼시키자 내지는 이어주자, 묶어주자, 맺어주자같은 좋은 표현을 두고 굳이 '쩜매주자'는 사투리를 쓰는게 가끔은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마홍주가 금룡푸드 사장이 됐다는 말에 철규와 쩜매주자고 나서는 방영자를 보니 너무 웃겨서 갑자기 관대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 어차피 마지막회인데 오늘은 방영자 어록이나 마음껏 보자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방영자는 '좌우지장장 주구장창'까지 보여주더군요.

극중에서 방영자가 마음에 없는 말로 며느리들을 구슬린게 한두번이 아니죠.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좋은 시어머니'가 되겠다며 민채원도 설득했었고 마홍주에게도 '며느리가 아니라 딸처럼' 생각한다며 좋은 말로 다독였던 적이 있습니다. 방영자는 김철규와 재결합하러 나타난 마홍주에게 같은 말로 '작전'을 폅니다. 무릎까지 꿇으며 고맙다고 하는 방영자에게 마홍주는 픽 웃으며 자기하고 싶은 말을 다 합니다. 그 장면까지 반복되니까 마지막회는 '방영자 어록 스페셜'이구나 싶더라구요.

며느리 눈치밥 먹게된 방영자. 마홍주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방영자를 요리한다.


김철규가 비서실장에 김주리(윤아정)이 기획실에, 부실 경영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방영자 일가는 마홍주가 사장으로 취임하며 다시 금룡푸드에 입성했습니다. 마홍주야 은근히 꼼꼼하니 회사를 잘 이끌어나갈거고 또 못된 시어머니 방영자도 눈치껏 컨트롤하며 잘 살겠지만 원래 문제많던 그들 가족이 진짜 해피엔딩을 맞은 것인지는 두고볼 일입니다. 진지하게 생각하자면야 돈까지 빼돌린 전사주 가족을 회사에서 다시 봐야하는 직원들이 안쓰럽고 그렇지만 어차피 이 드라마는 '백년의 유산'이니까요.

진지한 장르가 아닌 통속극 최고의 가치는 누가 뭐래도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입니다. 물론 MBC가 다른 드라마 장르는 다 포기하고 오로지 '막장'으로 시청률 1위가 되었다는 안좋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만 '백년의 유산'에 출연한 연기자들은 '막장'이란 말로 평가하기 힘든 연기 내공을 보여준 사람들입니다. 박원숙, 전인화, 정보석, 차화연, 정혜선, 신구 씨를 비롯한 여러 연기자들 덕에 주말밤이 즐거웠다는 점은 변함없습니다. 몇몇 장면이 어이없고 기가 막히기는 해도 어쨌든 '백년의 유산' 마지막회는 유쾌했습니다. 그동안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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