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우리는 떼쓰는 국민들 - '태안주민 대규모 상경 시위 기사'를 읽고

Shain 2008. 1. 2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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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뉴시스

어제 올블로그에 들렸다 읽은 글이 있다 2MB씨의 막말 소동이 다시 재개된 모양인데 노골적으로 자신의 얄팍한 가치관을 드러내는 무례함에 조금 기가 막혔다.

타인이 주장하는 바를 '떼쓰기'라고 폄하한 것도 속어로 '골때리는'데 동등한 권리를 가진 국민을 앞에 두고 '훈계조'로 말을 내뱉는단 사실도 기가 차기 때문에. 상대방이 한낱 어린 아이라 해도 말하는 바를 존중하고 경청해야 옳지 않았을까?

사람은 누구나 동등하다. '범죄'나 민폐가 아닌 이상 국민이 주장하는 바는 모두 동등한 '의견'이다. 그 중 어느 것을 '떼쓰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가상하다고 할 밖에.

얼마전 블로거뉴스에서 읽은 '해를 보내며 묻는 질문 아직도 신분사회인가?'라는 글이 생각난다. 몇가지 부분 공감할 이야기는 만만한 약자의 목소리를 시덥지 않게 여기는 '만연한 차별'에 대한 언급이다. 대통령 당선자에게 공공연히 떼쓰기란 표현을 들었으니 이거 환장할 노릇이다.


힘들여 시위하는 것 보다 일하는 게 백배 편하다.

농촌에 사는 가족이 있는 분들은 한번쯤 들었을 법한 전설같은 이야기. 시골에 살던 당사자들은 숨이 막혀 울분없이 내뱉기 힘든 이야기. 70년대부터 지금까지 농촌 정책이 얼마나 피상적이었고 실속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포도' 재배를 권장하고 나서 포도가 한참 열릴 때 즈음 '칠레산 포도'를 수입하겠다고 선언하는 정부. 2차 소득을 권장하고 나서 농민의 자본으론 농산물 2차 생산품을 절대 생산할 수 없노라 못 박는 '식품위생법'을 들이미는 정부. 농림부와 다른 부서의 엇박자가 이리 심각한 건 '농촌'과 '농민'이 만만했기 때문이란 사실을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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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민중언론 참세상


농촌이 2차 산업을 위한 아이디어가 없었기 때문에 몰락하게 됐을까? 산업구조의 비중을 공업과 서비스업에 치중했기 때문에 몰락하게 됐을까?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열살이 넘은,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다. 과연 대기업과 농촌을 선택하라고 했을 때 다음 정부가 누구 편을 들게 될 것인지. '쌀국수' 하나 생각해내지 못해 농촌이 어려웠던 게 아니란 사실을. 힘들여 시위하느니 내 할 일 하는게 누구나 편하다.  (물론 '떼쓰기'좋아하는 사람들은 농업진흥청 폐지 반대 시위를 다시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태안 주민들의 상경 시위 기사는 한건 뿐

충남 태안지역 주민 3000여명이 23일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대규모 상경시위를 벌인다. 이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서울역 등지에서 특별법 제정과 조속한 복구지원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22 일 태안군에 따르면 주민들은 태안유류피해비상대책위원회 등 지역단체 주도로 상경, 오후 1시 서울역에서 집회를 열고 유조선 충돌사고 가해자인 삼성중공업에 대한 철저한 책임 추궁을 요구하며 태평로 삼성 본관까지 가두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출처 : 네이버 쿠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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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한국일보


'법적 책임 공방'을 피하기 위한, 삼성중공업의 사과문이 흡족하지 않다는 것은 여러번 읽었을테고 태안의 주민들이 이번 '삼성예인선단, 허베이-스피리트호 충돌사고'에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 알고 있을텐데 '그들의 상경시위'는 그렇게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떼쓰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까?

'삼성 예인선단이 충돌사고를 고의적으로 일으켰다'란 내용의 태안 음모론이 화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음모론'이 올바른 담론이건 근거없는 이야기건 간에 가장 중요하게 읽어야할 것은 '태안' 지역이 느끼는 정서이다. 피해자는 배제되고 있고 도움받을 곳은 없고 사고당사자는 침묵하고 언론도 모른척 한다는 '차별받는 분위기'.

그런 억울한 정서를 여론에 호소하고 싶어하는 '시위'를 주목해야하는 것 아닐까?(일단 네이버는 '기름유출 사고' 라는 이슈 명칭부터 좀 바꿔주시면 참 좋겠는데)


언론은 '국민'의 의견을 낮추지 말라.

삼성중공업은 22일 오전 다들 알다시피 한겨례신문을 제외한 일간지에 대국민 사과문을 게재했다. 검찰이 중과실 판단을 내리지 않은 지금에서야 사과문을 게재했으니(47일 만이다) 그리 이르다고 할 수 없는 반응이었고 환경단체연합들과 태안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주민들의 목소리 보다는 삼성의 사과문을 훨씬 더 크게 대서 특필한 언론.  삼성중공업은 눈치껏 할 일을 했으니 일방적으로 조용하길 바라겠지만 '태안 주민들의 삼천명 상경 시위'는 그 사과문이 미흡했음에 댓구하는 대답이다. 상경 시위는 이번 '삼성호 충돌사고'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중요한 피해자의 반응이다.

지금은 언론의 저울질이 다소 태안 쪽으로 기울어야할 때가 아닐까?
피해당사자의 목소리가 강조해  듣지 않고 누구의 목소리를 듣는단 말인가?

농업진흥청 폐지, 경부운하 건설, 복지 영역의 공공성을 배제한 민간사업 전환, 공교육 영역의 전환까지 의견이 충돌할 일은 앞으로 충분히 많다. 그때 마다 떼쓰기 정도로 취급하고 대기업 편들기에 일관한다면 '실망스럽다' 정도에서 끝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시위를 '떼쓰기' 취급하는 분들과 미운털 박히면 광고도 실어주지 않는 분들 앞에서 '반대 시위하는 사람들'을 일순위 기사로 올리기는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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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세계일보 기사



출처 :
떼쓰는 농민에 관한 기사 모음 - 네이버 뉴스
태안주민들 내일 대규모 상경 시위
또 절차타령 ‘558억 낮잠’… 태안 피해 주민들 분노 반발 움직임
말 없는 삼성 이건희는 태안 문제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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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어민들 분노 "검찰 결론 모호…보상절차 막막"
농진청 폐지방침에 반발 거세
"미안하다, 싸우겠다"는 후안무치 삼성중공업
네티즌, 삼성중공업 사과에 싸늘한 반응

'삼성 예인선단, 허베이-스피리트호 충돌사고' 때문에 태안 지역 근심이 끊이지 않는다는 뉴스를 듣고 있다. 성금 차원으로 정성이 부족하겠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뿐이란 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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