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메타블로그와 설치형 블로그의 종말, 이제 어디로 가나

Shain 2013. 10. 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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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 보신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겠지만 제 블로그 오른쪽엔 작은 링크 배너들이 몇개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필명 '물망초5'라는 분의 블로그 링크로 2007년 제가 티스토리를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직접 만든 배너입니다.

회사 여직원을 스토킹한 유부남에 의해 딸을 잃은 '물망초5'님의 사연은 여러모로 의문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스토커에 의한 범죄가 아닌 내연관계에 의한 치정살인으로 몰아간 검찰 수사는 한 개인의 힘으로 뒤집기 힘든 억울한 내용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오랜 시간과 고통이 뒤따른다는 걸 알 수 있는 사건이었죠.

직접 현장에 뛰어갈 수 없는 일개 네티즌이 딸을 잃은 한 어머니의 오랜 싸움을 도와줄 방법은 없습니다. 모금운동이나 청원운동이 있을 경우 기꺼이 성금을 내고 아고라 청원에 한줄 의견을 보탤 수는 있을지언정 공기업과 검찰을 상대로 한 물망초님를 직접 도와줄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한번이라도 우연히 한번이라도 그분의 사연을 읽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링크라도 걸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더군요. 그런 생각으로 링크를 걸어둔 것이 벌써 6년이나 되었습니다.

얼마전 다시 한번 조명된 물망초님의 사건. 블로그 네트워크란 왜 존재하는가 생각해보게 한다.

제가 생각하는 블로그의 기능은 적어도 그런 것입니다. 단순한 컨텐츠 생산자가 아니라 누구나 접할 수 있는 통속적인 주제부터 나라의 미래가 걸린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까지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이며 내 이웃의 아픈 사연이나 널리 알려줄 일까지 모두 나눌 수 있는 그런 열린 곳이고 나아가서는 언론을 흉내내기 보다 언론의 잘못된 행동을 꼬집어낼 수 있는 곳도 블로그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투표권이 누구에게나 하나인 것처럼 원한다면 누구나 블로그를 통해 자기 생각을 적을 수 있다고 믿었던 적도 있습니다.

특히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글로 쓰길 좋아하는 저에게 블로그는 상당히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약간의 사회성을 띈 공간이라 블로그 선택에도 신중했던 시절이 있었죠. 2003년경 처음 시작했던 네이버 블로그를 버리고 티스토리로 옮겨올 때의 기분은 지금도 가끔 기억이 납니다. 네이버 보다 이웃은 적지만 다양한 스킨을 선택할 수 있고 배너나 링크달기에도 자유로우며 언제든지 글을 가지고 이사갈 수 있다는 개방성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네이버의 이웃기능은 커뮤니티에는 유리하지만 독자가 폐쇄적이란 단점이 있습니다.

 

지금은 티스토리 역시 다음에 종속된 하나의 블로그 서비스로 설치형의 특징은 많은 부분 사라진 상태입니다. 링크를 통한 이웃관리 기능이 구현되었고 로그인한 사용자만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옵션도 생긴 걸로 압니다만(댓글 때문에 전 써본적이 없네요) 무엇 보다 큰 변화는 티스토리 블로그의 도메인 바꾸기도 티스토리 블로그를 백업해서 재설치하기도 불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언제 어느 때건 블로그를 삭제하고 다시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사라진 셈이죠. 내 글을 모두 백업해서 나가는 건 가능하지만 이사 오기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독립 계정을 쓰기로 작정한 사용자들에겐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티스토리 이외에 '설치형' 블로그들은 전멸입니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각오로 모두 지우고 이사가면 그만입니다. 얼마전 블로그 삭제를 위해 백업을 받아봤더니 백업한 블로그를 재설치하는 길은 서버에 텍스트큐브를 설치해서 백업하는 방법 말고는 없더군요. 티스토리를 버리고 마음에 드는 독립 계정을 쓰는게 나을까 장기간 고민했습니다만 이 문제는 티스토리를 삭제하고 영원히 독립계정으로 가느냐는 선택이라 신중해야 합니다.

원래 티스토리 외에도 10년넘게 유료 계정을 이용중이고 포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독립 도메인과 독립 계정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저이기에 독립 계정으로 이사하는 자체가 싫은 건 아닙니다. 물론 티스토리 만큼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으려면 꽤 비싼 이용료를 내야할테고 지금 보다 방문자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포털 검색에서 자리잡으려면 꽤 시일이 걸린다는 문제를 감수해야겠죠. 그러나 그것도 지금처럼 메타블로그가 전멸한 시대에는 더욱 힘든 일입니다. 메타블로그라도 멀쩡했다면 모든 걸 삭제하고 가버리면 그만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더군요.

생각해보면 포털도 아닌 소규모 회사에서 블로그 코리아나 올블로그같은 혹은 개인 개발자 중심으로 운영되던 믹시같은 메타 블로그를 성공시켰다는 건 굉장한 일입니다. 최근 몇년 동안 몇몇개 메타블로그들이 하나둘 전멸하고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던 다음뷰 조차 이제는 메타블로그라 부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죠. 10년도 되지 않은 메타블로그의 역사가 그렇게 짧게 마감이 될 줄이야. 네이버의 규모는 그 어떤 포털도 상대할 수 없이 거대해졌고 가장 든든했던 다음뷰는 기능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다음뷰가 아직도 서비스 중인데 무슨 말이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티스토리가 설치형블로그로서의 장점을 하나둘 잃어가는 것처럼 다음뷰 역시 다양한 글이 오가는 공간이기 보다는 다음 포털의 읽을거리를 제공해주는 곳으로 변했다고 봅니다. 기존 이용자가 아닌 이상 최신글을 쉽게 접할 수 없고 검색도 되지 않는데다 구독자 이외의 접속자들은 글을 찾아 읽을 방법이 거의 없는 이 공간이 메타블로그라 할 수 있을까요? 다음뷰 구독자들(구독자인 동시에 다음뷰 유저들이죠)과 맞추천을 하지 않을 경우 다음뷰를 통한 링크 유입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그 부족한 링크를 채우기 위해 생활 파트는 다음 스토리에 음식은 미즈넷에 TV 관련 글은 연예면 기사에 링크시키는 방법을 쓰는 것 같습니다만(블로거를 위한 일은 아니겠죠) 지난주 연예면에 링크된 블로그 포스팅은 토렌토 링크와 광고글이더군요. 애초에 꼼꼼한 운영을 바라기도 힘들지만 아무리 유저가 줄었어도 글을 쓰는 사람은 백명 이백명이 넘는 마당에 그 협소한 공간으로 다음뷰의 부족함을 채우려 했다는 자체가 무리한건 아니었는지. 이미 다음의 트래픽 자체가 줄어버린 상황에서 늘 많은 글로 붐벼야할 다음뷰까지 메타블로그 특유의 특성을 버릴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설치형 블로그와 메타블로그는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업인 다음은 메타블로그를 운영해줄 책임도 없고 무료 계정인 티스토리를 처음 제공한 형태 그대로 유지할 의무도 없다고 발을 빼면 그만이고 어차피 티스토리 아니면 5년 6년씩 된 블로그를 삭제할 수 밖에 없는 블로거는 트래픽을 원하면 알아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팔로워를 수천 수만으로 만들어(뭐 트위터로 60번씩 퍼나른 글이라고 해서 다음뷰 대접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알아서 광고하고 다니라 이거죠.

지난 다음뷰 개편 때 가장 황당했던 것 중 하나가 반쯤 개인적인 공간인 트위터, 페이스북 링크 횟수를 표시하도록 바뀌었던 점인데(미투데이는 또 빠졌더군요) 아무리 트위터가 개인의 필요에 따라 이용될 수 있는 곳이라지만 다음뷰와 관계없는 곳까지 표시해야하나 싶어 보기가 짜증나더군요. 무엇보다 불편한 건 포스팅 홍보의 책임이 블로거 개인에게 달려있다고 공식화한 것과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네이버 오픈캐스트를 하든 어쩌든 알아서 트래픽을 늘이라니 뭐 힘없는 블로거는 할 말 없습니다(이래서 갑이 되려나 봅니다).

결정적으로 이 문제는 다시 네이버냐 다음이냐 하는 선택 문제로 이어집니다. 어차피 메타블로그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게 된 이상 오픈캐스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다음을 클릭해야만 볼수 있는 블로그 컨텐츠는 나날이 줄어들겠죠. 이미 포털 뉴스도 대부분 중복되는 판에 블로그 컨텐츠의 독자성이 사라지는 포털을 굳이 클릭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상황의 악순환입니다. 메타블로그라는 장점이 사라진 이곳에 '애드센스' 말고 무슨 매력이 있을까요(그 애드센스 이익 역시 제 것이 아니니)? 그냥 이사하는게 장기적으로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독립형으로 가려니 기본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고 네이버를 가자니 단점들이 떠오르고 남아있자니 이런 상황 자체가 새로운 트래픽의 유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암담합니다. 설치형 블로그의 종말은 그럭저럭 참아보겠지만 메타블로그의 몰락은 블로그가 새로운 사람들에게 공개될 기회를 그만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맞추천 아니면 방문자가 없는 이 상황이 폐쇄적인 이웃 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까? 좋아하던 포스팅도 하기가 딱 싫을 정도니 참 이렇게 의욕없는 상황도 개인적으론 오랜만입니다. 요즘같으면 네이버로 보내버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아무튼 백업하고 딱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인데 지금은 계정 삭제 이외에 이 블로그를 비공개로 돌리는 방법이 전무합니다. 삭제하고 재설치가 불가능해졌으니 삭제하고 한번 지우면 영원히 안녕인거고 독립계정으로 옮겨도 백퍼센트 복구를 장담할 수 없어 그것도 테스트를 거쳐봐야하는 상황이죠. 지금 가진 계정으로 소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 이것도 좀 주저하고 있습니다. 뭐 어쨌든 아니꼬우면 입맛에 맞추던지 그냥 가라는데 어쩌겠습니까. 처음부터 이러려면 왜 설치형 블로그 유저를 모았는지 씁쓸하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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