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다음뷰] 블로거는 블로거라서 강한거다

Shain 2013. 12. 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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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미디어 관련 글을 쓰다 보면 가끔씩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제가 그토록 싫어하는 연예부 기자의 나쁜 행동을 따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어 되돌아보는 거죠. 저는 주로 TV 드라마에 대한 글을 씁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연예면 가십에 대한 글을 쓰는 경우는 선정적인 '스캔들'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하는 부분을 되새기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기자들이 '장윤정의 가족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누군가는 장윤정의 개인적인 사연이 시청자의 알권리도 아니고 더 이상 상품이 되어서도 안된다는 내용을 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그런 글은 기자들이 좋아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기자들의 고용주인 언론사나 광고주가 좋아할 내용이 아닙니다. 그들은 선정적이든 자극적이든 돈되는 주제를 좋아하고 연예인의 스캔들은 조회수와 클릭수를 증가시키는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제 아무리 작은 규모의 회사더라도 유명 스타의 과거를 폭로하고, 아무도 모르게 연애하던 톱스타의 스캔들이라도 터트리면 하루아침에 유명세가 높아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뉴스룸'의 윌 맥어보이도 할 수 없는 일을 블로거는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블로거는 기자들이 돈되는 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내용을 얼마든지 포스팅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기자들이 할 수 없는 언론인에 대한 '자아비판'도 대신해줄 수 있습니다. 기자들이 다루지 말야할 내용과 다뤘으면 좋겠다 싶은 내용도 피력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여력이 되면 기자들처럼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유명 언론사 소속이 아니라서 저작권 소송을 당할 수도 있고 기자들의 텃세에 화가날 때도 있지만(언론사 기자가 아니면 출입할 수 없다고 내쫓기도 한다더군요) 블로거는 기자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블로거 출신으로 유명한 기자가 된 사람도 있다고 하고(정확하게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언론사에서 블로거의 글을 링크한다며 요청해오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한 개인블로거는 '1인 미디어'의 특권을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굳이 특정 언론사의 이름을 빌지 않아도 기자들이나 언론의 획일화된 시선과 다른 입장을 보여줄 수 있고 자유롭다는 점에서 기자들의 세계를 모방할 이유가 없는 셈이죠.



블로거는 블로거라서 강한거다

블로거는 블로거라서 강한거다 - 저는 아직도 그 생각을 믿고 있습니다. 한때 신원미상의 한 블로거가 기자들이 덮기로 작정한 중요한 뉴스를 폭로하고 신변의 위험을 겪는다는 내용의 영화 시나리오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위키리크스에서 실천에 옮기고 있더군요(웃자고 한 소리입니다). 블로거이기에 다양한 생각을 전해줄 수 있고 블로거라서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오리지널'을 만들어야하는 기자들이 역으로 블로거의 생각을 베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블로거의 입장에서 '다음뷰'는 솔직히 호불호를 말하기 힘든 대상입니다. 우리 나라의 블로그는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 있지요. 네이버 블로그가 절대 다수이고 그 다음이 다음, 티스토리, 나머지는 설치형 블로그들인데 메타블로그의 몰락과 함께 설치형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일부 독립계정을 운영하던 홈페이지들도 포털 블로그에서 자리를 잡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죠. 그러다 보니 유일하게 살아남은 '다음뷰'에게 원하든 원치 않든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언론사처럼 다음도 하나의 사기업이기 때문에 일개 블로거가 '다음뷰'에 책임감이라던가 뭐 그런 공공의 가치관을 요구할 권리는 없겠죠. 티스토리 중심의 이올린이라던가 RSS, 올블로그 덕분에 한때는 굳이 다음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점점 다음뷰의 비중이 커져가면서 블로거가 자신의 글을 알리기 위해서는 기자와 비슷한 행동을 해야하는구나 느꼈던 적도 있습니다.

 

 

 

 

 

 

 

 

블로거의 장점을 살리는게 살 길 아닐까

원칙적으로 '오프라인'의 나쁜 점이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오는 것을 싫어합니다. 기자들이 연예인들 홍보 기사를 써주는 이유도 그놈의 안면과 인정 때문일테고(물론 홍보도 산업의 한 분야입니다 - 도무지 옹호되지 않는 일을 옹호하는 비상식적인 홍보를 말하는 것입니다) 취재나 비평이 아닌 스캔들 기사에 몰입하는 것도 자본의 논리 때문이겠죠. 블로거가 오프라인 인간관계에 충실한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믿기 때문에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친목은 싫다는 주의입니다.

그 많던 메타블로그가 줄어들고 다음뷰라는 축소된 커뮤니티에 집중하게 되고 정말 궁금해서 남기던 안부답글(초기 블로그 시절 글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정말 댓글 길게 쓰는 타입입니다)이 형식적이 되어가고 기계적인 답글에 민감해진 블로거들이 글쓴 사람의 진심을 오해하는 현상까지 보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블로그라는 공간이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생각했던 적도 있네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좋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인데 사람과 사람이 나쁘게 얽히니 오프라인 못지 않더군요.

이런 부작용은 어떤 면에서 '다음뷰'가 블로그를 다음 포털에서 이용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일수도 있습니다. 어떤 독자들 중에서는 블로거와 기자를 혼동하는 사람도 있고 유명 블로거 중에는 기자와 비슷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도 있죠. 다음 메인을 통해 스타 블로거를 키워주고 순위를 올려준 만큼 블로거들 고유의 특권은 약화되고 컨텐츠는 더욱 흔한 기사들과 비슷해지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컨텐츠와 가치있는 컨텐츠가 늘 동등하진 않으니 말입니다.

블로거는 스타가 되는 것 보다 5년이고 10년이고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을 때 제 빛을 발한다고 믿습니다. 지금 당장은 네이버와 트래픽이 네 배 이상 차이나고(메인에 링크된 후 방문자수를 비교해보면 거의 그쯤인 것 같더군요) 여러모로 사업적으로도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하고 가치있는 컨텐츠의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겨뤄볼만하다는 이야기죠. 지금같은 전략으로는 금방 바닥이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티스토리의 글 모두를 비공개로 돌릴까도 했었지만 삭제 이외엔 방법이 없고 이사가려 해도 설치형 블로그 계정이 마뜩치 않은 요즘. '다음뷰'가 미우나 고우나 계속 같이해야할 블로거도 많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블로그라는 특권을 누리고 싶으려면 일단은 이 공간이 오래 살아남아야한다는 생각에 공생을 결정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쉬움은 여전해요. 블로거가 블로거로서 오랫동안 강할 수 있도록 부디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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