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풍선/有口無言

누군가 이 사람들 입 좀 막아라! - 정부, 경찰, 언론의 삼박자

Shain 2008. 6. 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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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선 때 '앰비셔스(Ambitious)'란 단어가 유행했다 한다. 어느 학교에서의 에피소드였다고 하는데, 그를 빙자해 촛불문화제 때는 'Boys, be MB shuts!(소년이여 MB 입 좀 막아라!)'라는 피켓이 등장했었다고 한다. 원래 제대로 입벌리면 국민에게 이로울 존재들이라 '입막음'이 전부는 아닐텐데, 과연 삐뚤어진 입을 제대로 돌릴 수 있을까? 입만 벌리면 거짓말하는 존재들, 셋을 뽑아봤다

광우병에 대한 외국 언론의 보도가 모두 '확률' 문제일 수는 있어도 모두 '괴담'일 수는 없다는 점은 사실이다. 국민은 확률 문제에 건강을 맡기고 싶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이 괴담에 선동되었다고 배후 세력이 있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전경에 폭력을 당하고 맞았다는 증거 동영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때리거나 폭력을 행사한 적 없다 한다. 언론은 실명 위기에 처하고 맞았다는 증거자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촛불집회에 관련된 괴담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기껏 루머는 사망설, 성폭행설 정도지만 모든 걸 압축해 괴담으로 표현하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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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다음 뉴시스 - 가두행진하는 촛불 시위대 (2008. 6. 2)


언론과 경찰, 그리고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시민들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매일 밤 생중계(진보신당 TV 생중계 또는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특정 언론은 시민들에게 천대(?) 받기도 했고, 밝은 조명을 쏘는 바람에 촬영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최루가스' 섞인 분말 가루를 살포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 진압 상황이나 시민의 부상 정도를 제대로 전달하는 정부기관, 그리고 언론은 손에 꼽는다.


정부의 쇠고기 수입 고시 연기와 대운하 홍보쇼

첫번째로 박자를 잘못 맞추기 시작한 곳은 아무래도 정부다. 이곳만 제 박자대로 움직였어도 언론이나 경찰이 엉뚱한 박자에 춤추기 할 일은 없었다. 6월 2일 저녁 관보 게재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정부를 두고 말이 많았다. 3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재빠른 행동을 보였지만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정책은 별로 없는 현정부가 6월 4일 재보선을 앞두고 막판 승부수, 그러니까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말로 여론을 잡아보려 하는게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그것이다.

관보 게재를 늦추는 것만으로 혹은 내각 개편 만으로 국민의 뜻을 들어줄 방법이 없다. 6월 3일 오전자로 정운천 장관이 30개월령 미국소 수출 중단을 요청해보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물론 이 기사에는 중요한 요점이 빠져 있다 - 1년 동안만 중단해 달라 요청해보겠단다(혹은 1년 동안만 30개월 이상 소라고 표시하겠다던지). 민영화가 아니라 '전문화' 또는 '민간 위탁'이고 위험한 소 수입이 아니라 '오해'라는 말장난에 능했던 정부, 역시 핵심을 제외하는 실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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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례신문 - ‘쇠고기 고시’ 다시 유보("관보 게재 유보가 곧 재협상 추진을 암시하는 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던 대운하 역시 촛불집회의 타격을 받았는데 당분간 정책 진행을 유보할 것이라 밝혔다고 한다. 수돗물 민영화를 비롯한 다른 주제 역시 공식적으로 정부가 언급하긴 당분간 어려울 듯 하다. '촛불의 자금 출처'를 의심하던 대통령은 쉽게 고개를 숙였지만 자신의 뜻은 끝까지 관철하고자 했다.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대운하 정책 재고, 민영화의 방향 전환 등을 고려할 법도 하지만 정부는 현재 촛불집회에서 반대하는 주제들을 완전히 포기할 뜻이 없는 탓인지 '국민'에게 자신들과 박자를 맞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엔 이 재미있는 현상 외에 또다른 엇박자를 내는 팀도 있다(나름 재미있는 구경거리).

'복당녀'라는 별명을 얻은 박근혜의 박사모는 좌파 집회로 인정받던(?)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하고, 민주당은 촛불집회에 거부당한채 자체 집회를 열었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다. 정치권의 가장 큰 엇박자와 최대 히트작은 김충환 의원의 폭행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에게 폭행당했다는 글을 올린 시민을 대상으로 오히려 시민이 자신들을 폭행했다며 주장하기 시작한 국회의원, 같은 편 증인들도 여럿 갖췄지만, 과연 국민이 자신을 편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경찰은 폭력진압을 인정하지 않는다 - 증거 만 있을 뿐

두번째 박자를 맞춘 팀은 누가 뭐래도 과잉진압으로 비난받는 경찰이다. 경찰의 피해를 강조하는 기사도 많지만 많은 부분 경찰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은(그들 말로 채증이 부족해서 인지) '경찰이 시민에게 먼저 폭력을 가했다'라는 쪽 아닐까 한다. 일단 시민은 무기를 지니지 않았지만 경찰 쪽은 방패, 살수차 등을 비롯한 무기를 소지한 상태였고 먼저 폭행을 시작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이 부분은 대부분의 언론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 경찰 자체의 피해 조사를 제외하고). 전경측 부상자도 있지만 시민의 일방적인 폭행에 의해서라기 보다 대부분 진압, 충돌 과정에서 생긴 부상으로 알려져 있다.



전경에게 유독 채증을 강요하니 실제 구타 동영상이 찍힌 여학생의 경우 대표 증거가 되었지만 이 여학생은 자기 보다 더 맞은 사람도 많다고 증언한다. 실제 그날 부상자를 치료했다는 내과의사나 다른 참가자들의 증언이 많지만, 또 방해하는 경찰을 피해 녹화된 화면도 많지만 6월 3일 오전에 있었던 경찰의 발표는 시민들의 어이를 빼놓는다. "무저항 비폭력 시민이 아니라 폭력 시민이었다"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반응은 자신의 스캔들을 감추는 변명 보다도 뻔뻔하고 '눈가리고 아웅' 식이지만 제법 당당하다. 만약 어 경찰청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일방적으로 사람을 때렸다는 기자협회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찍은 증거와 폭행 주장이 거짓말이란 이야기인데 이게 과연 진위 공방이 필요한 문제였을까? 실제 기사를 인용해보자.

실제 청와대 앞 대치 과정에서 물대포를 맞고 수십명이 실려 나갔고, 이 가운데 10여명은 크게 다쳤다. 1일 새벽 물대포를 정면으로 얼굴에 맞은 홍기돈(32)씨는 고막 파열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두고 있고, 정아무개(23)씨는 물대포에 얼굴을 맞아 고막의 3분의 2가 파열됐다. 이에 대해 명영수 서울지방경찰청 경비과장은 "수포(물대포)는 방망이보다도 안전하다. 부상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몸싸움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의 얼굴을 향해 뿌린 소화기 역시 근접 분사 때 인체에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화기는 가정용 분말소화기와 달리 오존파괴 물질로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할론이라는 물질을 액화시킨 것이다. 박종한 경민대학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할론 소화기를 인체에 직접 뿌리면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어 치명적"이라며 "액체가 급속하게 기화되면서 동상의 위험도 있어 사람한테는 절대 쓰지 못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출처 : 한겨례신문 - 내리 꽂는 물대포, 방패에 이빨 ‘우두둑’



맨 아래 동영상을 보면 그 거짓말들이 이해가 간다. 일단 노약자, 임산부, 여자 때리는 장면은 찍혀서는 안되고 찍혔을 때는 채증을 하라는 지시사항. '찍히면 당한다'라는 말이 무얼 당한다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유투브에 올라온 이 동영상은 '강경대응'을 유도하되 증거를 남기지 말라고 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인터넷 어딘가에 올라온 '전경 아들과 촛불 든 아버지'에 관한 글은 전경 역시 같은 나라의 국민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에게 또다른 국민을 폭행하도록 명령하고 '적'으로 삼게 만든다는 점은 거짓말 중에서도 가장 용서받을 수 없는 '거짓말'으로 보인다. 경찰은 형식적인 사과 만으로 이 '폭력 진압' 사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누군가의 '입'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한데 - 뒤끝을 흐리는 언론

촛불집회 생중계를 보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촛불집회 시위참가자들이 특정 언론을 몹시 싫어한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정언론에겐 모두에게 나눠진 먹을 거리도 주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고 또다른 특정 언론의 건물 앞을 지날 땐 '구독하라'라고 외치기도 한다. 참가한 사람들과 네티즌들은 다 아는 반응은 촛불집회 첫날부터 이어진 '언론의 태도' 때문에 형성된 것이다. 한번 연행되기는 했으나 작은 상처 만 입고 풀려난 진중권 교수가 취재 중 폭행당했다는 사실은 '생중계' 상에서는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거대(?) 언론에서는 인터뷰 조차 제대로 가지지 않은 사안이다. 집회 초기에 '경찰'의 거짓말과 맞물려 언론은 약속이나 한 듯 '맞은 사람' 에 대한 언급을 기피했다. 네티즌들이 연행과 충돌 상황에서 실제로 보았던 내용들이 '루머'로 떠돌 때까지 언론은 무거운 입을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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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프레시안 - "100일이 100년 같다"


'폭력진압'과 '폭력시위'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두었느냐에 따라 언론의 논조는 달라진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의 관점과 사진은 '맞은 사람'이 찍은 사진과 '진압한 사람'이 찍은 사진을 선택했다는 점으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어느 언론은 살수차에서 사람을 상대로 가까이 뿜어대는 물줄기를 찍었고 어느 언론은 도로 위에 주저앉아 통행을 방해하는 시민을 찍는다. 언론의 역할은 최소 '사실의 전달'이란 점을 놓고 보았을 때 한쪽의 주장 만으로 기사를 채웠다는 점은 반드시 비판받아야 한다. 200명 이상이 연행되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고 어떤 사건이 있었는가? 그 기사 만으로 충분히 바빴을 언론은 국민 앞에 훈계를 늘어놓는 일을 우선시했다.

이번 일로 바쁜 군소 언론들이 많았다. 수많은 인터넷언론, 디시뉴스를 비롯한 올인코리아, 코나스넷 등이 부지런히 촛불문화제와 촛불집회에 대한 기사를 꾸준히 올려놓고 있고 주요 일간지들도 매일 바쁘게 기사를 올리고 있다. 이 중 몇 언론 매체는 좌파란 단어를 빼면 올릴 기사가 몇가지 없는 매체라 언급할 이유가 없겠지만 꾸준히 '배후세력'과 '폭력집회'를 언급하던 언론은 '재협상' 문구가 전혀 없는 6월 3일 정운천 장관 발표에 대해서도 1년 유예라는 주요 사실을 숨기기 바빴다. 마치 30개월령 이상의 수입쇠고기 수입을 재협상한다는 인상을 풍겼지만 국민이 정작 알아야 할 내용은 '표시 기한 1년 유예'가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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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특정 언론사는 환영받고 특정 언론사는 항의당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촛불집 회 생방송 중 지적받는대로 언론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미지 출처 : 기자협회보)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인터넷 언론과 시민 기자, 블로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인터넷 언론 사이사이 믿을 수 없는 말들도 종종 오갔지만, 근본적으론 정확한 상황을 전달해주지 않은 기존 언론의 탓이 크다. 많은 언론이 모든 증언을 괴담으로 치부하고 일부 '진짜 괴담'과 싸잡아 그 인터넷의 글들을 매도해버렸지만 현장을 다녀온 사람들, 그 사람들은 어떤 말이 거짓말인지 어디까지가 정당한 '훈계'인지 파악하고 있다. 경찰과 정부의 거짓말에 박자를 맞추는 언론은 입을 막던지 정신을 차려라.


삼박자에 맞춰 춤을 춰도 국민의 목소리를 이기지 못한다.

6월 2일과 3일 촛불 집회는 비로 인해 제법 일찍 끝났다. 경찰의 소원대로 시위대는 자진해산을 했고, 이번에도 집회, 시위 중에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식사를 하는 등의 축제 분위기를 이어갔다. 촛불집회 참가자는 실직자이거나 학생일 뿐이라는 폄하에도 불구하고 '비폭력'을 주장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촛불을 들고 자신의 주장을 펼칠 뿐이다. 대통령의 주장대로 언론이나 특정 세력에 휘둘리는 국민이었다면 '공무원에게 댓글달기'를 시켰을 때 이미 돌아섰을 것이다.

정부, 경찰, 언론이 박자를 맞춰 국민을 몰아부쳤다고 착각하는 동안 촛불은 횃불이 됐고, 배후세력은 360만원을 모금하던 액수를 초과해 단 하루만에 1,800 만원이나 모금해버렸다(디시인사이드 기타음식갤러리 모금액). 그들은 촛불시위자들에게 물과 먹을 것을 보내주고 전경에게도 나눠준다. 범법이 분명한 홈페이지에서 '날아가는 고양이 사진'을 기뻐하는 그들에겐,  백일이 백년같은 사람들에겐 이 정도 고생 쯤은 아무것도 아닌 지도 모르겠다. 정치권은 둔하지만 각계각층의 집단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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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촛불집회 중 노래를 부르는 시민들 사진 ( 이미지 출처 : 한겨례신문 - 이 대통령 취임 100일째 ‘박수칠 때 떠나라’)


유쾌한 축제를 바라보며, 또한 조롱섞인 국민의 놀림을 들으며 2MB 정부의 방통위는 대통령의 인격을 폄하하지 말라는 자제 권고를 내렸다고 한다. 탄핵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허위사실까지 유포했던 언론을 내버려두던 현상과는 비교되는 반응이다. 웃으며 항의하는 국민은 지금 진심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민영화, 대운하, 영어몰입교육이란 단어를 들으며 분노하고 슬퍼하던 그들은 지금 노래를 부르며 대통령을 놀린다. 대통령이 돌려준 것은 기껏 '폭력 진압'이란 사실에 더욱 슬퍼하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를 것이다.

모든 정책 전반을 되돌려 국민의 의향을 물을 생각이 아니라면 더 이상 국가를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 그리고 시대를 20년 이상 되돌려놓은 과잉, 폭력 대응의 책임자에게 엄한 책임을 물어야한다. 어설픈 사과와 뻔뻔한 대응으로 끝까지 고집을 부리겠다 말하지 말라. 아무리 배후세력이 있고 없고를 따지고 들고, 언론과 경찰, 정부가 박자를 맞춰 춤을 춰도 '3개월 만에 반대당한 대통령'이란 것 만으로 창피는 당할 만큼 당했다. 그 사실을 이제는 직시하라.




ps.
1.사실 난 꽤 오래전에 네이버를 버렸다....
(애써 작성한 야망의 세월 포스트는 절대 검색 안 되고 내가 쓴 MB 비판 글도 한참 뒤에 묻히거나 삭제.. 이 상황에서 뉴스라고 뭘 바랄 수 있을까. nhn 스팸서버인지 뭔지 그만 다녀가지?)

2. 여대생 사망설의 진위여부를 두고 여러 사이트에서 논란이 일었다(사실이든 거짓이든 엄청난 여파가 있을 내용이다). 괴담을 유포하고 그걸 근거로 목격담을 희석한다는 말도 돌고 있으니 정확한 근거를 따져 이야기하는 것도 요즘 온라인 화두다. 댓글은 되도록 참고하는 수준으로 하고 정보 출처는 신문기사 내지는 아고라로 한정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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